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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중인 종교적 병역거부자 전국 930여명…줄줄이 무죄 예상

입력 2018-11-01 13:22 수정 2018-11-01 15:02

판사 따라 엇갈린 하급심 판단, 14년여 만에 바뀐 대법 판결로 '교통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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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따라 엇갈린 하급심 판단, 14년여 만에 바뀐 대법 판결로 '교통정리'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4년 만에 기존 판례를 뒤집고 양심적·종교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현재 동일한 사유로 재판을 받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해서도 줄줄이 무죄 선고가 예상된다.

1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대법원에 계류 중인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은 모두 227건이다.

전국 법원에서 종교적 사유로 병역을 이행하지 않았다가 재판을 받는 병역거부자들도 무려 93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원 판단은 재판부마다 엇갈려왔다. 지난해에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고 전국 하급심 법원에서 44건에 달하는 무죄 판결이 쏟아지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제주지법 형사3단독 신재환 판사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 두 명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양심의 자유를 형사처벌이라는 강력한 수단으로 제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과다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신 판사는 "하급심에서 유무죄가 엇갈린 판결들이 계속 나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법관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열흘 뒤 같은 제주지법 형사4단독 재판부에선 "양심의 자유가 헌법에 의해 보장된다는 사정만으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법조계 내에서는 이처럼 엇갈린 하급심 판단이 이번 대법원 판결로 '교통정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양심적 병역거부로 기소된 오모씨 재판에서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유죄 판결의 원심을 깨고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

일률적으로 병역의무를 강제한 뒤 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게 대법원의 취지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종교적 신념을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로 판단하면서 그동안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대거 구제받을 길이 열렸다"며 "그동안 대법 판단을 기다리느라 미뤄둔 재판들이 속속 심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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