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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잊은 지 오래예요"…취업 준비생들의 명절나기

입력 2015-09-2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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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취업이 힘겹기만한 준비생들… 추석 명절이 뭐 특별할 게 없습니다. 친척들 만나봐야 아직 아니니 이런 얘기만 들을 테고, 대부분 도서관행입니다. 밀착카메라로 이들의 얘기 담아왔습니다.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노량진 학원가, 취업준비생, 일명 '취준생'들에게 추석의 의미를 물었습니다.

[스트레스죠.]
[그냥, 남의 일이요.]
[공부하는 기간?]

이곳은 노량진의 한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입니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명절의 여유로움 대신 여기에는 정적만 감돌고 있습니다.

지금 워낙 조용해서 저까지 목소리가 작아지고 있는데요. 안에서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라고 하니까 잠깐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강의실을 가득 메운 수백명의 수험생들.

행여 강의 내용을 놓칠세라 부지런히 필기에 집중합니다.

수험생 대부분은 이번 추석, 고향 대신 학원을 택했습니다.

[취업준비생 : 그냥 공부한다고 말씀드렸어요. 아직 뭐 보여드릴 게 없어서, 내세울 게 없으니까 창피한 건 있죠. 그리고 미안하고요.]

24살 현원우 씨는 지난 7월 제주도에서 이곳 노량진으로 들어왔습니다.

다른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빨리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노량진을 벗어나는 게 목표입니다.

현씨는 추석에도 학원에 나가 자습할 생각입니다.

[현원우/취업준비생 : 수험생 신분으로 가는 것보다는 합격해서 당당하게 내려가는 게 가족들도 더 자랑스러워해 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음식도 환경도 고향집에 비하면 열악하기 짝이 없지만 학업을 멈출 생각은 없습니다.

[현원우/취업준비생 : 제가 올라오겠다고 해서 올라온 건데 저를 믿고 지원해주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원가 인근의 한 식당, 점심시간이 되자 수험생들이 몰리기 시작합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이런 학원 근처 식당에서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데요. 직접 떠먹을 수 있도록 음식이 마련돼 있고요. 한쪽에는 이렇게 간식도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상규/인근 식당 사장 : 시험이 다가올수록 말은 안 시켜요. 신경이 예민하니까요. 그리고 시험이 끝나고는 (수험생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드시죠.]

깔끔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만 정작 취준생들이 원하는 음식은 따로 있습니다.

[엄마가 해주신 음식이라면 뭐든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집 밥이 제일 그립죠. 어머니가 해주신 밥이 제일 그립습니다.]

대학가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도서관, 카페 가리지 않고 모두 취업 준비에 한창입니다.

명절 연휴 관련 소식은 딴 세상 얘기가 된지 오래입니다.

[모예슬/취업준비생 : (추석에) 집에서 자기소개서 쓰면서 서울에 그냥 있을 것 같아요.]

충남 천안이 고향인 26살 김재홍 씨는 방송사 PD 지망생입니다.

김씨 역시 이번 추석, 취업 준비에 매진할 작정입니다.

방송사 입사시험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입니다.

[김재홍/취업준비생 : 후반기 취업 시즌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제 공부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요즘 명절이든 휴일이든 주말이든 따로 그런 게 없는 것 같아요.]

하루 12시간 이상 공부하는 현실보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 문이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듭니다.

[김재홍/취업준비생 : 경쟁자는 점점 더 쌓이고 취업을 희망하는 인원은 많아지는데 취업 문은 그대로이니까요. 그게 가장 힘든 점 같습니다.]

한 취업 정보 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올 추석, 고향에 내려가겠다고 응답한 취업준비생은 30%가 채 안됐습니다.

매년 찾아오는 추석이지만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라는 올해는 명절을 맞이하는 취준생들의 마음이 유난히 쓸쓸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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