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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 아파트 이름…한글이 슬프다

입력 2015-10-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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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글날을 맞았지만 아파트 이름은 한글브랜드 대신 길고 뜻풀이가 난해한 외국어 이름이 난무해 한글날을 무색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부동산 건설업계나 입주 모두 한글 보다 외국어를 쓰는 게 더 고급스럽다는 인식 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공급이 늘고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해져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각인시켜야 하는 건설사들은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자사 브렌드에 한글을 배제하고 있다.

금성백조주택은 그동안 사용하던 한글 이름의 브랜드 '예미지'를 최근 '예미지 어반코어'로 바꿨다. 서희건설도 우리말 '아리채'를 '스타힐스'로 변경했고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우리말 '뜨란채'에서 LH휴먼시아'로 브랜드 이름을 바꿨다.

이밖에도 롯데건설의 '캐슬',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호반건설의 '베르디움', SK건설의 'SK 뷰' 등 아파트 명칭은 외국어 이름이 대부분이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은 외국어와 합성한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다.

삼성물산의 '래미안'과 GS건설의 '자이', 대우건설의 '푸르지오'는 외국어인지 한글인지 구분할 수 없는 브랜드이다.

게다가 기존 브랜드 이름에 일종의 펫네임을 붙여 'LH센트럴', '센트럴 프르지오', '대림e편한세상캐널시티',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센트럴 자이' 등 브랜드명이 지나치게 길고 뜻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건설사들의 명칭 사용에 대해 시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리 고유의 좋은 말도 많은데 영어로만 브랜드로 사용하는 것은 지나친 상술이란 지적이다.

달서구에 사는 정덕우(61)씨는 "아파트 단지 밀집지역에 가면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한글은 찾아볼 수 없다"며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또 전 기업적으로 한글을 애용하는 분위기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중학교 국어교사인 박문수(55)씨도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체계임이 세계적인 학자들과 유엔기구 등이 인정했다"며 "조상이 물려준 위대한 유산을 후세가 너무 소홀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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