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실리콘밸리는 백만장자들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노숙자들이 쪽잠을 자기 위해 밤새 실리콘밸리의 노선버스를 이용하는 다큐멘터리가 공개됐습니다. 미국 사회의 극단적인 두개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이상렬 특파원입니다.
[기자]
어둠이 깔린 실리콘 밸리의 버스 정류장.
하나둘 씩 모여든 노숙자들이 버스에 올라탑니다.
[버스 안내방송 : 22번 버스입니다. 여기서 잘 거면 눕지 말고, 의자에 다리를 올리지 마세요. 출근할 다음 승객들을 생각해 예의를 지켜주세요.]
허기와 추위에 지친 몸은 금새 잠에 빠져듭니다.
24시간 운영하는 버스는 새너제이에서 부자동네 팔로알토까지 두 시간 정도를 달립니다.
노숙자들은 종점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쪽잠을 이어갑니다.
버스비는 편도에 2달러.
실리콘밸리에 있는 노숙자 7500명 중 쉼터를 찾지 못해 떠도는 75% 정도가 심야의 주 고객입니다.
[제니 니클러스/노숙자 구제 단체 대표 : 다른 어느 곳보다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쉼터가 된 것입니다. 이동 쉼터요.]
한 스탠퍼드 대학원생이 촬영한 이 다큐멘터리는 최근 선댄스영화제 등에서 상영돼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버스는 노숙자들에게 숙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해서 '호텔 22'라는 이름도 붙었습니다.
달리는 버스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노숙자들의 모습은 극심해지는 미국 사회의 양극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