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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APEC·G20 연쇄 정상외교…미·중 관계 주목|아침& 세계

입력 2020-11-23 09:06 수정 2020-11-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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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일 말레이시아가 의장국을 맡은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됐습니다. 이어 21일과 어제는 사우디 아라비아를 의장국으로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코로나 19의 세계적인 유행 상황에서 두 차례의 정상 회의는 모두 화상 연결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APEC 정상 회의에서 참여 국가의 정상들은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보건과 경제 협력를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정상 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어제 마무리된 G20 정상 회의에서도 각국의 정상들은 적정 가격의 코로나 19 치료제와 백신을 공평하게 보급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기로 하고 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인력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조치를 계속해서 모색하는 부분도 정상 선언문에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APEC과 G20 정상회의는 미국 대선 이후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함께 참여하는 정상 외교 무대로 특히 주목을 받았습니다.대선 이후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두 차례 정상 회의에 잇따라 참석했습니다. 지난 재임 기간에 이뤄낸 성과를 강조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회의 도중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재무 장관을 대신 자리에 앉히고 자신은 골프장으로 향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G20 정상 회의 이틀째인 어제는 파리 기후협약 탈퇴 결정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저는 불공정하고 일방적인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습니다. 파리협약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 경제를 죽이기 위해 고안된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두차례 정상 회의에서 상당히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G20 정상 회의에서는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국제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APEC에서는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CPTPP 가입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시 주석이 그동안 중국에 대한 경제적 포위망으로 인식해 왔던 협정에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발언도 들어보시죠.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 : 아시아태평양지역은 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무역체제를 지지하겠다는 의지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아시아태평양의 자유무역지역 조기 실현을 위해 지역 경제 통합을 추진해야 합니다. 중국은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의 체결을 환영하며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하는 것을 적극 고려할 것입니다.] 

미국 대선 이후 사흘에 걸쳐 진행된 정상 외교 무대에서 미국과 중국 지도자들이 보여준 모습은 어땠는지 그리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할지 중국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 보겠습니다.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강준영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화상 연결 방식으로 정상회의가 진행이 됐습니다. 하지만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번째 만남이어서 특히 관심이 쏠리는 것 같습니다. 두 정상의 만남 어떻게 보셨어요?

    지금 보도에도 자세히 나왔습니다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자신의 이전에 했던 정책들이 미국 경제의 재건이라든지 전 세계적인 흐름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 이런 식으로 약간 자화자찬 형태의 얘기를 했습니다. 이거는 지금 현재 트럼프 대통령 상황에서 글로벌 이슈에는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웠던 거죠. 그러다 보니까 이제 자신의 치적을 중심으로 얘기를 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주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 목소리를 냈죠. 각국 발전 격차를 줄여야 된다. 그래서 공동 번영해야 된다. 백신을 공평하게 써야 된다. 글로벌 QR코드를 만들어서 국경 간에 필수인력을 좀 이동시키자, 이런. 그러니까 전 세계적인 어떤 지금 위기상황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 좀 공세적으로 얘기를 한 거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G20 정상 공동성명 초안에도 분명히 나옵니다마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던 보호주의라든지 기후변화협약 이거는 사기다, 이런 얘기들을 다 배격하지 않았습니까? 다자무역을 강조하고 기후변화도 계속 협약도 추진하고 디지털 과세.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공감대를 G20 회의에서 도출했기 때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소위 글로벌 이슈의 적극적 참여. 이 부분이 오히려 더 돋보인 게 아닌가, 이렇게 봐야 될 것 같습니다.

 
  • 시진핑 주석은 중국 주도 하에 체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RCEP에 이어서 말이죠. 이번에는 과거 미국이 주도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포관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CPTPP 가입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했습니다. 이건 어떤 의도로 봐야 할까요.

    이거는 굉장히 아이러니합니다. 사실 CPTPP 이전이 TPP라는 조직체인데 이 TPP는 중국의 가입을 원천봉쇄하는 조항들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국유기업 보조금을 중국이 주고 있기 때문에 이 공평조직에 들어오지 못한다. 기술 절취하고 환율 조작해서 불공정교역을 하지 않느냐. 이랬다는 말이죠. 그런데 며칠 전에 또 11월 15일에 RCEP을 타결했다는 말이죠. 그러고 나서 실제로 이게 보여주는 의미는 뭐냐하면 중국이 주변국에 아주 지배적인 경제 강국이다라는 것을 기정사실화한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TPP에 우리가 들어가야겠다고 얘기를 하는 것은 미국 질서에 대한 어떤 편입 이런 것보다는 RCEP을 타결하는 것을 기화로 TPP 가입을 검토한다라는 메시지를 통해서 새로운 분위기를 주도하겠다, 이런 메시지가 더 크다고 봐야겠죠. 왜냐하면 이번에 RCEP이라고 하는 데는 미국의 우방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이런 나라들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 주도의 질서에 간다기보다는 미국 주도의 질서 플러스 중국이 주도하는 어떤 흐름. 이거를 같이 가지고 가면서 국제질서를 조금 바꿔보겠다는 의미가 훨씬 크다. 그 안에는 물론 바이든 당선자가 이제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자유무역을 강조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1:1 대항 부담에서 좀 더러 자유로워졌다는 시각도 들어 있는 거죠.

 
  •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짧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서 중국 언론들은 미중관계 완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동의하시는지 궁금하고요.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곤란했던 우리로서는 운신의 폭이 좀 넓어졌다, 이렇게도 볼 수 있습니까?

    글쎄요, 지금 아직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라든지 동아시아 정책이 나오지 않았고 우선순위가 일단 아닐 걸로 생각이 됩니다마는 미중관계는 미국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하죠. 일단은 다자주의나 자유무역을 강조하면서 거기에 플러스 해서 공정무역을 강조할 겁니다. 이 부분은 중국을 계속 옥죌 수 있는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트럼프 식의 불확실성은 제거됐다. 이런 점에서는 긍정적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 같고요. 우리는 사실 바이든 정부 출범이 기존의 질서로 좀 돌아간다는 차원에서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식 관세정책에는 부정적이라는 의미에서는 플러스가 되지만 사실은 지금 상원이 아직 누구 수중에 갈지. 또 공화당이 더 다수당이 될 가능성도 1월에 조지아주 선거가 있습니다마는 남아 있단 말이죠. 미국 주도가 강화되면 한국의 어려움은 더 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략을 잘 짜야 되는 그런 절체절명의 시기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 두달 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미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은 대응 전략 마련을 위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새롭게 형성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우리나라 역시 대응 전략에 어떤 변화를 줄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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