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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불법 영업 여전…'나사' 풀린 그린벨트

입력 2018-04-23 21:31 수정 2018-04-24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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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개발제한구역 제도, 그린벨트를 시행한 지 48년째입니다.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고 자연환경을 보전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는 이 땅의 용도를 무단으로 변경하는 등의 불법 영업이 여전합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시흥시의 한 농가입니다.

이곳 주변은 대부분 논밭, 아니면 축사인데요.

이곳은 또 개발제한구역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부터 시끄러운 작업 소리가 나기 시작했는데요.

이 뒤쪽에 보이는 공터에서 오래된 지하철 객차를 해체하기 시작한 겁니다.

한때 철로를 달리던 지하철 객차들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주변은 객차에서 나온 고철 덩어리로 가득합니다.

비닐하우스가 대부분이었던 이곳에서 해체 작업이 시작된 것은 지난달 중순입니다.

주민들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해체가 진행됐다고 말합니다.

[일주일에 한 2, 3일 동안 해체를 해요 저렇게. 나머지 시간은 잔재작업.]

해체가 상당 부분 진행된 지하철 객차 내부입니다.

이렇게 의자들은 모두 떼어놨고요.

그런데 이 작업에 문제점이 한가지 있습니다.

해체작업 자체도 불법이지만, 주변을 막는 작업도 하다 말아서 소음과 먼지가 바깥으로 나가고 있는 겁니다.

농가에서는 해체 작업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재배에도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합니다.

[저 노란 게 유리섬유잖아요. 이것이 우리 하우스로 날라와서 지금 상추니 뭐니 가서 앉을 거 아니야.]

게다가 이 땅은 농작물을 기르는 것 이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해체 작업에 나선 업체가 논밭으로 신고된 땅에서 불법으로 영업을 해온 겁니다.

또 주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철 해체작업을 하면서도 폐기물 처리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주민들이 민원을 넣은 지 한 달이 넘도록 현장을 방치한 지자체는 뒤늦게 조치에 나섰습니다.

시흥시 개발제한 구역 담당 부서는 지난주 이 업체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시흥시 관계자 : 지금 분해했던 고철은 실어서 나가고 있고요. (해체작업은) 안 하고 있어요.]

서울시 서초구의 외곽 지역입니다.

마을 입구에 개발제한구역이라는 표지판이 있지만 이곳도 불법 영업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축사로 신고된 장소에서는 가축을 기를만한 시설은 없고 문을 닫은 지 오래된 식당만 있습니다.

[식당이었죠. 팔고 갔대요. 딴 사람이 와서 하겠죠.]

지난해에는 비닐하우스를 사무실로 변경해 사용해 오던 업체가 뒤늦게 적발됐고, 그보다 1년 전에는 불법으로 식당을 짓고 야외 연회장까지 운영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뭐 예식도 하고 그런 거 한다고. 그전에 불이 한 번 났어. 거창하게 지었을 걸 아마. 그게 한 번 고발당했을 텐데?]

그린벨트 내 불법 영업과 용도 변경이 계속되는데도 정부나 지자체는 형식적인 단속만 반복합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들키지만 않으면 큰돈을 벌고, 서민들은 각종 규제만 받는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습니다.

[이게 좀 끄나풀이 있는 사람들은 활개를 치고, 서민은 꼼짝도 못 하는 거야 이 도시가.]

정부가 지난 2월 지역별 전담 단속 공무원 지정을 의무화했지만 불법 영업은 여전합니다.

[거의 한 달간 뭐 했냐는 거야 공무원들이. 한 달간 어영부영하면 (업체는) 계속 때려 부숴.]

실효성 없는 대책만 반복되는 사이에 개발제한구역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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