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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인터뷰] 조정래 "노벨상? 탐낸 적 한번도 없다"

입력 2013-10-09 16:44 수정 2013-10-1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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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아내 김초혜 시인은 '날로 새롭게 피어나는 꽃'
- 내년 새해부터 본격 취재, 다음 작품 들어갈 것

■방송 : JTBC 정관용라이브 (15:00-16:30)
■진행 : 정관용 교수
■출연진 : 조정래 작가

◇정관용-오늘 한글날입니다. 한국인만의 고유한 색채를 우리 언어로 표현한 작품의 대표적인 작가이시죠. 한국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문화계의 거장,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최근에 중국을 무대로 한 장편소설 정글만리로 또다시 화제의 돌풍을 일으키고 계신 작가 조정래 선생님을 함께 만나뵙겠습니다. 선생님 어서 오십시오. 한글날이라서 한글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한글의 장점이 뭡니까?

Q. 한글로 빚은 예술…황홀한 글감옥 40년

◆조정래-제가 말하는 것은 객관성이 없으니까 객관성을 부여하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세계적인 어느 학자인 나이슈어 교수께서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가 한글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작가 펄벅, 세상에서 가장 쉽게 읽을 수 있는 게 문자가 한글이라고 했습니다.

◇정관용-과학성, 용의성?

◆조정래-그러므로 한글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잘 모르고 있는데요. 자연계의 소리가 수없이 많습니다.

◇정관용-그렇죠.

◆조정래-그 자연계의 소리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표현할 수 있는 게 한글입니다. 8800여 개.그런데 일본어는 300여 개. 중국어는 400여 개.

◇정관용-그렇죠.

◆조정래-그리고 우리가 친애하는 영어는 꼬끼오라는 말을 쿠쿠둘둘합니다. 꼬끼오 안 나오지 않습니까? 그리고 한글은 표어문자이기 때문에 세계 어떤 언어든지 90% 이상을 한글로 표기할 수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한글로 읽어도 그들의 말처럼 듣게 된다는 것이죠.

◇정관용-객관적인 평가말고요. 작가로서 선생님께서 글을 정말 엄청나게 많이 쓰셨지 않습니까? 지금 작품으로 남긴 원고지 매수로 치면 기네스북에 오르셨잖아요.

◆조정래-그럴 겁니다.

◇정관용-몇 개 되죠.

◆조정래-태략 7만 5000매.

◇정관용-7만 5000매. 그걸 일일이 손으로 쓰시잖아요. 컴퓨터로 안 하시고 그렇게 매일 쓰시면서 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한글의 매력, 그건 뭡니까?

◆조정래-그러니까 아까 말한 대로 표현하지 못할.

◇정관용-말이 없다?

◆조정래-그러므로써 가장 문학적인 언어죠. 감정들을 묘사해내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는 쓸수록 더 아름답고 매력 있는 문자가 한글이죠.

◇정관용-제일 좋아하는 단어, 혹시 이런 거 있으세요?

◆조정래-벗, 사랑, 이런 것들은 순수한 우리 말이고. 해, 달, 별, 돈.

◇정관용-돈까지 나왔고요.

◆조정래-그렇습니다. 중요한 건 딱 한 자.

◇정관용-지금도 작품이 많이 팔리니까 돈도 많이 들어오시죠?

◆조정래-그렇습니다.

◇정관용-그런데 요즘 아이들 특히 신조어다 해서 줄임말 만들고 뜻도 모를 단어들도 많이 나오고 그리고 욕설을 많이 쓴다고 그러고. 그거 왜 그럴까요?

◆조정래-그런데 그것은 언어라고 하는 것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서, 세월을 따라서 생성과 순회를 하는 게 언어의 운명 아닙니까? 새로운 문명이 나오면서 말들을 조합하고 또 간단한 말을 자기들끼리 소통하는 말들을 쓰고 있는데 그것이 너무 심해지는 게 문제겠죠.

◇정관용-그러니까요. 좀 좋은 방향으로 갈 수가 없을까요? 계속 나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요.

◆조정래-그런데 시대의 특성도 있겠고 세대의 특성도 있을 겁니다. 지금 우리 세대들이 특히 10대 애들이 모국어를 훼손할 정도로 심하게 말을 만들어쓰는 것들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욕구불만, 이런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기성세대는 알아야 될 겁니다.

◇정관용-어떻게 연결되죠, 욕구불만하고?

◆조정래-그들이 공부. 오락도 예능도 자기 계발을 할 수 없는 과외일변도의. 그러니까 한 해의 사교육비가 20조가 들어가는 이런 사교육 광풍 속에서 애들이 세대의 자유를 누릴 수가 없게 돼 있습니다. 그러한 욕구불만들이 욕설로 아는 언어로 표출되는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 이런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관용-그 아이들한테 한글에 대해서 한 말씀만 좀 교훈삼아 해 주신다면 어떤 말씀을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조정래-전 프랑스 대통령 미테랑이 모국어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유명한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국어를 훼손해 나가면 100년 후에 과연 한글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국어학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영어를 너무 과하게 가리키면서 우리말을 경시하는 이런 교육제도의 파탄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관용-우리 10대들의 한글 망친 주범으로 나중에 역사에 기록되지 말도록 해라, 이런 경고의 말씀이시네요.

◆조정래-그것도 있고 교육제도를 빨리 바꿔야 합니다. 영어중시는 모국어의 중시로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텔레비전에서 7살짜리가 퀴즈를 맞히는데 무지개를 우리 말로 못하고 영어로 합니다.

◇정관용-그래요?

◆조정래-텔레비전에 나왔었습니다. 이러한 넌센스가 우리나라 말고 어디에 있
겠습니까?

◇정관용-교육 참 큰일입니다. 이제 작품 얘기로 가서 베트트셀러입니다. 예상하셨어요? 무라카미 하루키하고 붙었는데 앞섰서요.

◆조정래-예상했다기보다는 하루키라는 작가는 일본성 감수성에 의존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의 현실과 밀착시켰기 때문에 보다 더 실감하게 리얼리티를 얻으면서 독자들이 관심을 끌 것이다, 이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정관용-지금 태백산맥, 그다음 아리랑, 그다음 한강이죠. 아리랑은 일제시대이고. 태백산맥은 해방전후사 그때고 한강은 현대사파트이고. 한국 근현대사를 쭉 다 훑어보셨어요. 그다음에 갑자기 중국으로 가셨어요. 이거 언제부터 구상하셨던 거예요, 중국?

◆조정래-그러니까 두번째 대하소설 아리랑을 취재하려고 1990년에 중국으로 갔었습니다. 동이 투쟁지역, 만주지역을 갔었는데.

◇정관용-만주지역.

◆조정래-그때 이미 소련은 몰락하고 없었고 중국이 건재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를 궁금해하고 의문을 풀려고 한 것이 작가, 또 세계적인 역사학자, 사회학자, 경제학자, 다 관심을 가졌습니다.

◇정관용-그렇죠.

◆조정래-저도 그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취재하다 보니까 실마리 ... 며칠 만에 답이 나왔습니다.

◇정관용-뭐예요?

◇정관용-그때 몰락한 소련은 러시아로 바뀌면서 우리 텔레비전 영상에도 많이 나왔지만 가게마다 텅텅 비어 있었고 국민들이 굶주리는 거죠.

◆조정래-그렇죠. 그리고.

◇정관용-경제가 아주 파탄됐죠.

◆조정래-얻기 위해서 시베리아 혹한 속에서 200m, 300m 줄을 서는 현실인데. 중국은 쌀은 많이 남아서 수초를 하고 있고 그리고 사탕, 삼푸, 이런 것까지 가게에 가득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정관용-90년에 이미.

◆조정래-그것은 개혁개방 10년의 결과였습니다.

◇정관용-딱 10년 만에.

◆조정래-그때 제가 느낀 게 그 당시 인구가 12억쯤 됐는데 12억 인구가 이렇게 풍요롭게 살 수 있다면 물적 투자가 갖추어져 있었다면 앞으로 20년, 30년 후의 중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 영감적으로 떠올라서 이건 소설을 써야 되겠다.

◇정관용-90년에 이미 그 생각을?

◆조정래-그때부터 관심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정관용-본격적으로 작업하신 건 언제부터입니까?

◆조정래-그러니까 우리 세계인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일본을 제치고 G2가 됐습니다. 세계 경제 두번째 강국이 됐습니다.

◇정관용-선생님이 계측한 대로 간 거죠?

◆조정래-이걸 보면서 아, 이제 이 소설을 써야 되겠군나, 결정적 계기가 된 겁니다.

◇정관용-그게 몇 년이죠? 그러면?

◆조정래-2010년.

◇정관용-2010년. 그때부터 또 굉장히 자주 갔다오셨겠군요. 항상 취재를 많이 하시는...

◆조정래-그전에 7, 8번은 갔고 그 전에도 5, 6번은 갔고 열, 서너번을 중국을 많이 왕래했습니다.

◇정관용-또 자료도 많이 수집하시고.

◆조정래-그럼요.

◇정관용-책도 많이 읽으시고 뭐 하나 쓰시려면 공부를 더 많이 하시는 분이잖아요. 그 정글만리, 어떤 뜻일까요? 왜 이름을 이렇게 붙이셨어요?

◆조정래-중국이 G2가 되기 전에 2012년 전에 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우리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수출만 주도서는 안 되겠다, 내수를 짐작해야 된다, 지속적 발전을 하기 위해서. 그래서 세계 시장으로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시장에, 세계 500대 기업의 97%가 나가 있고 우리 기업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대략 5만여 개가 나와 있습니다.

◇정관용-그렇죠.

◆조정래-거기에 각축전이 벌어지는데 중국, 한국, 일본,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까지 치열한 경쟁을 하는데 그 경쟁 속에서는 약육강식, 적자생존. 정글법칙만 존재합니다. 그래서 인간 정글이고 중국을 상징하는 만리장성에서 만리를 따가가 복합고유명사를 만들어낸 겁니다.

◇정관용-전세계 기업들의 정글법칙에 의한 약육강식 투쟁터. 이 소설도 그런 내용을 그리신 거죠?

◆조정래-그렇습니다.

◇정관용-우리 기업과 다른 외국기업과의 어떤 그런 각축전들 같은 거. 끝끝내 우리 기업이 승리하던가요?

◆조정래-승리한 것으로 써놨습니다. 승리하기를 바라면서.

◇정관용-중국의 미래는 어떻게 예측하세요, 그러면.

◆조정래-중국의 미래에 대해서 세계 경제학자들이 특히 서양학자들이 좋지 않은 전망들을 많이 합니다. 중국도 이제 발전하게 되면 우리나라처럼 또 발전한 모든 국가가 그랬듯이 7, 8%의 성장을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는 지금 2억 5000만의 농민공이 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들. 그리고 앞으로 또 도시화가 계속되면서 2억 5000만명의 농민이 또 나타날 겁니다. 5억명이 도시를 중심으로 해서 일용 노동자가 싼 임금으로 재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0년은 갈 겁니다.

◇정관용-그 이후는요?

◆조정래-그 이후는 토대가 잡힐 것이기 때문에 국민 전체의 GDP가 1만불을 넘어가 버리면 타의 추정을 불허하는 14억 인구의 1만불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겠죠.

◇정관용-그 중국의 또 대표적 작가 위화라는 작가가 있지 않습니까? 그 작가는 조금 더 어둡게 보더라고요, 중국의 미래를? 지금 현재 지나친 빈부격차, 부패, 이걸 제대로 바로잡지 못하면 다시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심지어는 모택동이 살아난다면 천안문광장에 붙어 있는 자기 사진 떼라고 할 거다, 이런 얘기까지 하는데요.

◆조정래-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제가 정글만리에서 2가지를 지적을 했습니다. 빈부격차, 지역격차, 그리고 관료들의 당원을 중심으로 하는 관료들이 부정부패. 그런데 시진핑이 이미 그것을 알고 개혁을 선언했고 보시라이 같은 사람을 최고급 당원을 처벌하면서 그 시범을 보였는데 앞으로 그것은 계속돼 갈 겁니다.

◇정관용-그 개혁이 성공하리라고 보시는군요?

◆조정래-그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정관용-개혁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하는 것이고?

◆조정래- 이해를 하고 자기들이 실천하고 있고 그리고 그들은 지금까지 거대한 땅 중국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그런 지혜를 모으면 아마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정관용-하기는 또 그렇게 돼야 우리한테도 좋은 게.

◆조정래-그렇습니다.

◇정관용-중국이 너무 급변하면 너무 곤란하거든요. 우리 입장에서도 말이죠. 그것은 그렇고요. 이제 힘들지 않으세요? 글 쓰시는 거.

◆조정래-힘들지만 보람이 있으니까 괜찮죠.

◇정관용-어떤 보람입니까?

◆조정래-이렇게 글을 쓰면 많은 독자들이 읽어주고, 글을 쓴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정관용-그렇죠.

◆조정래-많은 독자들을 만나는 것은 그들과 제가 영혼의 교감을, 대화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보다 바람직는 한 게 없겠죠.

◇정관용-그래도 조금 좀 천천히 쓰실 수도 있는데 그냥 한번 쓰기 시작하면 이번 두꺼운 책, 이것도 몇 개월 만에 다 써버렸잖아요?

◆조정래-6개월 만에 썼습니다.

◇정관용-심지어 연재까지 하셨잖아요. 연재까지 하셨잖아요, 매일매일.

◆조정래-작가가 한 작품을 쓸 때 시간을 너무 길게 끌면 자기 스스로가 지치고 그러면 소설이 지루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소설은 이렇게 해야 되는 것인데 지루하면 텔레비전 리모컨을 돌려버리는 식으로 책을 덮어버리면 안 읽게 되지 않습니까? 그러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독자와 함께 영혼의 교감을 하려면 집중적으로 쓰지 않으면 안 되겠죠.

◇정관용-필자가 집중하고 긴장감을 가져야 그게 작품에 녹아난다?

◆조정래-그렇습니다.

◇정관용-그래야 독자가 또 그 긴장감을 그대로 받는다?

◆조정래-예, 그렇습니다.-그런데 또 한 작품 쓰는데 몇 십년 걸리시는 분들도 있어요?

◇정관용-그래서.

◆조정래-스타일의 차이입니까, 어떤 겁니까?

◇정관용-그래서 대하소설이 뒤로 갈수록 지루해진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그러한 혹평을 듣지 않고 해 온 것이 집중적 글쓰기를 했음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정래-저희가 자료를 좀 정글만리 마지막 탈구하시는 날 아드님한테도 특별한 선물을 받으셨다고요. 어떤 선물입니까?

◇정관용-대학을 들어갈 때 태백산맥을 필사 하라고 시켰는데 저는 거기에서 끝내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아리랑을 12권을 필사를 해서 제가 소설이 끝나는 날 대여섯 덩어리의 큰 짐을 갖고 놓고 갔습니다.

◆조정래-필사라고 하는...

◇정관용-베껴 쓰는 겁니다. 원고지에다가.

◆조정래-그걸 왜 해요?

◇정관용-그걸 하게 되면 이익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죠. 문장연습, 역사에 대한 인식, 인간관계.

◆조정래-그냥 읽는 게 아니라 정말 읽는 거군요. 써가면서 읽는거군요. 당나라시대부터 하는 말이 10번 읽는 것보다 1번 필사하는 게 낫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관용-저도 또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태백산맥의 경우는 아드님하고 며느님한테 필사를 시키셨다면서요, 처음에.

◆조정래-시켜서 태백산맥문학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정관용-그런데 아리랑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냥.

◆조정래-썼고 남편이 쓰니까 며느리도 세권째 쓰고 있습니다.

◇정관용-지금 쓰고 있어요?

◆조정래-네.

◇정관용-참 고욕일 텐데, 그거.

◆조정래-재미있다고 합니다.

◇정관용-재미있대요? 아리랑 것과 관련해서 김재희의 아리랑 문학관이 있지 않습니까? 또 저희가 어떤 자료를 보니까 김제시청 어떤 공무원 한 분이 아마 갑자기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유족들한테 등록금을 책임지겠다. 무슨 얘기입니까? 어떤 인연...

◆조정래-다른 게 아니고 아리랑문학관을 만들 때 그 공무원이 담당을 해서 아리랑문학관을 잘 만들었습니다. 그 후에 인간관계를 계속했었는데 그 사람이 공무수행이 너무 피곤해서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로는 이 사람이 공무를 했으니까 뭔가 조치를, 행정적인 조치를 해야 되겠다, 애들을 물어보니까 둘이는 대학을 졸업을 했는데 아들이 대학 2학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등록금을 대주겠다, 그런 말을 했죠. 부끄러운 이야기죠. 큰 것도 아니고...

◇정관용-그래도 아리랑 문학관을 처음 만들 때 담당자면 꽤 인연이 깊으시네요?

◆조정래-10년 됐죠.

◇정관용-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돌아가셨대요.

◆조정래-너무 경무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정관용-부인이신 김초혜 여사를 지금도 아기라고 부르신다고요? 맞습니까?

◆조정래-가끔 집사람이 피곤해하거나 애칭으로 그냥 우리 아기, 그렇게 부르죠?

◇정관용-아직 연세가 70이신데.

◆조정래-아니에요,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도 변하지 않아야 사랑이 아닙니까?

◇정관용-그리고 문단에 아주 소문난 엄청난 공처가시잖아요?

◆조정래-공처가를 넘어서서 경처가입니다. 마누라 보면 깜짝깜짝 놀라는 경처가.

◇정관용-부인은 우리 선생님한테 어떤 존재이십니까?

◆조정래-사람들이 살다 보면 지루해지고 한다고 하는데 집사람은 저에게 새롭게 표현하는 꽃이라고 저는 말을 합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면을 지적인 면을 보여주면서 저를 감동시키고 그리고 삶의 새로운 어떤 활력을 주고 하기 때문에 날로 새롭게 피는 꽃일 수밖에 없죠.

◇정관용-저 오늘 집에 가서 혼날 것 같습니다.

◆조정래-꽃이 피셔야 됩니다.

◇정관용-아내를 그렇게 표현하실 수가 있어요. 날로 새롭게 피어나는 꽃. 그건 사실 부인께서 정말 날로 피어나는 꽃이어서라기보다는 선생님 마음이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 아닙니까?

◆조정래-그렇기도 하고 저는 다 잊어버린 40년 전의 일을 기억하거나 또 새로운 문제가 나왔을 때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제시하거나 이렇게 할 때 활짝활짝 꽃이 피는 것 같은 느낌을 제가 받죠. 이 여자 정말 괜찮은 여자구나, 아, 이 여자하고 결혼하기를 잘했구나, 하는 걸 자
꾸 느끼게 해 주는 존재니까요.

◇정관용-더 혼나겠습니다, 이거.

◆조정래-저만 그런 게 아니고 그걸 발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발견하게끔 여자들도 해야죠.

◇정관용-알겠습니다. 편안한 얘기 했으니까 좀 딱딱한 얘기를. 내일은 아마 노벨문학상 발표가 될 것 같은데.

◆조정래-그렇습니까?

◇정관용-혹시 욕심나지 않으세요?

◆조정래-글쎄요, 우리 속담에 찬물도 상이라면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받으면 좋겠지만 그걸 욕심부린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저는 그것을 탐내는 어떤 어느 행동을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안 할 겁니다.

◇정관용-요즘 젊은 작가들, 장편이 잘 안 나옵니다. 특히 대하소설은 거의 눈씻고 찾아볼 수가 있어요. 젊은 작가들한테 한말씀 주신다면.

◆조정래-이런 말이 있습니다. 충고라고 하는 것은 그동안 있어 왔던 우정에 대한 배신이다.

◇정관용-적을게요.

◆조정래-충고라는 것은 그동안에 있어 왔던 배신이다. 충고하지 말라는 거죠. 젊은 작가들 자기들 나름대로 다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정관용-그래도 어르신이니까.

◆조정래-제가 말하면 구태의연하다든가 이렇게 거부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는데 중요한 것은 치열한 작가의식을 가지고 이 세상을 바라보면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많은 인간의 갈등과 모순이 많습니다.

◇정관용-그렇죠.

◆조정래-다 소재가 될 수 있는데 그렇게 1인칭...나를 중심으로 한 사소한 이야기들만 쓰고 있는데 안타깝고 좀 눈을 크게 뜨고 사회를 깊이, 역사를 깊이 촌착하는 그러한 노력들을 하기 바랍니다.

◇정관용-왜 그럴까요, 젊은 작가들은. 왜 1인칭. 나를 중심으로. 어떻게 보자면 탐미주의적으로 흐르는 그런 경향이 워낙 강하다, 그 말씀 하신 거 아니겠습니까? 소설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그 안에 역사와 사회 현실과 또 사실은 탐미성도 있어야 되고.

◆조정래-그럼요.

◇정관용-그리고 또 글맛, 이런 것도 다 포함되어야 되는데. 다 묶어 가지고 정말 최고봉으로 꼽히는 문학작품은 문명사적 의식도 들어가야 되고.

◆조정래-그렇습니다.

◇정관용-여러 가지 있어야 되는데 요즘은 너무 탐미주의적이다, 왜 그럴까요?

◆조정래-그걸 문학성, 문학성 하는 이야기로 찾고. 자꾸 작가들을 억압하는 듯한 평론가들의 평도 문제지만 빅토르 위고가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88, 그러나 진보를 위한 예술은 더욱 아름답다. 작가가 진보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이 세상을 조금 좋은 쪽으로 인간적인 쪽으로 바꾸려면 치열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작품이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탐미만 가지고 문화예술이 완성되는 게 아니죠.

◇정관용-선생님, 본인의 작품중에서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뭡니까? 이거 좀 우문일 수가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다 정말 옥동자 같을 텐데. 저는 혹시 태백산맥이 아닐까 싶은데.

◆조정래-그런데 독자들께서 그렇다고 하니까 저도 거기에 동의를 해야겠죠. 제가 평가하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평가를 하는 거니까요.

◇정관용-지금까지 판매부수도 태백산맥이 가장 많지 않습니까?

◆조정래-그렇습니다.

◇정관용-국내외 작가를 다 막론해서 또 과거작가부터 시작을 해서 선생님께서 가장 존경하는 내지는 좋아하는 작가 누구를 꼽으십니까?

◆조정래-빅토르 위고는 문화시대부터 노력을 했고. 그 이유는 빅토르 위고는 역사, 사회성과 예술성을 가장 모범적으로 승화, 융화시켜낸 작가입니다.

◇정관용-다음 작품 곧 나오죠? 언제 나옵니까?

◆조정래-내후년쯤에 발표할 겁니다.

◇정관용-그렇죠. 한 2년 후죠. 지금 이미 지필에 들어간 건 아니죠?

◆조정래-내년 새해가 시작되면서부터 본격적인 취재를 해서 쓸 겁니다.

◇정관용-어느 인터뷰를 보니까 앞으로 쓸 작품 목록을 정해 놓으셨더라고요? 몇 권이었었죠?

◆조정래-그러니까 단편집 하나, 한 권짜리 두 편, 세 권짜리 두 편. 삼문집 하나 해서 앞으로 10년 동안 10권을 쓸 겁니다.

◇정관용-그 후까지 한 30권 더 쓰셔야 됩니다. 선생님, 오늘 감사합니다.

◆조정래-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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