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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망, 바보 같은 죽음"…안전보건공단 교육 영상에 누리꾼 '부글부글'

입력 2020-12-31 18:12 수정 2020-12-3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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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용혜인 의원실 제공)(출처: 용혜인 의원실 제공)
'깔림 바보 같이 죽는 방법, 추락 바보 같이 죽는 방법, 끼임 바보 같이 죽는 방법…'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올린 교육 영상 섬네일 제목입니다.

이런 제목으로 게시물이 6개나 올라왔습니다.

이 중 한 게시물을 클릭해보면, 내용 설명란에 "바보 같이 죽는 방법 VR 시리즈…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VR로 체험해보세요. 바보 같은 죽음, 당신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바보 같은 죽음'이라고 표현한 겁니다.

 
"산재 사망, 바보 같은 죽음"…안전보건공단 교육 영상에 누리꾼 '부글부글'
(출처: 용혜인 의원실 제공)(출처: 용혜인 의원실 제공)
6개 영상 가운데 일부 영상을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높은 곳에서 작업할 때 쓰이는 고소작업대를 이용해 작업을 준비하려는 한 노동자가 동료에게 "나 먼저 올라간다"고 하자, 동료는 "아직 올라가면 안 될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이 노동자는 "괜찮다"며 "정 불안하면 뒤에 안전등이나 켜 놔"라고 말합니다.

 
(출처: 용혜인 의원실 제공)(출처: 용혜인 의원실 제공)
또 다른 영상에서는 프레스, 즉 압착기를 다루던 노동자가 "양손으로 눌러서 작업하려니 귀찮네"라며 누름 스위치를 테이프로 고정해놓은 뒤 "이렇게 하면 한 손으로 해도 괜찮겠지?"라고 말합니다.

산재 원인이 노동자의 부주의와 잘못으로 일어난다는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시민단체 노동건강연대는 페이스북을 통해 "매해 2,000명 넘는 노동자가 일을 하다 사망한다"며 "노동자 건강을 책임지는 정부 기관이 노동자가 일을 하다 사망하는 걸 이렇게 생각하는데, 누가 노동자의 죽음을 막겠느냐"며 비판했습니다.

"노동자가 바보라서 죽는 게 아니고 죽게 만드는 구조가 문제"라며 "언제까지 노동자를 탓하는 걸로 책임을 면하려 하느냐"고도 적었습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페이스북에 "'바보 같아서' 죽는 노동자는 없다"며 "산재 사망을 다루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은 매일 마주하는 산재 사망 노동자들이 바보 같냐"고 남겼습니다.

"영상에는 '귀찮은데', '괜찮겠지 뭐'라는 말들이 나온다"면서 "안일한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이런 인식이 산재 사망 1위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산업재해를 어떻게 정의하고 바라보아야 하는지 총체적인 점검과 제대로 된 사과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습니다.

누리꾼들도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제정신인가",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라. 누군가에겐 삶이다", "워딩도 기획도 너무 소름 돋는다…산업 재해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이 어찌 바보 같은 죽음인가"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논란이 되자 안전보건공단은 해명 자료를 올렸습니다.

공단은 "산재 사망사고가 다발하는 추락, 끼임, 질식 등 재해 유형에 대한 VR 체험 영상 자료로, 2021년 1월 1일 자로 개편되는 누리집 안전보건 자료실의 테스트용 영상으로 게시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2013년도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인 호주 멜버른 철도공사 사망사고 방지 캠페인(바보 같이 죽는 방법 21가지)의 제목을 참고해 제작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작 의도와는 다르게 적절하지 않은 제목으로 산재 피해자 및 가족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문제의 영상들은 현재 홈페이지에서 삭제됐습니다.

안전보건공단은 지난 2012년에도 산재 사고를 희화화하는 듯한 광고 영상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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