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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시리아 구호기금 스캔들, 반기문 사무총장 정조준

입력 2016-08-3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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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시리아 구호기금 스캔들, 반기문 사무총장 정조준


유엔 시리아 구호기금 스캔들, 반기문 사무총장 정조준


유엔 시리아 구호기금 스캔들, 반기문 사무총장 정조준


"아사드 정권을 통한 유엔 구호자금 집행은 부적절하다. 유엔이 청문회를 열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

6년째 내전이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의 주민들을 위한 유엔 구호자금 수천 만 달러가 부적절하게 집행되고 있다는 우려와 의혹들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 인권 및 구호단체들이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엔 수장인 반기문 사무총장이 직접 나서 유엔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불거지고 있다. 이번 스캔들이 반기문 사무총장의 리더십 문제로 비화되는 모양새이다.

영국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수천 만 달러의 구호자금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제재를 받고 있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측을 통해 지원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청문회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직 유엔 외교관과 법률가,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아사드 정권의 손에 유엔구호자금을 맡기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구호자금의 투명한 집행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유엔에서 일을 했던 중동전문가 살만 샤이크는 "이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직접 나서야 할 시점이다. 그만큼 문제는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유엔은 이번 구호자금 투입을 통해 수백 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와 함께 시리아에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아사드 정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시인했다. 아사드 정권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기구들에 한해 시리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시리아에서 우리의 선택 폭은 아주 좁다. 봉쇄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업과 파트너들을 찾는 일은 안전하지 못한 일이다. 시리아 지역으로 접근하는 일은 극도의 도전을 요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의 분석에 따르면 유엔 기구들은 미국과 EU의 제재 리스트에 있는 시리아 정부 부처들과 기업인들을 통해 구호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사드 정권 국방부의 통제를 받는 시리아 국립혈액은행을 지원하기 위해 500만 달러(약 56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과연 수혈을 필요로 하는 민간인들에게 도움이 먼저 가는 지 아니면 시리아 군에 먼저 지원이 가는 지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유엔 기구들은 시리아 국립혈액원 이외에도 258개의 다른 시리아 기관들을 통해 5400만 달러(약 604억원)를 지원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사드 대통령과 직간접적인 관련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케네스 로스 HRW 사무총장은 "유엔이 반군 장악 지역의 절박한 주민들을 돕는다는 명목 아래 그들을 겨냥하고 있는 시리아 정권의 전쟁범죄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리걸 액션 월드와이드(LAW)'의 설립자이자 사무총장인 안토니아 멀베이(Antonia Mulvey)는 "유엔의 행동은 실용주의와 원칙주의가 충돌하는 사례다. 기본적인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거의 매번 지키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사드 정권의 통제 밖의 지역에서 100여개의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시리안 아메리칸 메디컬 소사이어티(SAMS)' 관계자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국방부는 혈액은행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활동가들과 의료진들이 봉쇄지역의 야전병원으로 (혈액과 의약품 등) 보급품을 몰래 들여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엔이 미국과 영국 등을 통해 마련한 기금으로 아사드 정권의 혈액은행을 지원한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다. 아사드 정권은 자신들의 잔학행위로 인해 발생한 민간인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보급품을 몰래 들여오려 했던 의료진과 활동가들을 고문하거나 살해하고 있다"라고 탄식했다.

시리아의 여러 정파 간 대화를 조율하고 있는 샤이크 그룹(Shaikh Group)의 설립자인 샤이크는 코피 아난 사무총장 당시 유엔에서 일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아난 사무총장 시절 유엔이 르완다 지원 문제와 관련된 청문회를 열었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시리아의 경우에도 청문회를 통해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기문 총장은 르완다 당시와 유사한 일을 할 필요가 있다. 시리아에서 행하고 있는 유엔의 노력들이 불신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유엔 전체를 비난할 수 없다. 시리아의 상황은 아주 복잡하다. 유엔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기문 총장이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시리아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유엔의) 시스템이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 그 기간은 2011년 3월~2016년 12월까지를 포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의 한 고위 외교관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러시아 등 시리아 정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나라들이 아사드 정권에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엔이 시리아에서 보다 자유롭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시리아 내전이 6년째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유엔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그는 "아사드 정권과 연계돼 있을지도 모르는 기업들과 거래를 할 것인가 아니면 구호활동을 하지 않고 민간인들을 그냥 방치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을 직면했을 때 선택은 분명하다. 우리의 임무는 민간인들을 돕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엔이 미국 혹은 EU의 제재를 따라야 하는 기구가 아님을 지적했다. 유엔의 제재안을 지키면 된다는 것이다.

유니세프는 시리아에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아사드 정권과 함께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사드 정권이 싫지만 죽어가는 아이들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시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구호기구들이 매일 직면하고 있는 딜레마인 것이다.

유니세프 관계자는 "시리아 어린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정치인들이 평화적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린이들을 그대로 둘 수 없다. 어린이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 모든 일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29일 가디언은 시리아 내전이 발생한 2011년 이후 시리아 구호와 관련된 유엔의 계약 수백 건을 분석한 결과 시리아 정부 기관과 아사드 일가가 세운 자선단체에 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아사드 대통령의 부인 아스마 알 아사드와 사촌 라미 마크루프가 세운 자선단체가 포함됐다. 마크루프는 지난 4월 '파나마 페이퍼' 명단에도 오른 인물이다.

미국과 EU의 제재를 받고 있는 사업가와 기업도 유엔의 자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과 EU는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며 정권 인사와 주요 기업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지원 사례는 유엔이 시리아의 농업을 살리기 위해 관련 정부 부처에 1300만 달러(약 145억 원) 이상을 준 경우이다. 지원금을 받은 부처는 EU가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래 금지 대상으로 지정한 곳이다.

유엔은 최소 400만 달러(약 45억 원)를 시리아 정부가 운영하는 연료 공급 업체에도 지원했다. 이 업체 역시 EU가 제재 대상에 포함한 곳이다. 유엔 산하 기관 2곳은 아사드 여사가 세운 자선단체 '시리아 트러스트'에 850만 달러(약 95억 원)를 지원했다. 아사드 여사는 미국과 EU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인물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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