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배에 탑승하고 있던 아이들이 찍은 동영상, 그 두 번째 편지를 전해드린바 있습니다. 고 박예슬 양이 남긴 동영상이었죠. 이 동영상을 면밀히 분석해봤습니다. 동영상에는 탈출하라는 내용 없이 구명조끼를 확인하라는 방송만 나오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 시간 진도 관제센터와의 교신에서 세월호가 방송이 불가능하다고 한 말은 거짓말이 됩니다.
박진규 기자입니다.
[기자]
사고 당일 오전 9시 23분, 진도 관제센터는 세월호를 향해 방송을 지시합니다.
[진도연안VTS : 경비정 도착 15분 전입니다. 방송하셔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착용토록 하세요.]
하지만 세월호의 답변은 방송 불가였습니다.
[세월호 : 현재 방송도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진도 관제센터는 육성으로라도 전파하라고 지시합니다.
[진도연안VTS : 방송이 안 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셔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및 두껍게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조치 바랍니다. 승객 탈출시킬지 빨리 결정을 내리십시오.]
하지만 방송이 불가능하다는 항해사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고 박예슬 양이 휴대전화로 남긴 영상에 9시 38분 안내방송이 또렷이 들립니다.
[현재 구명동의를 착용하신 승객분들께서는 현재 구명동의 내에 끈이 제대로 묶여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조타실에서 방송이 안 됐다고 해도 객실 쪽 방송을 얼마든 활용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는 게 드러난 겁니다.
퇴선 명령을 내렸다는 이준석 선장의 주장도 신빙성이 의심됩니다.
[이준석/세월호 선장(지난 19일) : (승객들에게는 왜 퇴선명령 안 내리셨죠?) 퇴선 명령 내렸습니다. (그런데 방송은 선실에 있으라고 나왔단 말입니다.) 그 당시는 구조선이 아직 도착을 안 해서 그랬던 겁니다.]
해경 123정이 세월호 바로 옆에 도착한 시간은 9시 35분입니다.
휴대전화 영상에도 헬기가 도착한 게 확인됩니다.
[헬리콥터가 와.]
이 선장 주장대로라면 구조선이 도착한 이 때부터 퇴선 방송이 나와야 하지만 9시 38분 영상에도 구명동의를 확인하라는 지시 뿐입니다.
[현재 구명동의를 착용하신 승객분들께서는 현재 구명동의 내에 끈이 제대로 묶여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학생들은 복도에 나란히 누워 방송에 귀를 기울이며 대기할 뿐입니다.
선장과 1등 항해사를 비롯한 승무원들은 9시 46분 가장 먼저 배를 탈출했습니다.
승객들에게 대기하라는 방송에 고의성은 없었는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