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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라이벌 모드' 삼성-LG, 감정을 쌓아가다

입력 2013-09-0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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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라이벌 모드' 삼성-LG, 감정을 쌓아가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계 라이벌인 삼성과 LG는 프로야구에선 라이벌 의식이 옅어졌다. 최근 10년간 두 팀의 전력 차가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삼성은 2000년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다섯 차례나 차지한 반면, LG는 최근 10년간 포스트시즌조차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2년 한국시리즈 명승부를 연출했던 두 팀은 시즌 막판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10년이 지난 올해 라이벌 관계를 회복,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LG, 라이벌로 올라서다

올해 프로야구의 가장 큰 화제는 '진격의 LG'다. DTD(Down team down: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의 상징이었던 LG는 시즌 중반 정반대로 아래에서부터 한 계단씩 올라왔다. 주장 이병규(39·9번)를 중심으로 박용택(34) 정성훈(33) 이진영(33) 등 베테랑과 신예들의 조화로 과거 모래알 같았던 팀웍이 짜임새를 갖췄다. 마운드도 우규민(28·9승) 류제국(30·8승) 신정락(26·7승)의 선발진 가세로 탄탄해졌다.

9일 현재 LG는 디펜딩 챔피언 삼성에 팀 타율(0.285-0.281), 팀 평균자책점(3.69-4.04) 모두 성적이 낫다. 맞대결도 8승7패로 한 발 앞서 있다. 시즌 순위표도 LG가 삼성을 1경기 차이로 2위로 밀어냈다. 정규 시즌에서 LG가 삼성보다 위에 있었던 것은 1997년이 마지막이었다.

삼성-LG, 거듭되는 악연

지난해 겨울 삼성과 LG는 3:3 트레이드를 실시, 지난 23년 동안 양팀 사이에 금기시됐던 트레이드 불문율을 깼다. 재계 라이벌인 두 그룹의 경쟁 의식 탓인지 1990년 LG가 MBC를 인수한 이후 두 팀 사이에서 트레이드는 한 차례도 없었다. 이례적인 합의로 우호관계였던 두 팀은 8월부터 한달 가까이 선두 경쟁을 펼치고, 15차전까지 오면서 이런저런 악연까지 얽히고 있다.

삼성 조동찬(30)은 8월 13일 대구 경기에서 3루 땅볼을 치고 전력질주하다 LG 1루수 문선재(23)와 충돌했다. 왼 무릎 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 FA(프리 에이전트) 자격 취득도 무산됐다. 8일 잠실 경기에선 삼성 배영섭(27)이 LG 리즈(30)의 155㎞ 강속구에 헬멧을 맞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CT 검진 결과 큰 이상은 없었은 아찔한 장면이었다. 앞서 7일 경기 후 삼성 배영수(32)는 구단버스로 이동하다 LG팬에게 뒤통수를 얻어맞는 봉변을 당한 일도 있다.

LG는 경기 도중 일어난 사고는 고의성이 없는 부상이라는 반응, 당사자들은 사과로 미안함을 표현했다. 문선재는 조동찬에게 사과했고, 리즈는 경기 후 "배영섭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리즈는 올 시즌 사구 1위(20개)다. 유독 LG전에 잇따른 부상으로 삼성팬들의 감정은 들끓고 있다.

최종전과 포스트시즌

삼성은 7~8일 맞대결에 앞서 내부미팅을 열고 '한국시리즈 모드'를 주문, 정신 재무장을 하고 총력전을 펼쳤다. 1승1패, 서로 크게 아쉬울 것은 없지만 리즈에게 사구 2개를 맞은 삼성이 감정적인 손해를 본 셈이다.

삼성과 LG는 오는 29일 잠실에서 시즌 16차전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8일 경기 후 양팀 주장 최형우(삼성)와 이병규(LG)가 귓속말을 나누며 감정 정리했지만, 최종전은 가슴 속에 날이 선 자존심을 품은 전쟁이 될 것이다. 1위 자리를 위해서도 치열할 수 밖에 없다. 만약 2002년 이후 11년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만난다면, 역대 가장 뜨거운 시리즈가 기대된다.

한용섭 기자 oran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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