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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반박 대신 '정쟁' 프레임으로 치환?…여론전 나서나

입력 2018-01-17 20:34 수정 2018-01-1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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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여러가지 법적인 의혹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으면서 이번 사건을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했다고 보여집니다. 정치부 서복현 기자와 한걸음 더 들어가겠습니다.

정작 궁금한 것들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검찰 수사에 대한 해명은 구체적인 게 전혀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기자]

오늘 발표는 13문장 정도 됐는데요. 그런데 검찰이 수사 중인 다스의 실소유주, 그리고 국정원 특수활동비 개입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단 한줄도 없었습니다.

[앵커]

어제만 해도 보도자료까지 내놓고 국정원 특활비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잖아요? 대응이 바뀐 건가요?

[기자]

어제 이 전 대통령 측은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이 이 전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보도에 대해 "기조실장은 독대 보고할 위치도 아니다"며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그런데 보도자료 배포 몇 시간 후에 김백준 전 기획관과 김진모 전 비서관이 구속됐습니다. 그리고 독대에 대해선 김주성 전 실장 외에 류우익 전 비서실장까지 검찰에 인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박이 무색해졌습니다.

이렇게 검찰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반박할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수사에 대해서 한 말이 있다면 '자신에게 직접 물으라'는 건데, 수사적인 표현인지 뭔지 궁금합니다.

[기자]

오늘 발언에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제게 있다"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 이렇게 얘기했는데요. 사실 국정원 특활비, 다스 실소유주 수사는 이 전 대통령이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고 검찰은 이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수사에 대한 해명은 없는 대신 들고 나온 것이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보이는군요. 보수 궤멸이란 얘기도 했고, 가장 눈에 띈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언급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이 전 대통령이 발언한 단어들을 보면요.

역사 뒤집기, 보복정치, 보수궤멸, 정치공작,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러니까 쓸 수 있는 단어들을 최대한 동원해서 정치 수사 프레임을 들고 나왔습니다. 검찰 수사, 그러니까 팩트에 대한 대응보다는 수사 자체를 비판하고 더 나아가 정치보복의 피해자라는 점까지 강조했습니다.

[앵커]

아무튼 오늘 여러가지 발언 중에 가장 눈에 띈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수궤멸을 언급했습니다. 이것이 오늘 발표의 의도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드는군요.

[기자]

자유한국당, 그리고 일부 보수층에서 제기하는 것이 바로 정치 보복 프레임입니다. 이 전 대통령이 같은 맥락에서 언급한 건 보수층, 그 중에서도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는 일종의 여론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수의 여론조사를 보면 이번 사건은 적폐청산의 하나로 보고 있고 또 이 전 대통령도 의혹이 있다면 조사를 받아야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체적 진실이냐 아니냐 보다는 판을 보수 대 진보의 반반 구도로 가져가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그 의도대로 되느냐는 검찰 수사에 달려있겠군요?

[기자]

검찰은 로드맵을 가지고 수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김백준 전 기획관 등이 구속된 건 혐의가 소명됐다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중요한 건 증거라는 얘기죠.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의혹 해명보다는 여론적을 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예를 들면 "태극기 집회에 대해 촛불집회 두배도 넘는다,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는 큰 영향이 없었습니다.

[앵커]

오늘 한 얘기 중에 4대강,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를 수사했지만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는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투명성을 강조한 것이지요. 사실 관계를 따져보면 아직 수사 안 한 것도 많잖아요.

[기자]

일단 사실 관계부터 얘기하면 4대강은 지금도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입니다.

자원외교는 앞장 선 공기업들이 막대한 손실을 봤고 파산 위기에 몰린 곳도 있습니다. 제2롯데월드는 제대로 검찰 수사가 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이미 임기 중에도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측근들이 구속되면서 직접 사과까지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이명박/전 대통령(2012년 7월) : 제 가까이에서 이런 참으로 실망을 금치 못할 일들이 일어났으니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사과했는데요. 퇴임 한달 전인 2013년 1월 최시중 전 위원장 등 측근에 대해서 대대적인 특별사면까지 해주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앵커]

오늘 끝부분에는 평창올림픽 얘기도 했습니다?

[기자]

네, 발표를 끝내는 듯 하다가 "평창 올림픽을 어렵게 유치했다" "국민 모두가 총 단합해서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 국격을 높일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자신의 임기 중에 평창올림픽이 유치된 것에 대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검찰 수사가 평창올림픽 기간 중에도 있을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앵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시기적으로 그렇게 들어가니까요. 서복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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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10초 간의 회견 동안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으면서 이번 사건을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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