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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그 많던 전복은 어디로…제주 어촌계 '시름'

입력 2020-06-0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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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 서귀포 앞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어민과 해녀들의 시름이 요즘 깊습니다. 환경이 파괴되면서 바다 상황이 안 좋아지자 이들 역시 영향을 받는 겁니다. 최근엔 어민들의 주수입원이었던 전복이 13년 만에 대량 폐사하기도 했습니다.

밀착카메라 서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용암이 지나간 곳이 계곡을 이뤄 바다와 만난 모양, 보트를 타고 경치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절경으로 유명한 제주도 쇠소깍입니다.

쇠소깍이 보이는 이곳 하효항에서 곧 배가 출발합니다.

바다의 날을 맞아서 잠수부들이 쓰레기와 불가사리를 수거하러 가는 작업인데요, 저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비가 오는 날씨지만, 예정대로 배가 출발합니다.

어민들 요청에 주변 잠수부들이 나선 겁니다.

[여기서 떨어진다고? (잠수한다고?) (여기다 담아오시는 거예요?) 네네, 많이 기대는 말아야 돼.]

입수를 시작하고 잠수부들이 금방 모습을 감춥니다.

수중 카메라로 살펴보니, 바위 곳곳에 불가사리들이 널려 있습니다.

하나씩 떼어 망에 담습니다.

어민들이 불가사리잡이에 나선 건 바다에 살던 전복이 껍데기만 남고 자취를 감췄기 때문입니다.

불가사리는 전복과 같은 해산물을 먹어 치워 해적생물로 지정됐습니다.

[김민수/제주 효돈바다사랑동호회 : 암초 같은데 그냥 붙어있어요. 떼기 편한데 붙어있으니까, 돌 사이사이.]

바닷속에선 해조류는 보이지 않고, 탁한 색깔로 변한 암초들만 눈에 띕니다.

백화현상 초기 증상, 즉 사막화입니다.

전복이 제대로 자랄 수 없습니다.

바다에서 방금 건져 올린 그물들에 제 손바닥보다 큰 크기 불가사리들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여기엔 또 특이한 것들이 들어있는데 제가 뭔지 좀 꺼내 볼게요.

골프공인데요.

해조류가 이렇게 묻어있는데, 손가락으로 지워봐도 잘 지워지지 않는 걸 보면 바다에 상당히 오랫동안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민수/제주 효돈바다사랑동호회 : 처음엔 뭔가 싶어서 봤는데 가까이서 들어보니까 골프공이더라고.]

전복이 자취를 감춘 건 여기뿐만 아닙니다.

10분 거리의 다른 어장, 이번 봄철에 전복이 대량으로 썩거나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죽어가는 전복은 한눈에 봐도 건강한 것과 차이가 선명합니다.

[고승철/제주 서귀포시 법환어촌계장 : 이런 데가 오므라 들어서 죽을 정도로 돼 있잖아요. 이렇게 움직이고 해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싹 차있어야 하는데.]

제주해양수산연구원에선 전복의 먹이인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전복도 함께 사라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바다가 오염되고 수온이 높아지면서 생태계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전복 채취의 어려움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건 해녀들입니다.

[오영애/제주 서귀포시 하효동 해녀회장 : 이 속에다 문어나 전복 같은 것 따로 놓고 그랬어. (이건 요즘은 쓸 일이 별로 없겠네요.) 그래도 갖고 다녀요, 혹시나 해서.]

1kg 당 10만 원 정도를 받고 팔 수 있었던 전복은 해녀들의 주요 수입원입니다.

얕은 바다에선 자취를 감춰버리는 바람에 해녀들은 혹시나 하고 더 먼 바다로 나가봅니다.

[강인옥/하효어촌계 해녀 : 이쪽으로 나가야 되는데, 좀 이따가. 지금은 물살이 세서 못 나가고. 저쪽으로 가야 소라도 많고 전복도 있고. 저기 가야 물건을 잡아.]

다른 해산물이라도 잡아서 팔아보려 하지만, 그마저도 요즘은 어려워졌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수출길이 막힌 것입니다.

[고은희/법환어촌계 해녀 : 힘들어요, 우리 진짜 물질도. 일본에서 먹질 않으니까. 작년부턴 한 달에 잘해봐야 엿새? 그 정도밖에 물질 못 하고 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엔 해양 쓰레기까지 바다와 해녀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폐타이어에 그물, 의자까지 하효항에서만 쓰레기 70톤이 나왔습니다.

[한삼용/제주 효돈바다사랑동호회장 : 없는 게 없어요, 보면. 먹다남은 빈 병, 낚시꾼들이 버린 그런 거나. 상당히 종류가 다양하니까.]

수심 20m까지 숨을 참고 들어갔다가 2분 만에 나왔다 들어가는 해녀들에게 바다 속 쓰레기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오영애/제주 서귀포시 하효동 해녀회장 : 우리 무리가 들어갔을 땐 위험하고, 오리발에 걸릴까봐 조바심도 가질 수 있잖아요. 뭍에서보다 바다에서 볼 땐 더 무서워 더 크게 보이고.]

오염이 될 대로 된 바다에서 해녀들은 오늘(1일)도 물질을 하러 나갑니다.

[김숙순/제주 서귀포시 태흥3리 어촌계장 : 당연히 힘든 건 있죠. 그래도 지금까지 물질 평생 하면서 살아왔고 천직으로 알아서. 후대를 위해서 바다어장이 살아나야 하지 않나…]

어제는 스물다섯 번째 바다의 날이었습니다.

사라지는 전복들.

바다는 이미 스스로 상당히 황폐화됐다고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영상디자인 : 조성혜 /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인턴기자 :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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