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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일본 사회, 관용을 잃어가고 있어"

입력 2016-07-28 21:38 수정 2016-07-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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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목요일의 대중문화 인터뷰. 오늘(28일)은 일본의 영화감독 한 분을 모셨습니다. 굉장히 반가워하실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베니스영화제에서는 이 감독의 데뷔작을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데뷔작'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고, 또 여러분께서 잘 아시는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감독의 영화를 온 세계 사람들이 다 봤으면 좋겠다" 극찬을 아끼지 않은 바로 그 감독. 한국에는 그동안 오셨겠습니다만 방송사 스튜디오를 찾아서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갖는 건 저희 뉴스룸이 처음인데 일본 영화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제 옆에 모셨습니다. 어서오시죠. 반갑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 :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앵커]

<태풍이 지나가고="">가 개봉을 했습니다. 그리고 데뷔작인 <환상의 빛="">도 현재 상영 중이고… 데뷔작이지만 처음으로 극장에서 개봉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걸어도 걸어도="">까지 재개봉을 하면 올 여름에 3편의 영화가 전부 다 한국 팬들과 만나게 되는 건데 우리 히로카즈 감독의 시작, 중간, 그리고 현재 모두를 보여주는 작품들인 것 같습니다. 감회가 특별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 : 한 작품만 상영돼도 큰 영광일 것 같은데요. 이러한 형태로 제 커리어를 거슬러 올라가서 제게도 매우 소중했던 작품 세 편이 동시에 개봉이 되는 것은 큰 경험이고 굉장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앵커]

이번에 개봉된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는 히로카즈 감독의 열 한번 째 장편 영화입니다. 전작들하고 마찬가지로 이제 가족 중심의 영화랄까? 가족을 주제로 했는데 다만 이번에는 한 인물에 특별히 집중을 한 것 같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직접 감독께서 소개를 해 주실 수 있을까요?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 : 주인공은 인기 없는 작가인데요, 데뷔했을 때 작은 상을 받은 이후 15년 동안 소설을 전혀 쓰지 못한 곧 오십을 앞두고 있는 작가입니다. 주인공의 가족들, 그러니까 이혼한 전처와 그 아들, 그리고 도쿄 교외의 한 연립 아파트 단지에서 혼자 살고 있는 어머니. 이렇게 네 명이 태풍이 휘몰아친 어느 날, 함께 보낸 하룻밤을 중심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앵커]

어찌 보면 주인공 남자는 그냥 속세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실패한 남자'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는데, 이 사람을 통해서 던지고 싶었던 화두, 이런 게 있을까요?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 : 이 영화를 만들려고 했을 때 처음 썼던 첫 한 줄은 "모두가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된 것은 아니다"였습니다.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를 떠올렸을 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본인이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사셨을까? 당신이 원하는 어른이 되셨을까? 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이렇게 말이죠. 제가 아버지가 되었을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생각했던 한 줄이었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본인이 꿈꾸었던 미래에 도달하지 못한 채 현실을 살고 있어요. 그 중에는 포기를 한 사람도 있고 받아들이고 현재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죠. 또 포기하지 않고 몸부림치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 여러 삶의 형태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앵커]

예. 영화 속에는 오래된 연립 아파트 단지가 나오는데 거기가 이제 배경입니다. 그런데 거기가 바로 히로카즈 감독이 사셨던 곳이라면서요? 어렸을 때부터 청년기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 : 맞습니다. 9살부터 28살까지 19년간 제가 살았던 단지이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집 구조는 제가 실제로 살았던 집 구조와 똑같습니다.]

[앵커]

특별히 거길 고른 이유가 있습니까?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 :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다른 아파트 단지는 촬영 허가가 나오지 않았거든요. 다른 곳은 촬영 허가를 받기가 어려워서요. 결과적으로 제가 살았던 단지에서만 허가가 났던 것이 그 이유입니다. 하지만 극본을 쓸 때 제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것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실제 제가 살았던 단지거든요. 산책길이나 버스정류장도요. 결과적으로 썼던 극본과 실제 영화 속 풍경이 거의 차이가 없어서 상상했던 대로의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근데 가족영화를 앞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가 뭔가요?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 : 60살이 지날 즈음에 조금 다른 관점에서 가족에 대해서 다시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 영화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성취감이라고 하면 거창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충실감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 이상의 작품을 만들기 힘들 것 같아요. 제가 조금 더 감독으로서 성장한 이후에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앵커]

대개 가족이나 죽음을 다루다 보면 이렇게… 모르겠습니다. 좀 신파적인 요소 이런 것들이 좀 들어가곤 하는데, 근데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을 보면 어떤 '감정을 폭발시킨다'라든가 하는 신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건 뭐랄까요, 슬픔 이런 것과 늘 일정한 거리를 두는 그런 감독의 계산인가요?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 : 글쎄요. 이번 작품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자전적인 요소가 반영되거나 아니면 제 친어머니를 생각하며 '어머니'란 인물을 묘사하다 보면 감정적으로 되기가 쉬워요. 그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감정 과잉이 될 수 있죠. 때문에 제 스스로 슬픈 감정에서 출발한 영화일수록 반대로 웃을 수 있는 요소를 많이 넣는다거나 냉정하게 묘사를 하려고 항상 의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 커리어가 다큐멘터리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감독으로서 등장인물에게 감정을 일체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비록 내가 만든 캐릭터라 하더라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찰을 하는 형태죠. 촬영 현장에서 배우가 연기하는 그 역할을 관찰하는 입장에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앵커]

예. 다큐 감독으로 출발을 하셨다는 말씀을 하니까 저희들이 다 알고 있긴 하지만 그러니까 더 이해가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그 다른 질문이긴 합니다. 그러니까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통해서 일본사회를 들여다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요즘 일본사회, 뭐 우리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일단 드러나는 사건들을 보면 뭐 엊그제 장애인들을 한꺼번에 살해한 사건도 있었고 혹시 어떤 그 일본사회의 이런 문제들이 왜 발생한다고 보는지 대개 사회적 병폐현상으로 설명되긴 합니다만, 영화감독으로써의 시각은 어떤지도 좀 궁금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 : 요즘 일본 사회가 관용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인 약자들이 더욱 약한 사람들에게 창을 겨누고 있어요. 자신보다 더 약한 사람들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그것이 허용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혐오 발언도 같은 맥락이고요. 이런 사회를 만든 것은 우리의 책임일 겁니다. 이런 현상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가, 단순히 범죄자를 배제하고 격리해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이 된 사회적 요인을 파악해가는 것. 저는 영화감독으로서 또 방송인으로서 필요한 태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앵커]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우리 한국영화계의 주요 이슈 중에 하나는 역시 부산국제영화제인데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그 이슈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하네요.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 : 저도 부산영화제를 사랑하는 영화인의 한사람으로서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지하고 계속 열릴 수 있기를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한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영화가 공권력의 개입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독립한 형태로 표현의 자유를 지킬 수 있을지, 이것은 하나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영화인으로서 계속 싸워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이에 대항해서 싸우고 있는 영화인들과 국경을 넘어 문화를 넘어 연대해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예. 알겠습니다. 자 지금까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일본영화의 대표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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