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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불에 탄 나무들 그대로…아물지 않는 '상처'

입력 2020-07-3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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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30일) 밀착카메라는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 여전히 남아있는 아물지 않은 상처들을 들여다보겠습니다. 특히 작년 산불로 피해가 컸던 강원도 지역을 볼 텐데요. 불타서 없어지는 건 순간이었지만 나무들이 다 자라서 우리가 알던 우거진 숲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반세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서효정 기자가 돌아보고 왔습니다.

[기자]

산이 많은 강원도에 풀이 무성한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갈래갈래 나 있는 좁은 흙길이 보입니다.

불에 탄 나무들을 잘라 운반했던 임시 도로입니다.

대형 산불에도 살아남은 나무가 한두 그루씩 보입니다.

작년 4월에 산불이 휩쓸고 간 현장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푸르스름하게 변해서 회복이 된 것처럼 보이는데요.

가까이서 보면 풀들만 남아있고 나무는 온데간데없습니다.

흔적만 남아있는데, 불에 탄 나무가 잘려나간 밑동만 남아있습니다.

[이주식/강릉국유림관리소장 : (나이가) 50년 정도 되지 않을까. 이번에 불에 타서 제거하게 된 나무죠.]

축구장 155개 면적의 산이 불로 사라진 강릉 옥계면 일대, 불은 1년 반 전에 꺼졌지만 마을은 아직도 상처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며칠 전 내린 비에 곳곳이 무너지고 쓰러졌습니다.

물을 막는 사방댐 공사 현장에서도 시뻘건 흙이 다 드러났습니다.

[현장 관계자 : 비 오는 날 폭포가 돼 폭포, 물이. 무너진 데 있잖아요, 요번 비에 저기가 무너진 거예요, 지금.]

나무가 없어서입니다.

오래된 나무는 뿌리로 흙을 잡아주고, 폭우로 빠르게 내려오는 빗물의 속도를 줄여주는데 그러지 못해 비와 함께 산이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엄청난 양의 토사는 마을도 위협합니다.

산사태를 막기 위한 응급조치도 민둥산엔 별 소용이 없습니다.

[김영기/강원 강릉시 남양2리 이장 : 차 못 다녔어요. 포클레인 와서 치워가지고 다녔잖아. 여기만 아니라 저 밑에도 다 그랬잖아.]

강원도와 산림당국은 지난해 산불 피해지에 빠른 시일 안에 나무를 다시 심기로 했습니다.

산사태 같은 2차 재해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날도 산에 숲을 조성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곳곳에 서 있는 흰색 막대를 피해서 풀을 벱니다.

흰색 막대는 나무를 심어놨다는 표시입니다.

[이주식/강릉국유림관리소장 : (어릴 땐) 나무보다 풀이 굉장히 더 크기 때문에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양분을 풀이 가져간다고 보시면 돼요.]

1살짜리 소나무는 풀보다도 키가 작습니다.

이 나무를 심고 주변 풀을 베며 3년에서 5년 정도 관리해줘야 합니다.

사뭇 길어 보이는 강원도의 산림 복구작업, 하지만 아직 첫 단추를 끼웠다고 보기 힘듭니다.

마을을 둘러보면 곳곳에 불에 탄 나무들이 아직까지도 방치돼 있습니다.

주인이 있는 땅이 대부분이라 첫 단계인 벌채 작업부터 막힌 것입니다.

[탁학원/강원 고성군 성천리 : 나무 안 베어 간 데도 많아요, 저거 봐요. 저거 나무 다 안 베어 갔잖아? 군에다가 위탁해 놨으면 빨리 다 베어 갔을 텐데…]

숲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발목을 잡는 건 또 있습니다.

새로운 나무를 수급하는 데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불에 탄 나무를 이렇게 베어서 모아놨는데요.

베어낸 자리에 심을 큰 묘목을 대량으로 구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로변이나 마을 근처엔 보통 관상용으로 조금 자란 나무를 심는데, 구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강릉시 산림과 관계자 : 워낙에 대형으로 산불이 나가지고 (심어야 할) 면적이 엄청나게 많이 발생했어요. 양묘장을 통틀어서 (나무를) 여기저기서 다 끌어모으는 거죠.]

시는 나무 심는 작업을 가을로 미루고, 3년에 걸쳐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나무를 다 심고 나서도 끝이 아닙니다.

동해안을 휩쓴 20년 전의 산불, 강릉에서도 이 일대가 전부 탔습니다.

그로부터 20년, 나무들은 이제 제법 자라서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주식/강릉국유림관리소장 : (소장님은 딱 둘러보면 불난 지역인 걸 아세요?) 일반적인 조림한 지역하고 좀 다르다 보니까 구분할 수 있죠. 묘 뒤에서 쭉 보면 나무 크기가 차이가 나죠. 거기는 산불 피해가 나서 나무가 작은 거고, 그 뒤는 산불 피해 안 입었던 데니까 나무가 크다는 걸 알 수가 있죠.]

산불이 난 지역에 인공적으로 심은 소나무들입니다.

키가 5~6m 정도 되는 것 같은데요, 아직 다 자란 건 아닙니다.

이 소나무가 다 자라려면 30년에서 40년 정도를 더 기다려야 된다고 합니다.

[이주식/강릉국유림관리소장 : 10년 단위 정도로 관리해 주면 되지 않을까. 50년, 60년 정도 더 관리해야겠죠.]

숲이 훼손되면 자연 생태계뿐 아니라 인간의 삶도 위협받습니다.

소나무가 저기 보이는 만큼 자라려면 5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린다고 하는데요.

반세기가 지나야 비로소 산이 울창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겁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산을 지키려는 노력,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산을 살리기 위한 노력, 오늘 당장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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