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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는 탈당이 대세?…'꼬리 자르기·면죄부' 비판

입력 2021-01-08 19:39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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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성폭행 의혹에 휩싸인 김병욱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 21대 국회에서만 의원 6명이 당적을 잃었습니다. 개별 의원이 일단 탈당부터하고 당은 논의를 멈추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죠.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안철수 대표 입당을 겨냥해 시민 여론조사 100% 경선룰을 정했습니다. 일부 후보들은 불만을 표출했다고 하는데요. 박준우 반장이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탈당하겠다. 결백을 밝힌 후 돌아오겠다." 어제(7일) 국민의힘을 자진 탈당한 김병욱 의원의 입장문입니다. 근데 이 문구 데자뷔인가요?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거 같죠?

[박덕흠/무소속 의원 (지난해 9월 23일) : 당에는 더이상 부담 주지 않게 당적을 내려놓는 것이 맞다는 판단을 스스로 했습니다.]

[이상직/무소속 의원 (지난해 9월 24일) : 선당후사의 자세로 더 이상 당에 폐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잠시 당을 떠나 있겠습니다.]

[전봉민/무소속 의원 (지난해 12월 22일) : 저는 이에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 국민의힘의 당적을 내려놓기로 결심을 하였습니다.]

21대 국회가 시작된 지 채 9개월도 안 됐습니다. 하지만 그사이 당적을 잃은 의원은 벌써 6명입니다. 여야 각 3명씩인데요. 하나같이 불법이나 도덕성 의혹이 제기됐던 인물들입니다. '문제가 되면 일단 나가고 본다' 국회의원 필드 매뉴얼에 적힌 공식이라도 되는 걸까요? 다른 점이 있다면 지역구 의원들은 '탈당'을 하고, 비례대표 의원들은 '제명' 처분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비례대표는 탈당이 아니라 당에서 제명돼야 의원직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럼 개인 의원 입장에서 당을 떠나면 큰 불이익이 있을까요? 이건 우리 뉴스룸 팩트체커님이 친절하게 설명해드립니다.

[JTBC '뉴스룸' (지난해 12월 23일) : 무소속이 됐을 뿐, 여전히 '의원님' 신분입니다. 국회의원 특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넓은 사무실부터 보좌진까지 또 불체포, 면책 특권 모두 그대로입니다. 내년에도 이것저것 합쳐서 1억5000만원 정도 수당을 받습니다. 구속되더라도 형이 확정되기 전까진 매달 1000만원 가까이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당적이 없으니 후원금 모집이나 상임위 활동에 제한이 따를 순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입니다. 당 차원에서도 큰 타격은 없습니다. '논란의 인물'이 제발로 나가거나 일단 내보내면 당으로선 급한 불은 끈 셈이니까요.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서로 윈윈인 셈이지요. '꼬리 자르기다', '면죄부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도 탈당을 '임시 대피소'로 쓴 사례는 있습니다. 슬기로운 과탐생활, 바로 시작합니다.

먼저 지난 2016년 자신의 딸을 의원실 인턴으로 채용했단 의혹이 일었던 민주당 서영교 의원. 서 의원은 당이 징계를 최종 의결하기에 전인 그해 7월 탈당했는데요. 이 경우 당규상 원래 5년 안에 복당이 불가하지만 당무위 의결을 통해 2017년 9월, 1년 2개월 만에 돌아왔습니다.

[우원식/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017년 9월 14일) : 우리 서영교 의원님이 입당을 하셔서 오늘 들어와서 처음 인사를… 복당 복당. 그래도 서영교 의원님 일어나서 인사 한번 하시죠.]

[서영교/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7년 9월 14일)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습니다. 더 많이 단단해지고 또 더 많이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2019년 1월에는 목포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손혜원 전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했는데요. 당시 원내대표였던 홍영표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까지 함께 나와 끝까지 손 전 의원을 감싸기도 했었죠.

[홍영표/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019년 1월 20일) : 당으로서는 오늘 당적을 내려놓겠다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만류를 많이 해 왔습니다.]

[손혜원/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9년 1월 20일) : 당에 더 이상 부담 주지 않고 그리고 저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저의 결백에 관련 문제이고 제 인생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해결을 하겠다…]

선배 의원들의 발자취를 따라 임시 대피소행을 선택한 김병욱 의원, '꼬리 자르기'란 비판은 또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의원의 성폭행 의혹이 일자 긴급 비대위를 소집했는데요. 하지만 김 의원이 탈당계를 제출하자 회의를 취소했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어제) : 난 나간 거 그런 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듣고 싶은 생각도 없으니까 별로 그렇게 들은 바는 없어요. 본인이 국회의원 되기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자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게 당에 부담을 주고 생각이 드니까 아마 본인 스스로가 탈당을 한 거 같다고 생각을 해요.]

소속 의원의 성폭행 논란이 지속되면 국민의힘으로서는 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이번 국민의힘 보궐선거 전략은 민주당 소속 전임 서울·부산시장의 성범죄를 부각하는 '성범죄 정당 책임론'이기 때문인데요. 이제 탈당했으니 더는 신경 쓰지 않고 싶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회를 놓칠 여당이 아닙니다. 곧바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가 성명을 내고 "'탈당하면 그만'이라는 꼬리 자르기는 후진 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한 건데요.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국민의힘의 비대위 소집 취소를 문제 삼았습니다. 또,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문제가 있다면 고발 조치를 하는 게 도리"라고 했는데요. 여기서 억울한 사람이 한 명 더 나타났습니다. 바로 민주당 소속 성남분당을 김병욱 의원입니다.

▶ JTBC '아는 형님'

동명이인의 비애라고 할까요? 때아닌 성추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렀습니다.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의원 (음성대역) : 동료의원의 문제라 가급적 언급을 자제할 생각이었는데 피해가 너무 큽니다. 특히 제 지역구 주민들께서 너무 당황하고 계십니다. 그분은 국민의힘 소속이고, 저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입니다. 제 지역구는 분당이고 그 분은 포항입니다.]

논란은 논란이고, 국민의힘은 얼마 남지 않은 보궐선거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그야말로 '선거 머스트 고 온'모드죠. 우선 경선룰부터 확정 지어버렸습니다.

[정진석/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 오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예비 경선에서 당원 투표 20% 시민 여론 조사 80%를 반영한 뒤 본 경선은 시민 여론조사 100%로 하는 방안에 대해서 공관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의결하였습니다.]

본경선을 당원 투표 없이 시민 여론조사 100%로 하겠다는 건 결국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입당 후 경선을 겨냥한 건데요. 지난 6일 새해 인사 겸 안 대표를 만난 김종인 비대위원장, 이 자리에서도 "국민의힘에 입당할 게 아니면 더 이상 얘기할 게 없다. 국민의힘에서 출마할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당의 이런 분위기에 강한 반감을 드러낸 후보도 나왔습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선동 전 의원입니다. 1등만 기억하는 잘못된 경선판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통합 후 경선'이 아니라 '경선 후 단일화'가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선동/전 국민의힘 사무총장 : 우리 당에는 훌륭한 후보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들을 다 버리고 외부에서 정체성 논란이 있는 사람들을 마치 구국의 전사인 양 모셔오겠다는 발상은 당을 망치는 행위이고 당원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생각을 합니다.]

마음을 굳혔다는 나경원 전 의원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현실적으로 안 대표와 단일화가 불가피하지만, 당 경선 먼저 치르는 게 맞다는 거죠.

[나경원/전 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우리 당은 우리 당의 절차 과정을 거치고 그러고 나서 후에 단일화를 하게 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김종인 위원장도 안 대표의 입당 여부를 떠나 반드시 국민의힘 이름으로 후보를 내겠다는 생각이지만요. 이미 출마를 선언한 당 내부 후보들 입장에서는 서운했던 모양입니다. 안 대표도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선 여전히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일단은 김 위원장과 '눈치게임'을 하면서 정책 선거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야권이 계속 '단일화, 단일화' 하니까 이제는 여권에서도 단일화란 말이 나왔는데요. 아직까지는 민주당의 유일한 서울시장 출마 선언 후보죠. 우상호 의원은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과 단일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김진애 의원이) 우리 세력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하는 큰 대의에 대해서는 동의하시는 것으로 저는 전해 듣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답은 (열린민주당과) 통합이고요. 통합이 안 될 경우에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그렇게 가야 되겠죠.]

열린민주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민주당 내에서도 공감대가 크지 않은 상황이긴 한데요. 후보 단일화는 여당으로서 고려해볼 법한 제안이죠. 두 민주당의 결정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오늘 야당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21대 국회는 탈당이 대세?…안철수 입당 노린 경선룰에 국민의힘 내부 반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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