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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지원 끊기자 폐업…홀로 못 선 '청년점포'

입력 2018-01-22 21:42 수정 2018-01-22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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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2015년부터 전국 전통 상업권에 청년들을 주축으로 한 창업 지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년 정도 지났는데 잘 되고 있을까요? 절반 정도가 홀로서기에 실패했습니다.

밀착카메라가 뭐가 문제였는지 취재했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충무로 인쇄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오래된 시장 골목이 나타납니다.

점심시간인데도 식당가 골목은 썰렁하기만 합니다.

폭 2m 남짓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점포들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한때는 100곳 넘는 점포들이 성업 중이 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곳곳에 문을 닫은 가게들이 눈에 띕니다. 그래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고 청년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2016년 6월 이곳에 청년 점포들이 문을 열었습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시장 내 빈 점포에 디자인 업체와 공방, 식당과 수공예품 가게 등 청년 점포 7곳이 들어섰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 절반에 가까운 3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김영길/서울 인현시장 상인 : 비워놓은 가게만 하다 보니 위치가 안 좋다 보니까 장사가 번성을 못하고 젊은 친구들이 다 나갔어요. 안 돼서 나갔죠 결국, 된다면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가죠.]

시장 골목 어귀에 있는 한 청년가게입니다. 그런데 간판이 붙어있던 자리는 흔적만 남아있고요. 내부는 텅 비어 있습니다. 이렇게 입구에는 각종 대출 전단지만 가득 쌓여있는데요. 남아있는 집기류로 봐서는 꽃 공예품과 관련된 창업을 했던 곳으로 추정됩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절반씩 부담해 창업 이후에는 1년간 홍보비용과 임대료 일부를 지원합니다.

하지만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청년 상인들에게 새로운 메뉴 개발이나 제품진열, 마케팅 등 버티고 살아남기 위한 실질적인 도움은 없습니다.

[서울 인현시장 청년상인 : 네 있으면, 아쉽기는 해요. 있으면 좋았을 것 같긴 한데, 그런 게 있으면 어쨌든 도움은 되니까…]

같은 시기 청년점포 10곳이 들어섰던 인천 용현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인천 용현시장 상인 : 이런 가운데 목 좋은 자리에서도 살아남기 힘든데 창업해준다고 뒷골목에 얻어서 1년 월세를 대주면 거기서 어떻게 살아남냐고, 젊은 학생들 다 뺐어 가게…]
 
폐업했거나, 이미 다른 가게로 업종이 바뀐 곳이 대부분입니다.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영업을 계속하던 시장 입구의 한 청년가게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간판도 모두 떨어진 상태고 철문도 굳게 닫혀있습니다. 창문 안쪽을 보면요. 집기류도 모두 치워져 있습니다.

청년점포 폐업률은 40%로 10곳 가운데 4곳은 창업 1년 만에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 : 사후 관리 제도가 전혀 없었어요. 그동안 창업만 시키고, 방치한 부분이 있는데…]

청년 창업자들이 지원 정책만 보고 상권 분석등을 꼼꼼히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오는 4월 청년점포 20여 곳이 들어설 인천 신포시장 인근 골목입니다.

퇴근시간 무렵 관찰카메라로 지켜봤더니, 1시간 동안 거리를 오가는 유동인구는 30명가량밖에 되지 않습니다.

[인천 신포국제시장 인근 상인 : 이게 새로 만든 거예요. 이거. 유동인구는 별로 없습니다. 없는데 이제 유동인구를 좀 만들어보려고 이렇게 시행하는 것 같아요.]

2015년에 시작된 이 지원사업으로 670여 곳의 청년 점포가 생겼고 연말까지 400여 곳이 더 늘어날 예정입니다.

청년 창업과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시작된 청년 지원 사업, 사후관리 강화 등 제대로 된 보완책이 없다면 1년 만에 가게 간판을 내리고 문을 닫는 청년 상인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인턴기자 : 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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