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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이상한 극장'

입력 2018-09-06 21:34 수정 2018-09-07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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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같은 무대에서 절반은 희극을 공연하고, 절반은 비극을 공연하는 이상한 극장"

작가 위화는 갈수록 벌어지는 중국의 빈부격차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희극이라 해서 전부가 즐겁고, 비극이라 해서 온통 슬픈 얘기뿐인 것은 아닐 터이지만 돈이 있고 없고는 우리의 행, 불행…

희와 비를 갈라놓는 기준으로 작용해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요.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그 돈이라는 것은 거의 예외 없이 집이라는 부동산과 치환되어서 그것이 있고 없고는 우리의 행, 불행…

희와 비를 가르는 기준이 돼왔습니다.

"우리 아파트도 7억까지 가봅시다"
"낮은 시세는 신고합시다"
"담합 좀 해도 됩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집값에 편승해서 집을 가진 주민들은 아파트 호가를 올리고 가격을 담합하고 있다는 소식…

평당 1억을 부르는 아파트도 나왔다 하니 누구나 이렇게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반면 집 없는 이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유행어도 등장했습니다.

"영끌 대출"

은행 대출과 사채는 물론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집을 사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용어…

사람들의 마음은 곤두서고 날카로워져서 그 서슬은 정책을 담당하는 이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도 퍼레져서 인가.

"모든 국민들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건 아니다. 살아야 할 이유도 없다…"

이 한 마디가, 그 말이 나온 연유와는 상관없이 하루 종일 사람들 사이에 회자됐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꼭 그곳에 가서 살아야 할 이유들을 역설적으로 더 찾아보게 되었지요.

건강하게 더 오래 산다
병원이 많다
학군이 좋아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
교통이 편해 통근시간이 짧다
이혼율이 낮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을 떠나서…

강남은 단순히 지리적 의미가 아니라 노력해서 열심히 모은다면 보다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먼 희망 같은 곳이라면…

그러나 결국은 다가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 어떤 절망을 상징하는 곳이라면….

그래서 작가 위화의 표현처럼 서울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희극과 비극이 나뉘어져서 공연되는 이상한 극장과 같은 곳이라면…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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