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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김기춘 "박근혜 지시로 강제징용 재판 지연 요구"

입력 2018-08-17 17:37 수정 2018-08-1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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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16일)도 저희가 속보로 다뤘지만요. 2013년 12월 1일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비밀회동 내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책임을 인정한 강제징용 사건의 결론을 바꿔달라고 사법부에 요구를 했다는 것인데요.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은 어디 갔으며, 우리 정부가 나서서 전범기업의 손을 들어주려 했다는,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최 반장 발제에서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사법농단 사건을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오늘 발제도 2013년 12월 1일 일요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당시 직책대로요. 김기춘 비서실장, 윤병세 외교부장관 그리고 차한성 대법관. 이렇게 '3자 회동'이 열렸다고 하죠. 그런데 이 비밀회동 참석자가 1명 더 있었습니다. 바로 황교안 법무부장관 입니다.

아시다시피 국무총리 퇴임 후 전도사 황교안으로 전국 곳곳의 교회를 다니며 신앙 간증을 하고 있을만큼 독실한 개신교 신자입니다. 그런 황교안 장관이 일요일 오전 교회가 아닌 비서실장 공관에 갔다는 것은 그야말로 이 날 회동이 시급한 현안을 다루는 회의와 다름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청와대와 대법원, 법무부와 외교부. 마치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한 관계부처 합동 대책회의와도 같은 회동이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늦춰주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돌려 판결을 번복해 달라"는 취지로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박근혜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었고 "회동 내용을 다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라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게 되죠. 그러니까 이날 회동은 각각 김기춘과 차한성이라는 청와대와 대법원 2인자들이 나선 박근혜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장의 회동과도 다를 바 없었던 겁니다.

청와대가 사법부를 향해 이같은 요청을 한 것은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확정되면 한·일 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검찰은 이날 회동이 있기 두 달 전쯤인 10월, 당시 주일대사였던 이병기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와 외교부에 보고한 문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강제징용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돌려 다시 파기환송해야 한다"라는 제안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또 일부 보도에 따르면 11월 중순 쯤에는 아베 일본 총리가 이병기 전 실장을 만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우려의 뜻을 표했고, 또 이 전 실장은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 윤병세 장관,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서신을 보내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고도 하는데요. 결국 11월 말, 정 총리가 소송진행 상황과 함께 우려를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보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반응, 이러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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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기부 : 최반장

큰일났네~
어떻게 하면 좋아~
하~ 큰일 났네~
이게…그러니까 저거를~
정신 바짝 차리고 안 그러면 다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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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최순실 씨의 반응이었죠. 비슷한 반응이었는데요. 박 전 대통령은 판결이 확정되면 "큰일 나겠다"며 "합리적으로 잘 대처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보고를 받기 불과 며칠 전인 11월 초까지만 해도 일본의 과거사 인식 문제를 비판하면서 한·일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고, 또 그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박근혜/전 대통령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식) : 과거 역사에서 비롯된 고통과 상처를 지금도 안고 살아가고 계신 분들에 대해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책임 있고, 성의 있는 조치를 기대합니다. ]

이렇게 얘기해놓고서는 한·일관계 악화를 우려하고 그때문에 강제징용 재판을 연기 또는 판결을 뒤집으라고 요구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을 바꿀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2012년 5월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이 틀렸다, 배상하라는 취지로 이 사건을 파기환송합니다.

이에 따라 2013년 서울고법과 부산고법은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 또 8000만 원씩 지급하라고 결정합니다. 이에 불복한 전범기업들은 대법원에 재상고를 하죠. 그러나 대법원은 앞서 배상하라고 파기환송을 했고, 이에 배상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에 대법원은 신속하게 판결을 확정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이를 법률용어로 '심리불속행' 이라고 하는데요. 보통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온지 4개월 안에 결정을 하게 됩니다. 전범기업이 재상고 한 게 8월쯤이었으니까 4개월, 그러니까 12월 안에 사건을 끝내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12월 1일, 문제의 비밀회동이 열렸던 겁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5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대법원이 일본의 눈치를 본 청와대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한·일관계 악화를 우려한 것이었다고는 하지만 검찰은 박근혜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세운 뒤, 재판 절차게 개입한 것으로 보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1965년 박정희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3억 달러 무상 지원, 그리고 2억 달러 차관을 받는 대신 우리 정부와 국민 개인에게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됐다라는 협정을 맺습니다. 즉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2인자를 내세워 직접 재판을 챙긴 것은 이를 아버지의 '업적'이라고 여기고, 또 흠집을 남기지 않기 위한 의도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말 일본으로부터 10억 엔을 받고, 일본과 위안부 합의를 맺는데요. 그리고 이듬해부터는 일본의 과거사 인식 문제에 대한 비판이 사라졌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 : 한일 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미래 지향적인 관계는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요?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김기춘 "박근혜 지시로 강제징용 재판 지연 요구"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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