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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국정원장의 왜곡된 피아식별장치는…'

입력 2017-07-25 22:13 수정 2017-07-2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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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의 기본은 피아. 즉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는 일이겠죠.

나를 향해 다가오는 상대방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인식하지 못한다면 결과는 어찌 될 것인가.

그래서 어제(24일) 오늘 뉴스룸이 전해드리고 있는 보도는 보는 이들에게 아찔한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한미가 서로 속도를 맞춰서 진행해야 할 전투기의 피아식별장비 교체작업이 합참의 늑장조치 탓에 우리만 늦어지게 되었다는 소식.

그리고 여기 또 다른 한물간 구식의 피아식별장치가 있습니다.

어찌 보면 구식이라기보단 아예 잘못 설정된 식별장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북 심리전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에 대한 심리전이 중요하다"

그는 식별해야 할 상대를 거꾸로 택하고 있었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적군과 아군을 분리하고 적군으로 분리된 국민은 개조해야 할 타깃이 됐던 어두웠던 세상.

그 심리전에서는 방해가 되는 언론 또한 여지없이 그의 왜곡된 피아식별장치에 걸려들었습니다.

"매체를 없애버릴 공작을 하든지…잘못할 때마다 쥐어 패는 게 정보기관이 할 일이다"

이른바 원세훈 녹취록 완전판을 공개한 검찰은 이렇게 평했습니다.

"정부와 비판 세력을 피아(彼我) 구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가 문제의 피아식별장치를 한껏 활용했던 당시의 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였고, 그 정부를 이어 받은 박근혜 정부의 피아식별장치도 전 정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을 우리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봤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재판을 통해서 확인하고 있는 중입니다.

역사에 가정은 필요 없다지만 만일 시대착오적 피아식별장치를 탑재한 채 국민을 상대로 질주했던 그의 무모한 전투가 온전히 실패했더라면 그 이후에 벌어진 정상의 비정상화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가 복무했던 시대의 위정자들은 그것을 이용했고, 다음 시대의 위정자들은 그것을 계승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겨울 광장이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 것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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