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날씨가 풀리면서 놀이터로 나가 뛰어 노는 아이들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아이들이 뛰 놀 수 없는 곳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들어갈 수 없는 놀이터, 요즘 아파트 단지에서 많이 보입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밀착카메라가 따라가봤습니다.
강신후 기자입니다.
[기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데요. 어떤 놀이터는 아예 들어가는 것 조차 안된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서울 아파트 단지의 한 놀이터.
출입구 곳곳이 막혀 있습니다.
또 다른 아파트 내 놀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놀이터가 전국에 무려 2000곳이 넘습니다.
[A 아파트 거주 어린이 : 막는 게 좀 이상한 거 같아요.]
[A 아파트 주민 : 왜 이거를 어린이 놀이터 앞에서 아이들 호기심을 자극해서 아이들이 막 이 속으로 들어가려고 그러고….]
이 곳도 폐쇄된 놀이터입니다.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있습니다.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네를 올려서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기구마다 테이프를 촘촘히 둘러쳐 시설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놀이터 안전사고가 늘면서 정부는 2008년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을 시행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7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정부의 규정에 맞게 보수가 되지 않은 놀이터는 사용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신현환 검사과장/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 (과장님 여느 놀이기구와 차이가 없는거 같은데 어떤 문제가 있나요?) 여기 미끄럼틀이 각도가 5도 이상 넘어서 바로 미끄러져 다칠 위험이 있고요. 목을 형상화한 기구인데 이렇게 끼일 수 있어요. 턱을 한번 재보실래요? 700mm 가 넘어야 하는데요. 그러지 않으면 아이들은 머리가 무거워서 넘어갈 수 있어요.]
이것은 아이들의 손과 발, 이것은 머리 크기에 맞는 탐침구인데요.
이렇게 손과 발이 빠질 틈이 생기면 안됩니다. 그리고 여기를 보시면 머리가 빠져나갈 수 없어 위험합니다.
안정인증을 받지 않은 페인트 성분은 피부가 연한 아이들에게 질병을 유발할 수 있고, 그네와 줄오르기도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세세한 기준을 알지도 알 수 도 없는 아이들은 놀이터 앞을 서성이기만 합니다.
[B 아파트 거주 어린이 : 여기 못 놀게 하니까. 2단지까지 가야 해서 조금 안 좋아요.]
이 때문에 놀이터가 열려 있는 이웃 아파트로 가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특히 새로 지어진 아파트는 최신식 놀이기구로 꾸며져 놀이터가 사라진 아이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큽니다.
놀이터를 잃은 아이들은 이렇게 놀이터가 열린 이웃 아파트로 넘어오기도 합니다. 이렇다보니 여기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안내문까지 붙었습니다.
[C 아파트 거주 어린이 : 원래 새로운 곳이 더 넓고 좋은데, 어쩔 수 없이 가야 되니까.]
[C 아파트 거주 어린이 : 친구들이랑 놀 수 있어야 되니까 다른 아파트 친구들도 좀 놀게 해주세요.]
이렇게 놀이터를 막아놓다 보니 이들이 밖으로 나가게 되고 자칫 도로로까지 나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D 아파트 거주 어린이 : 놀이터가 폐쇄돼서 놀이터에서 놀고 싶은데. 놀이터가 폐쇄되니까 여기에서 축구를 할 수밖에 없어요.]
[D 아파트 거주 어린이 : 여기는 추워서 별로 많이 못 놀아요.]
일부 아파트는 보수를 해 폐쇄된 놀이터를 복구할 계획입니다.
이 아파트는 이런 조합놀이대를 이미 새것으로 교체했고, 규정에 맞게 시소도 교체했고 바닥공사도 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서 아파트 기금 9000만원을 투자했습니다.
비용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폐쇄를 결정한 아파트도 있지만 여전히 시공사와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는 아파트도 상당수입니다.
[D 아파트 관리소 : 여기 자체 예산이 있고, 금액 큰 거는 SH 본사에서 진행하고…
그러면 예산 내려오는 대로 첫 번째로 해준다고 얘기했는데… ]
철거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용도변경도 쉽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아이들과 주민들의 불만은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박주석/아파트 주민 : 애들이 놀지 못하고 다 집으로 가요. 여기서 나오면 애들이 얼마나 잘 놀았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이 문제는 주민들이 풀어야 한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 :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했는데, 저희로서는 조금 유감스럽죠. 내 집 안 울타리는 세입자인 내가 지켜가는 거고.]
놀이터가 폐쇄돼 황량해진 옆 아파트와 달리 이곳 아파트의 아이들은 이렇게 뛰어놀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논리 때문에 아이들의 뛰어놀 권리가 빼앗기지 않도록 지자체와 해당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