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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17회] 수도권 혈전…경기·인천 움직인 힘은?

입력 2014-06-08 23:51 수정 2014-06-0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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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신 것처럼 서울의 경우 선거 막판까지 지지율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수도권 나머지 지역인 경기와 인천 선거에 여야가 사활을 걸고 맞붙었습니다.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선거에서의 승부처는 어디였는지 한윤지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남경필/경기도지사 당선자 : 승리를 무겁게 받아드립니다. 먼저 오늘의 승리를 안겨주신 경기 도민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유정복/인천시장 당선자 : 인천 발전의 마지막 기회를 붙잡아주셨습니다. 이번 선거는 진심을 선택한 것이고, 인천의 미래와 희망을 선택한 것입니다.]

엎치락 뒤치락 판세 속에 마지막 승자는 여당이었습니다.

정권 심판론에 맞서 '소신있게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든 남경필 당선자,

[남경필/경기도지사 당선자 :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저희 새누리당 많이 반성했습니다. 대통령도 눈물로 사죄했고 많이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친박계 핵심 인물'로 정부와 집권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출마한 안전행정부 장관 출신의 유정복 당선자,

[유정복/인천시장 당선자 : 대통령과 정부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특별대우 받는 시장을 선택할 것인지, 우리 인천시민들은 부패한 시장을 선택할 것인지….]

남경필, 유정복 두 후보의 '손'을 들어준 유권자들의 표심은 어떻게 움직인 걸까, 추적해봤습니다.

투표 전날까지만 해도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경기도지사 후보와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는 승리를 자신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런 예상을 뒷받침해주기도 했습니다.

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3일, 송영길 후보가 인천에서 마지막 유세를 펼칩니다.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를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냅니다.

[송영길/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인천시장은 대통령 비서실장도 아니고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이 힘있는 시장이라고 떠드는 이런 인천이 돼서 되겠습니까? (안됩니다) 인천에 대한 명예훼손입니다.]

시민들의 연호를 받으며 한껏 들뜬 송영길 후보는 다시 거리로 나섰습니다.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지지 열기를 확인하며 승리를 확신했습니다.

실제로 언론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송영길 후보는 유정복 당선자를 줄곧 앞서왔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지난달 19일, 민심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은 이번 사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안전행정부장관 출신인 유정복 후보에게는 대통령의 담화가 막판 절호의 기회가 됐습니다.

9 %P 넘게 차이 나던 두 후보의 지지율은 담화 이후 5 %P로 좁혀졌습니다.

이 때부터 유정복 후보는 거센 반격에 나섭니다.

현직 시장인 송 후보에게 '인천시의 부채 책임론'을 들이밀며 네거티브 전략의 수위도 높힙니다.

[유정복/당시 인천시장 새누리당 후보 : 4년 전에 송영길 후보는 손부채를 흔들고 다녔습니다. 부채 해결해서 반드시 시민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부채, 부채하면서 다녔습니다. 그 7조 부채가 지금 13조입니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입니까?]

송영길 후보의 측근 비리 등은 빠지지 않는 공격 대상이었습니다.

[안상수/유정복 후보 지지유세 : 송영길은 1억 원의 부정한 정치자금을 받고 재판을 받고 사법처리된 사람입니다.]

송영길 후보 측도 허위사실 유포라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김교흥/당시 송영길 후보측 총괄본부장 : 영업부채까지 포함이 되면 실제적으로 11조로 시작이 되었는데 그것을 7조로 시작이 되었다고 하면 일반 유권자들이 봤을 때 그럼 6조가 늘어났구나 하고 보여지지 않겠습니까?]

선거 막판까지도 인천시민들의 민심은 요동쳤습니다.

세월호 참사 책임론과 인천 부채 책임론을 놓고 시민들 역시 신중하게 고민했는데요.

시민들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김민경/인천시 부평동 : 4년 동안 했는데 다시 한 번 해야지 임기라는 게 한 번 더 해야지…. 조금 더 본인이 해오려고 했던 걸 하지 않을까 싶어서]

[최용재 /인천시 부평동 : 새로운 사람을 좀 뽑고 싶어서. 새로운 사람을 뽑아야만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고, 그런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기울고 있습니다.]

결국 투표 당일 두 후보간 지지율은 뒤집혔습니다.

세월호 참사라는 여당의 악재는 대통령의 사과 이후 다소 누그러진 반면,

'인천시의 부채 책임론'은 시민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위기 의식으로 다가왔습니다.

부채 문제를 놓고 '데이터 공격'에 나선 유정복 후보의 '회심의 카드'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반면, 송영길 후보측의 해명은 적극적으로 호소되지 못했습니다.

[이강윤/정치평론가 : 야당의 후보가 감성적 측면에서 인천시의 부채 규모가 7조에서 13조로 거의 두배 가까이 늘었다는 결과, 수치만을 놓고 공격을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효과적으로 짧게 한마디로 설명하는 데 실패했다.]

반면 유정복 당선자의 '힘있는 시장'이라는 구호는 시민들에게 위기의 인천을 구할 '구원 투수'로 다가왔습니다.

[최삼명/인천시민 : 인천에 부채가 많잖아요. 그 부채들을 많이 탕감해주고 중앙정부 쪽에서 우리 인천을 많이 지원해줬으면 좋겠어요.]

[이강윤/정치평론가 : 결국은 '현직 시장인 송영길 후보가 좀 손해를 봤다'라는 측면이 있고요. 측근 비리도 일부 작용을 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유정복 당선자가 부채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 같은 것을 강한 여당 후보, 대통령과 아주 가까운 후보 이런 것들로 파고든 측면이 있고….]

인천과 마찬가지로 경기 지역 역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세가 점쳐졌던 곳입니다.

선거 초반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큰 차이로 앞섰는데요.

선거가 진행될수록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의 무서운 추격전이 시작됐고, 막판 여론조사와 지상파 방송의 투표 당일 출구조사 결과에선 김진표 후보가 앞서는 걸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JTBC의 예측조사가 남경필 후보의 우세를 예상했을 때도 김 후보 측에서는 '설마' 하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 유세에 나선 김진표 후보는 자신감을 비쳤습니다.

[김진표/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저와 상대방, 새누리당 후보의 격차가 15%, 20%까지 벌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경기도민의 삶을 구체적으로 개선해 줄 실전 능력이 있는 사람을 원할 것이고…]

반면, 쫓기는 입장에 선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는 통합진보당 후보가 사퇴하자 더 큰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백현종/당시 통합진보당 후보(사퇴의 변) : 우리 아이들이 나고 자란 경기도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또 다른 재앙입니다. 정치적 유불리와 감수해야 할 모든 것을 뛰어넘어 이번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경필/당시 새누리당 후보 : 엊그제 통합진보당의 도지사 후보가 사퇴했습니다. 남경필을 떨어뜨려라. 한 표도 주지 말아라. 이렇게 얘기하는 거 보셨죠? 이게 말이 됩니까?]

선거 초반 유세차량, 로고송,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치르겠다고 선언한 남경필 후보였지만 막판 접전이 계속되자 상대 후보 공격에 나섭니다.

[남경필/당시 새누리당 후보 : 공약이야 뭐 마음대로 뻥칠 수 있어요. 뻥치고 표 얻고 나몰라라. 많이 속으셨잖아요. 저는 뻥 공약에 속지 않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보육교사를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김진표 후보를 염두에 둔 발언입니다.

김진표 후보 역시 남 후보의 도 지사 출마 과정을 문제삼으며 공격합니다.

[김진표/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남경필 후보는 2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도지사 안하겠습니다. 나는 원내대표할래요. 도지사는 정병국 시켜주세요' 이렇게 도망다니다가 정병국 후보가 도저히 저하고 경쟁이 안 된다고 새누리당에서 억지로 끌어들인 후보 아닙니까?]

같은 고향, 고교 출신인 두 후보도 네거티브의 유혹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투표 당일, JTBC 예측조사와 지상파 방송의 출구 조사 결과가 엇갈리게 나오자 남경필 후보 캠프엔 초조함이 감돌았습니다.

새누리당 상황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윤상현/새누리당 사무총장 :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마디로 예측불허의 상황입니다. 미세한 표의 이동, 그리고 결집이 승패를
가를 수 있을 정도로 어렵고,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예측하기 힘든 판세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0.8 % 포인트라는 '극적인' 표차로 당선이 결정됐습니다.

그야말로 대접전 끝에 얻어진 새누리당의 '신승'이었습니다.

막판 '뒷심'을 발휘한 인천의 유정복과 막판 '턱걸이 수성'에 성공한 경기도의 남경필,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은 안도했습니다.

[윤상현/새누리당 사무총장 : 경기도와 부산을 사수함으로써 최대한 선방했다, 이렇게 평가합니다. 또 수도권, 전체 유권자의 47%가 모여 있는 수도권에서 인천을 탈환함으로써 선전을 했다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사뭇 다릅니다.

유권자들이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기 보단 야당과 별 차이가 없는 지지를 보이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평가입니다.

득표율을 따져보면 이같은 분석은 더욱 명확해 집니다.

경기도의 경우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를 4만 3천여 표 차로 앞섰습니다.

하지만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만 무효표가 14만 9천여 표가 나왔습니다.

두 후보의 승부를 가른 표 차이보다 3배 넘는 표가 무효가 된 것입니다.

백현종 통합진보당 후보가 투표 직전 사퇴하면서 투표용지에 이름이 그대로 남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사표가 비교적 야당 성향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당 역시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황태순/정치평론가 : 이번 6.4지방선거는 한마디로 '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바둑 둘 때 '빅'이라는 게 있습니다. 누구도
이기지 못한 것이지요. 보면 여당도 이기지 못했고, 야당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인천시장 선거 역시 두 후보간 표차가 2만 천여 표에 불과합니다.

2만 2천여 표를 얻은 통합진보당의 신창현 후보가 사실상 시장 선거의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셈입니다.

여당으로선 완전한 승리라고 자신할 수 없는 대목이며 야당 역시 이번 선거의 한계를 드러낸 부분입니다.

4년 전인 2010년 지방선거에선 '야권단일화'로 송영길 시장이 당선된 사례를 비춰볼 때, 야권으로선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내란음모 사건으로 촉발된 통합진보당 논란에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선 단일화를 하기엔 부담스러웠고, 상당한 표차로 낙승할 것으로 내다봤던 송영길 후보 측으로선 단일화로 인한 역효과를 감내하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황태순/정치평론가 : 야당에게는 자기들 내부에서 이런저런 싸움 속에서 결국 어떤 반사이익이나 누리려는 그런 만연한 자세로는 결국 야당으로 자리잡을 수 없으니까 근본적으로 자기 쇄신을 하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봅니다.]

이번 6.4지방선거 결과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8곳, 새정치 민주연합이 9곳에서 승리했습니다.

광역단체장 숫자가 기존의 9대 8에서 8대 9로 역전된 것입니다.

하지만 수도권의 핵심인 인천.경기지역은 새누리당이 차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여야 어느 일방의 승리를 주장할 수 없는 절묘한 성적표가 나온 겁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분명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박찬호 : 국민을 위한 정책을 폈으면 좋겠고, 발로 뛰는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

[허민희 : 선거하실 때는 나와서 인사도 하시고 하는데 앞으로는 선거끝나더라도 시민들 찾아서 대화나눴으면 좋겠어요.]

[최지영 : 아무래도 자기의 명예나 권위보다는 시민이나 국민을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여야 구분없이 신임 단체장들은 유권자들의 '경고' 메시지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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