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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현역입대 앞둔 심경, '이등병의 편지'가 대변해줘"

입력 2013-12-06 08:02 수정 2013-12-0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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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현역입대 앞둔 심경, '이등병의 편지'가 대변해줘"


어린 왕자같은 가수 김준수(26)가 중년층의 추억속에 남아있는 고 김광석과 시공간을 초월한 콜라보 무대를 꾸민다. 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이하 '디셈버')에서 배우 박건형과 함께 90년대 초반 대학생 지욱 역을 맡았다. '디셈버'는 고 김광석의 노래 24곡을 엮은 작품.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이한 김준수와 30여년 전 데뷔, 12년 후 32세의 나이로 요절했던 김광석의 묘한 조합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지난 2010년 '모차르트!' 무대를 시작으로 지난 4년여간 '천국의 눈물' '엘리자벳' 등을 통해 묵묵히 실력을 쌓아온 그의 행보가 걱정 보다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20년 후에도 뮤지컬 무대에서 40대 김준수를 표현하고 싶다"고 전했다.

-'디셈버'를 선택한 이유를 말해달라.

"가장 흥미를 유발한 것은 역시 김광석 선배님의 미발표 곡들을 내 목소리로 처음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라이센스가 아닌 창작극이라는 것이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그간 뮤지컬 덕분에 받은 사랑을 국내 창작극에 출연하면서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또한 장진 감독님에게 연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다."

-전작 '엘리자벳' 처럼 대사없이 노래로 이뤄진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을 기대했던 것 아닌가.

"'송스루'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로 연극적인 요소가 많을 줄은 몰랐다. 대사 소화가 쉽지는 않지만, 그럴듯하게 해내고 싶었다. 어차피 '모차르트!'나 '엘리자벳'도 내겐 큰 도전이었다. 항상 욕을 많이 먹었고, 나름대로는 열심히 해 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가 뮤지컬계에서 소화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장진 감독이 지욱 캐릭터를 어떻게 잡아줬나.

"감독님이 연극 쪽에서 워낙 알아주는 연출가 아닌가. 연기 지도에 있어서는 최고다. 제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더 나은 방향을 잡아주신다. 예를 들자면, 극 중간에 지욱이 술에 취하는 장면이 있다. 원래는 혀가 꼬부라질 정도로 표현을 해야 하지만, 내게 맞추면서 알딸딸한 정도의 느낌으로 바꿨다. 지금까지 술을 마셔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만취한 느낌까지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똑같은 술자리에서도 만취하는 사람이 있고, 적당히 마시는 이도 있지 않나. 물론 건형이 형이 연기하는 지욱은 훨씬 많이 마신다(웃음)."

-지욱의 20년 후는 장진 감독을 롤모델로 한 것인가.

"누가 봐도 장진 감독님 얘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이대도 그렇고, 심지어 직업이 공연감독이다. 본인은 가정이 있어 그런지 절대 아니라고 끝까지 부인하시더라(웃음). '디셈버'에는 장진 감독님 특유의 웃음 코드도 곳곳에 숨어있다. 또 김광석 선배님의 노래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송스루'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애드립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다. 그래서 두 번, 세 번 을 보셔도 재미있을 것 같다."

-연기 욕심이 많아 보인다. 앞으로 재중이나 유천처럼 정극에 도전해볼 생각도 있나.

"둘이 워낙 잘하고 있기 때문에, 보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나는 뮤지컬로 시작했기에 아직은 여기서 더 자신감을 쌓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또 뮤지컬과 브라운관 연기는 워낙 다르다. 브라운관에서는 좀 더 섬세한 느낌이 요구되는 것 같다. 반면 뮤지컬은 온 몸으로 표현을 해야하기 때문에, 표정부터 소품·동선까지 신경쓰는 것이 보통 힘든게 아니다."

-아이돌 후배들에게 또 하나의 롤모델을 제시한 것 같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정말 욕을 많이 먹었다. 뮤지컬 배우가 '삑사리'가 나면 '컨디션이 안 좋구나' 생각하겠지만, 아이돌 출신이 똑같은 실수를 하면 '여기 왜 왔냐'란 소리를 듣는다. 그런 시선을 한 번에 바꿀 순 없어도 내가 진짜 뮤지컬을 사랑해서 여기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특히 상도 받고 좋은 소리도 많이 듣다 보니 부담이 생긴 것이 사실이다. 작은 성공에 연연하기보다 꾸준히 멀리보고 가고 싶다."

김준수 "현역입대 앞둔 심경, '이등병의 편지'가 대변해줘"


-10년간 대한민국 톱스타로 살아왔다. 평범한 대학생을 연기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학창시절 때 모습을 많이 떠올리고 배역에 투영해 보려고 한다. 고등학교 때는 여자 앞에서 굉장히 숙맥이면서 할 얘기는 다 하는 사람이었다. 또 장난기와 웃음이 많으면서도 약간 어리바리했던 것 같다(웃음)."

-김광석에 대해 '알고싶은 사람'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현재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김광석의 노래는.

"예전에 '모차르트!' 할 때는 모차르트를 만나보고 싶었고, 지금은 김광석 선배를 만나보고 싶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음악을 만들고 이런 가사를 썼는지, 또 사람의 애환을 이처럼 시적으로 표현해 냈는지 궁금하다. 현재 나를 대변하는 김광석의 노래는 '이등병의 편지'가 아닐까. 아직 군대를 안 다녀왔으니까. 꼭 현역으로 다녀올 생각이다."

-극중 지욱처럼 자신의 20년 후를 상상한다면.

"가수 활동은 몰라도 뮤지컬은 계속 하고 있을 것 같다. 지금 내게는 뮤지컬 무대가 더 정정당당히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 또 뮤지컬계에서는 대부분 전성기가 30~40대에 온다. 나이를 먹으면서 인기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지금 인기에 대해서 이미 스스로 너무 신기하고, 가끔은 과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다시 무대에 설 수 없을거라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항상 관객석을 꽉꽉 채워주시는 분들에 대해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 20년 후에도 두려움 없이 멋지게 늙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원호연 기자 bitterswe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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