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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브리핑] 롯데서 폭발한 '대기업 지배구조 뇌관'

입력 2015-07-30 21:04 수정 2015-07-3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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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보신 대로 형제가 서로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치부나 약점을,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상황입니다. 한 살 차이의 형제인 두 사람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요? 이 내용을 계속 보도해 드리고 있지만,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이런 생각을 가지실 것 같습니다. 왜 집안 내부의 싸움을 온 국민이 신경 써야 하느냐. 게다가 이런 볼썽사나운 '형제의 재산 다툼'은 우리나라 여러 회사들에서 자꾸 반복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죠, 결국 불투명한 지배 구조를 가진 한국 재벌 가문의 문제가 집약돼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승녕 경제산업부장과 함께 이 얘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양측의 입장을 보면, 그야말로 가시가 돋쳐서 싸우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상대방 주장의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기도 하고요.

[기자]

예를 들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오늘자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한 인터뷰를 보면요.

27일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때, 도쿄 본사를 신격호 총괄회장이 찾아왔을 때요. 그때 당시에 신동빈 회장이 사무실에 있었는데, 고령의 아버지가 지팡이를 들고 사무실 앞으로 찾아갔는데도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는 내용이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이거만 보면 누가 봐도 아버지 말을 안 듣는 아들이라는 이미지가 생기죠.

반면, 신동빈 회장 측도 "애초에 고령의 아버지를 데리고 왔다가 하루 만에 돌아온 무리한 일정을 짠 게 누구냐" 하는 식으로 상대방을 도덕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무슨 얘기냐 하면, 이번 사태가 주총에서 표결로 끝나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해서 이어질 걸 예고한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서로 주총을 누가 더 장악했느냐 가지고도 얘기들이 엇갈리는 상황이기도 한데, 이승녕 기자 얘기 들어 보면 그 주총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는 얘기잖아요?

[기자]

우선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이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해 보이는데요.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현재 국내에서 아버지와 함께 있으면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아버지의 뜻이라며 여러 내용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뿐 아니라, 이미 국내 롯데그룹 핵심 임원 몇 사람의 해임을 문서로 지시했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주로 그 분들은 신동빈 회장의 측근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이 큰아들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신동빈 회장이 순순히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신동빈 회장 측에서는 고령인 아버지의 건강문제를 자주 언급하는 겁니다. 판단력이 흐려진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고요.

[앵커]

아버지가 그렇게 얘기했지만, 본심이 아니다?

[기자]

네, 그렇게 주장하려는 게 아닌가 이렇게 보는데요.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주총에서 뭐가 나오더라도 그거로 끝나는 게 아니고 앞으로 한국과 일본 롯데 계열사를 둘러싸고 지분 싸움이 계속 이어진다거나 심지어는 법정 소송까지 이어질 거다, 이렇게 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앵커]

법정 소송, 아니면 주총 싸움. 그리고 그 이전에 신격호 회장인 아버지의 의중. 지금 의중을 가지고는 서로 양쪽에서 우리 편이야 라고 싸우고 있는 상황이고요. 저쪽 편을 든 이유는 그때 아버지가 판단 능력이 흐려졌을 때야, 이렇게 주장하는… 그야말로 이전투구하는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이게 처음 보는 일은 사실 아닙니다. 다른 기업에서 봤던 일이기도 하고요.

[기자]

네. 삼성과 현대그룹을 비롯해 예외가 별로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특히 옛 현대그룹은 이런 승계 다툼이 큰 문제가 됐습니다. 이른바 왕자의 난인데요.

2000년 당시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이 건강 문제로 일선에서 물러나 있을 때, 그때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고인이 된 정몽헌 당시 현대그룹 공동 회장, 둘 중 어느 편을 확실히 들어주지 못한 상태에서 와병에 들어간 겁니다. 그래서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는데요.

특히 안타까운 건 이번 롯데 사태와 비슷하게 두 형제가 서로 아버지의 뜻이 자기에게 있다, 그래서 아버지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병상에 있는 정주영 명예회장을 끌어낸다던가 이런 안타까운 모습들을 보여서 여러모로 현대그룹의 명성에 상처를 남겼죠.

삼성그룹도 총수 자리를 셋째 아들인 이건희 회장이 물려받았습니다만, 큰아들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최근 재산을 둘러싼 갈등을 빚었습니다.

이밖에 한진그룹, 두산그룹 등 형제간의 크게 잦게 있었던 곳이 많습니다.

[앵커]

따지고 보면 신격호 총괄 회장도 자신이 회장 될 때 형제들과 싸웠었잖아요?

[기자]

신격호 총괄회장도 일본에서 크게 기업을 일군 인물입니다만 5남 5녀의 장남이기도 했습니다. 사업을 일구면서 동생들과 같이 했었는데 나중에 이걸 나누는 과정에서 많은 싸움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게 동생인 농심그룹 신춘호 회장과 라면사업을 놓고 일찌감치 갈등을 빚었죠.

그밖에 일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신선호 회장, 그리고 한국의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도 이런 저런 소송을 벌였습니다.

또 동화면세점과 롯데관광개발 대주주인 여동생 신정희 씨와도 롯데 라는 이름을 쓰지 말라며 소송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앵커]

결국 지배구조의 문제겠죠. 지배구조를 건강하게 바꿔야 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네요. 짤막하게 정리한다면.

[기자]

네. 우리나라 기업들이 단기간에 급성장하면서 이런 문제들이 생긴 건데요. 사실 답이 나와 있습니다. 원론적인 해법이라는 건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누구 것인지 지분 관계를 명확히 하고, 나아가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서 예컨대 이런 대주주 기업 내부의 문제가 적어도 기업 경영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 게 가장 이상적이죠.

물론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니 바로 하긴 어려운데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어렵다고 뒤로 미룬다고 저절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명확하지 않은 지배구조 문제는 언젠가 반드시 불거지고, 이번 롯데그룹의 예처럼 큰 비용이 따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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