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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들개' 불안감 속 주민 갈등 심화…손놓은 지자체

입력 2018-02-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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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산 일대에는 주인에게 버림 받고 야생 들개가 된 개들이 많습니다. "가엽다, 보살펴야 한다" "아니다, 무섭다, 포획해야 한다." 주민들의 입장은 엇갈리고 지자체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면서 손을 놓고 있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북한산 둘레길 주변에서는 들개 무리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북한산 일대에 들개 무리가 처음 나타난 것은 10여년 전 은평구 뉴타운 개발 사업 직후부터입니다.

반려견에서 유기견이 된 개들은 북한산에 무리를 이루고 번식을 거쳐 야생에서 나고 자란 들개가 됐습니다.

서울시내 야생 들개 개체 수는 약 170여 마리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북한산 일대에 서식 중 입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 새끼를 계속 번식하고 다시 커서 야생화 된 개, 들개 같은 경우엔 산을 서식지로 하면서 자생하는 애들이기 때문에, 소관기관도 없어요.]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성을 지닌 들개는 등산객들과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북한산 등산객 : 엄청 많아요. 산에서도 많이 보죠. 떼 지어 다녀요. 5~6 마리 다녀요. 어떤 때는 위협을 느낄 때도 있어요. 남자들도 무섭다고 그래…]

북한산 등산로 입구와 맞닿아 있는 서울 녹번동의 한 공원입니다.

올 겨울 들어 이곳에는 텐트 두개 동이 설치가 됐는데요.

얼핏 보면 노숙인들이 머무는 텐트 같아 보이지만 안을 한번 들여다보면요.

바닥에는 한기를 피하기 위한 매트가 깔려있고 위에는 이렇게 담요도 수북이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텐트를 이용하는 주인공이 누구일지 지금부터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관찰카메라를 설치하고 자리를 비우자 잠시 후 목줄도 하지 않은 개들이 텐트 주위를 어슬렁댑니다.

지난해 7월 마을 주민들이 공동 돌봄에 나선 이후 마을에 자리잡은 들개 무리입니다.

포획으로 잡힌 들개가 대부분 얼마 못가 안락사 당한다는 것을 전해들은 일부 주민들이 나선 것입니다.

[마을 주민 : 보호소에 가면, 입양할 때까지 보호해주는 게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어요. 2주 있다가 안락사 당한다는 것을…]

돈을 모아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배식과 약도 당번제로 돌아가며 챙깁니다.

하지만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습니다.

[마을 주민 : 우리 집 뒤로 개들이 다녀요. 떼로 다녀요. 좀 아닌 것 같아. 예방 접종했는지, 개가 물거나 그러면 좋을 일이 어디 있겠어요. 나도 무서워요 그런 큰 개들이…]

공포감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내놓은 주민도 있습니다.

[마을 주민 : 이사 온 지 몇 개월 안 됐는데, 아기 데리고 아침에 나오다가 전화 왔어요. 개들 때문에 못 나오겠다고. 세입자 지금 집 내놨어요.]

마을 중턱까지 내려와 곳곳에 배설물을 남겨놓기도 합니다.

취재진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가도 좀처럼 도망가질 않습니다.

사람들이 돌보면서 낯을 가리지 않는 것인데요.

하지만 개를 두려워하는 누군가에게는 무서운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는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는 전화번호까지 남겨져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물림사고 등 인명피해가 났을 때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 주인 있는 개는 상해를 입히면 주인이 처벌을 (받는데.) 그런데 걔네들은 풀려있는데 만약에 사고가 나면 책임지는 사람이 없거든요.]

공동 돌봄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민원에 포획에 반대하는 주민의견이 대립하면서 관할 지자체도 난감한 입장입니다.

[은평구청 관계자 : 저희도 주민분들에게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 게, 주변에 어린이집도 있고 하니까 묶어서 등록을 하고 키우시기를 말씀드리려고 하고 있는 거죠.]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관할 지자체가 손놓고 있는 사이 주민들이 궁여지책으로 개를 돌보게 됐지만 주민들 간의 갈등과 대립은 이제부터 풀어야할 숙제로 남게 됐습니다.

(인턴기자 : 조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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