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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노무현의 남자' 책임총리 승부수

입력 2016-11-02 12:43 수정 2016-11-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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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노무현의 남자' 책임총리 승부수


박근혜 대통령, '노무현의 남자' 책임총리 승부수


박근혜 대통령이 2일 '노무현의 남자'로 불렸던 김병준 국민대학교 교수를 신임 국무총리로 내정한 것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책임총리 카드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의 2선 후퇴에 이어 여야 협의로 새 총리를 뽑아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자는 야당의 주장을 거부한 것으로, 사실상 국정 주도권을 계속 틀어쥐고 가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돼 논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병준 국무총리와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을 각각 내정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최순실 게이트' 수습을 위해 지난달 30일 이원종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안종범·우병우·김재원·김성우 전 수석의 교체를 발표한 데 이은 두 번째 인적쇄신이다.

이번 개각의 핵심은 참여정부 출신인 김 총리 후보자 발탁이다. 국민대 행정대학원장 재직 중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과 함께 대통령 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공직에 들어왔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실세로 한때 '노무현의 남자'로 불리기도 했다.

김 후보자 발탁은 일단 그것 자체로는 파격적인 인사다. 정홍원·이완구 전 총리와 황교안 총리 등 이전 총리들은 모두 박 대통령과 끈끈한 정치적 관계를 맺거나 최측근으로 불렸던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대비된다.

참여정부 출신의 총리 발탁은 표면적으로는 야권의 거부감을 가라앉히고, 국정농단 사태를 책임총리제 도입으로 수습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내정자의 가치관과 경륜에 비춰 볼 때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정책 방향과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는 총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책임총리는 국무위원 제청권을 비롯해 헌법상 총리에게 부여된 권리와 역할을 보장하고 정책 주도권도 준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언론에서도 요구했던 사람 아니냐. 책임총리로 볼 수 있다"며 "내각 구성이나 정책도 본인의 색깔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신임 국민안전처 장관을 내정하면서 김 후보자의 추천을 받아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발탁한 것도 책임총리의 실현 의지를 보여준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김 후보자가 헌법에 명시된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대통령의 권한도 대폭 이양, 신임 총리가 내치를 주도케 하면 정치권의 거국중립내각 취지에도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각은 박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여전히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총리에게 내치에 대한 권한을 대폭 이양함으로써 거국중립내각의 취지를 책임총리로 살릴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지만 일단 2선 후퇴는 없다는 입장을 못박은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쟁 등 비상상황에서 구성하는 거국내각은 특정 정파나 정당에 한정되지 않은 내각을 의미한다. 여야가 합의한 총리와 국무위원들로 내각을 꾸린다는 것이다.

정확한 함의를 두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박 대통령이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게 야당이 일관적으로 내건 전제 조건이었다. 내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는 요구였다. 이는 사실상 '권력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책임총리제를 내세워 이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청와대는 거국중립내각의 개념과 형식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회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내각 분배는 여야 사이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정치권이 장기간 갈등을 빚을 소지가 있는데다 국정철학이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는 국무위원들끼리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해나갈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것이 거국중립내각이냐는 함의도 확실하지 않냐"면서 "여야 합의로 내각을 구성하자는데 어느 세월에 그게 되겠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2선 퇴진은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청와대가 줄곧 견지해 온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면서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위해 다각적 방향에서 심사숙고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주체임을 못박았다.

박 대통령이 이번 개각을 주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대통령은 내각 구성에서 뒤로 빠지고 여야 협의로 총리를 뽑아야 한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었지만 박 대통령은 오히려 주도적으로 개각을 단행함으로써 국정 주도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로 앉힘으로써 경제활성화와 4대 구조개혁 완수는 자신이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정 대변인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을 극복하고, 현재 추진 중인 개혁을 마무리하는데 적임자"라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 내려놓기를 거부하고 제대로 된 여야 협의도 없이 이번 개각을 단행함에 따라 정치권과 민심의 역풍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당장 야당은 박 대통령이 한 마디 상의나 사전통보도 없이 개각을 단행했다면서 인사청문회 전면 거부 입장까지 밝혔다. 김 후보자가 참여정부 출신이 맞기는 하지만 이후 친노 세력을 비판하며 거리를 유지해온 만큼 친 야권인사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야당은 박 대통령이 '김병준 카드'가 무산될 것을 알면서도 향후 야권에 정국 파행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발표를 강행한 것이란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도 이날 개각 발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비박계에서도 박 대통령의 개각 카드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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