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구주류 친이(친이명박)계 핵심인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이 11일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야권 단일후보인 통합진보당의 천호선 후보를 눌렀다.
야권의 대대적인 정권심판론 공세를 뚫고 특유의 조용한 '나 홀로 선거'로 승리를 일궈낸 것이다.
이 의원의 승리는 단순히 4선에서 5선으로 선수 하나를 보태는 것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때 현 정권의 `2인자', `실세', `친이계 좌장'으로 불렸을 정도로 그가 갖는 정치적 위상이 남다른데다 정권심판론의 상징 인물이 된 상황에서도 신승이나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대변인 출신인 천 후보를 꺾었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이 서울에서 열세를 보인 상황에서 지역구를 사수한 것이어서 여권 입장에선 은평을의 승리가 더욱 값지다는 분석이다.
이제 관심은 이 의원의 향후 행보다.
그는 18대 총선 낙선후 도미, 국민권익위원장, 2010년 7ㆍ28 재ㆍ보선 승리, 특임장관 등을 거치면서 정국의 중심에 서 왔고 이번 총선 공천과정에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 일각에 의해 `MB정부 실세 용퇴론' 대상으로 공개 지목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일단 당이 명실상부하게 `박근혜 체제'로 바뀐데다 공천 과정에서 측근들이 줄줄이 낙천하고 친이계 계보 자체도 유명무실해진 상태라 그의 당내 입지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19대 국회가 개원하더라도 당 관련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이 패배할 것으로 예상됐던 총선을 승리로 이끌면서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하게 굳힌 터라 `비박'(非朴ㆍ비박근혜) 진영이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하지만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이 의원이 비박 진영의 한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19대 국회 입성을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당 일각에선 이 의원이 서울 동작을에서 살아온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등 여권 잠룡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면서 입지 확대를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측근은 "이제 막 어렵사리 당선됐는데 무슨 정치 얘기냐"면서 "이 의원이 정치 행보에 나서기보다는 지역구민에 대한 당선사례와 함께 민생과 서민을 보듬는 일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SㆍMBCㆍSBS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이 의원(47.3%)이 천 후보(50.8%)에게 지는 것으로 나왔으나 MBN 출구조사에서는 이 의원(49.6%)이 천 후보(48.5%)를 1.1% 포인트 차로 꺾었다. MBN 출구조사는 실제 격차와 거의 정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