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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희망고문 끝내달라"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바람

입력 2018-09-19 21:48 수정 2018-09-2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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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9일)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3년 가까이 닫혀있는 '개성공단'도 언급이 됐지요. 환경이 조성되면 정상화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대통령 발언에 입주 기업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업체들은 "희망고문은 올해로 끝내달라"고 했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국내에서 운영해오다 문을 닫은 한 공장입니다.

재고 제품을 담은 박스가 한가득 쌓여있습니다.

원래는 옷을 만드는 회사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실상 3년 가까이 휴업이 계속되면서 기계에는 이렇게 먼지만 쌓여있고요.

공단으로 가져가려던 장비들도 바닥에 놓여있는 상태입니다.

지난 4월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성공단 입주기업 123곳 중 1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3곳 꼴로 생산량이 급감했습니다.

줄어든 것은 매출만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직원 상당수를 내보내야 했습니다.

3년 전 개성공단에서 500여 명을 통해 상품을 만들던 이 회사는 지난해 생산 설비를 해외로 옮겼습니다.

이 업체의 경우 경영난을 딛고 베트남에 생산 공장을 만들었는데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공단 폐쇄 이전보다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았다는 것이 업체측의 설명입니다.

[안 나갔으면 바이어를 다 놓칠 수 있고…공장은 문 닫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갑작스러운 정부의 철수 명령에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데만 1년 9개월이 걸렸습니다.

수십 명이 넘던 직원도 지금은 5명에 불과합니다.

[4시에 폐쇄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참 막연하더라고요. 말 그대로 빈 몸으로 나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멘붕 상태였습니다. 멘붕 상태.]

국내에 따로 생산 설비가 없이 개성공단에만 의지했던 업체들의 피해는 더 심각합니다.

경기도 양주에서 고무 제품을 만드는 업체입니다.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뒤 1년 가량 비닐하우스에서 생산 설비를 보관해 오다, 지난해 다시 공장을 차렸습니다.

[이상협/제조업체 대표 : 개성에서 들어가기 위해서 살아남아야 되니까.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바라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만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이상협/제조업체 대표 : 개성 가서 일을 해보면 '이게 작은 통일이구나' 그런 기대감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해줄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을 제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개성의 모습을 바라보는 소회도 남다릅니다.

[외곽 길에서 공장까지 한 1㎞? 한참 우리 공장 쪽을 쳐다봤죠.]

지난주 남북은 공단 주변에 연락사무소를 만들고 개소식을 치렀습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이 언급되면서 공단 재가동에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요즘 분위기 봐서는 금방이라도 될 것만 같은데. 감회가 새롭겠지만. 눈물이 날 만큼 그 모습들이 상상이 되네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업체들의 폐업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단 철거 이후 매출 감소로 문을 닫은 업체만 최소 15곳이 넘습니다.

[정기섭/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 희망고문이 너무 길게 가고 있다. 희망을 아직 버리지 못했는데, 현실은 너무 암담하고 답답하거든요. 그 고문이 날이 갈수록 아프게 와닿고.]

남북 두 정상은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는데 뜻을 모았습니다.

지난 2004년 문을 연 이후 절망과 희망을 오간 입주기업들이 언제쯤 개성의 기계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요.

(인턴기자 :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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