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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미 경찰 총격에 숨진 14세 소녀…'보디캠' 속 비극의 순간

입력 2022-01-0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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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한 해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 때문에 목숨을 잃은 시민이 18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며칠 전만 해도 쇼핑몰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던 14살 소녀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쩌다 이런 비극이 일어난 걸까요. 당시 경찰이 차고 있던 보디캠에 그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는데요.

월드뉴스W 윤설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소총을 든 경찰이 서둘러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갑니다.

[LA경찰 : 기다려. 천천히. 천천히.]

연거푸 속도를 늦추라며 침착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합니다.

그리고 흩어진 핏자국.

[LA경찰 : (피해자가) 피를 흘리고 있다. 피를 흘리고 있다.]

용의자를 발견하자 곧바로 총을 쏩니다.

경찰이 쏜 총 가운데 2발은 용의자를 맞혔지만 나머지 한 발은 뜻하지 않은 곳을 뻗어나갔습니다.

그 총알은 사람 사이를 날아 탈의실 벽을 통과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크리스마스 드레스를 갈아입고 있던 14살 소녀 발렌티나가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발렌티나 엄마 : 발렌티나는 바닥에 쓰러졌고 내 품 안에서 죽어갔어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지난 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쇼핑몰에서 발생한 비극입니다.

사고 발생 약 50분 전.

한 남성이 자전거를 끌고 쇼핑몰 안으로 들어옵니다.

한참을 어슬렁 거리더니 물건을 부수며 손님들을 위협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신고전화 : 자전거 자물쇠를 사용하고 있어요. (사람들을 해치고 있다고요?) 탈출해요. 나와요.]

[당시 신고전화 : 안에 남자가 있어요. 총을 갖고 있는 지는 모르겠어요.]

쇼핑카트를 밀고가는 여성을 향해 다짜고짜 자물쇠를 휘두르는 용의자.

같은 시각,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LA경찰 : LAPD다. 위로 올라가겠다. 위층에 있다면 밝혀라. 지금 하라.]

경찰들이 쇼핑몰 2층으로 향하는데

[LA경찰 : 엎드리세요. 엎드리세요.]

피투성이가 된 여성이 도망쳐나오는 순간, 발포명령도 없이 3발의 총성이 울립니다.

[LA경찰 : 뒤돌아. 뒤돌아.]

LA경찰은 탈의실에 누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스테이시 스펠/LA 경찰국 경감 : 1차적으로 희생자는 바닥에서 떨어져 나와 탈의실 벽으로 들어간 탄환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용의자는 총을 갖고 있지 않았고 경찰을 향해 달려들거나 위협적일만큼 가까이 있지도 않았습니다.

현지 언론은 "발포하기 전 용의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대화를 하려는 노력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발렌티나는 6개월 전 칠레에서 미국으로 왔습니다.

로봇공학을 공부하고 싶어했던 발렌티나.

크리스마스 이틀 전 비보를 접한 아버지는 가슴이 미어집니다.

[발렌티나의 아버지 : 발렌티나가 죽은 다음 날 아마존 쇼핑몰에서 스케이트보드가 배달됐습니다. 이걸 보세요. 새겁니다. 아직 뜯지도 못했어요.]

LA 경찰에 의한 사망자는 18명으로, 지난해 보다 2.5배 늘었습니다.

[당시 신고전화 : (용의자가 칼이나 총은 없는 거죠?) 네 없어요.]

[당시 경찰 무전 : 용의자는 아직 현장 안에 있다. 손님들과 종업원들이 안에 숨어있을 수 있다.]

경찰 부검 보고서엔 발렌티나의 사인은 가슴의 총상이며 살인사건으로 기록됐습니다.

(영상디자인 : 신재훈 / 영상그래픽 : 백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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