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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무릎 꿇은 엄마와 정치의 변명

입력 2017-09-10 20:23 수정 2017-09-1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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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설립 토론회가 열린 대강당은 비좁게 느껴졌다. 누가 찬성인지 반대인지 구분되지 않는 수백 명의 주민들이 여기저기서 큰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 오후 7시 30분에 토론이 시작됐지만, 그 훨씬 전부터 강당 밖에서는 피켓시위가 시작됐다. 토론은 밤 10시가 훌쩍 넘어서야 끝났다.

2013년 행정 예고된 이후로, 특수학교 설립은 4년 넘게 난항이다. 올 7월에야 첫 토론회가 열렸지만 30분 만에 파행됐다. 이날이 두 번째 토론회였다.

반대 주민들은 강서구에 이미 특수학교가 한 곳(교남학교) 있는 만큼, 다른 구에 학교를 세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아 학부모들은 학교 정원이 104명밖에 되지 않아, 나머지 120여 명의 학생들이 왕복 2시간이 넘는 등하교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며 원래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반대 주민 들은 한결같이 "특수학교 대신 국립 한방병원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 된 한방병원을 빼앗지 말라"고도 했다.

이런 주장의 근거엔 자유한국당 김성태(강서구을) 의원의 공약이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이 지역구에 출마한 김 의원은 특수학교 설립 부지에 '국립 한방의료원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선거기간 동안 '대한민국 최초 국립 한방의료원 건립!'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지목한 병원 부지(특수학교 설립 예정 장소)는 서울시교육청 소유이며 '학교 용지'로 지정돼 있다. 현행법상 학교 용지엔 병원을 설립할 수 없다. 그런데 김 의원은 병원 공약을 발표하며 교육청과 한 번도 협의하지 않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조희연 교육감은 "한방병원 설립 얘기는 총선 때 플래카드를 보고 처음 알았다"며 "특수학교 대신 한방병원을 지을 수 있다는 건 김 의원이 만든 가공의 희망"이라고 반박했다.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건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다.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발표한 공약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켰다면, 유권자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공청회가 모두 마무리되는 시점, 장애아 엄마들이 하나씩 강당 앞으로 나왔다. 그리곤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죄 지은 것이 없는 엄마들은 몇 년간 그렇게 무릎을 꿇어왔다.

무릎을 꿇은 엄마 한 명과 토론회 직전 이런 대화를 나눴다.

"어머니, 아이가 이 상황을 아나요?"

"몰라요, 몰라서 다행이에요. 왜 이렇게 내 아이를 싫어할까요. 이렇게 자기를 싫어하는 세상에 아이가 혼자 남게 될까 봐 두려워요. 아이가 먼저 죽고 그 다음 날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다음날 JTBC 소셜스토리에 올린 '엄마가 무릎을 꿇었습니다'에 수많은 시민들이 성원을 보냈다. 대부분 장애인 학교 설립을 지지했다. 조희연 교육감과 김 의원도 특수학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절대적인 지지에도, 이 문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소셜스토리에서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특수학교설립 토론회 ①]▶ 엄마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비난과 고성이 난무했던 그 날,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https://goo.gl/SW2fdR
[특수학교건립 토론회 ②] ▶'무릎을 꿇어야만 했던' 엄마들은, 김성태 의원님을 애타게 찾았다고 합니다. 왜 그랬던 걸까요. https://goo.gl/JWEQ6B
[특수학교설립 토론회 ③]▶ 1편과 2편 짧은 영상에선 다 담지 못했습니다. 특수학교 건립, 찬성과 반대 양 측 발제자 각 한 명의 발언을 편집없이 전해드립니다. https://goo.gl/oHa6fR

[취재수첩] 무릎 꿇은 엄마와 정치의 변명
최수연 기자 choi.sooye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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