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피플&토크] 통합진보당 사태로 본 'NL'과 'PD'의 관계

입력 2012-05-16 16:30 수정 2012-06-05 12:2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김근식 경남대 교수, NL출신으로 햇볕정책의 대표적 이론가이자 안철수의 대북정책 멘토입니다.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와 폭력으로 위기를 맞은 이땅의 진보들, 진보세력 대표 이론가 김근식 교수로부터 들어봅니다.

김근식 교수는 한때 학생운동세력의 중심이었고 지금은 국내의 손꼽히는 대북문제 전문가입니다. 학생운동 또 진보세력에도 대표적인 이론가인데, 진보세력 어디로 가야할지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Q. 한때 NL계 학생운동의 핵심?
- NL의 중심이라고 할 순 없고, 83학번이었는데 학교 다닐 당시 전두환 정권이 군사독재를 할 때였다. 대부분의 대학생이 학생운동을 하던 시기였다. 학내에 사복경찰이 있던 시기였고, 1학년때부터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86년 4학년 때 이른바 '자민투(자주와 민주를 위한 투쟁)'라는 공개투쟁조직이 서울대학교에 만들어졌다. 자민투가 NL계 학생들을 대변하는 공개투쟁조직이었는데 이 조직 산하에 통일문제를 다루는 투쟁위원회가 있었다. 그 조국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NL계 학생운동 했던 사람이 모여서 공부했던 구국학생연맹에서 활동했었다. 당시에는 군사독재 시절이라 지금과 같은 자유로움과 풍요로움이 전혀 없었다. 대학 다닐 때 비싼 담배 피우면 꾸중을 들을 정도로 엄혹한 시기였고. 대학생의 자유와 낭만은 원천봉쇄된 시기였다.

Q. 주체사상이란 무엇인가?
- 주체사상은 북한의 공식적인 통치 이데올로기다. 주체사상의 내용은 다양한 이론이 있지만 핵심적인 것은 '사람이 세상의 주인이다'라는 철학적 원리를 체계화 시켜서 북한에서 공식 이데올로기로 만들었다. 남쪽의 주체사상은 80년대 후반 남쪽의 사회적 변혁을 고민하는 대학생들이 계급문제, 민족문제 등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혁파하기 위한 미래의 청사진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노동문제를 고민하는 PD계와 민족문제, 미국과의 관계설정이라든지 분단이라든지를 고민하는 NL계가 있다. PD(People democracy)는 민중민주의 약자고, NL(National Liberation)은 민족해방의 약자다.

Q. 주체사상에서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는?
- 학생운동에 참여하면서 한국 사회의 변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고민하고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계급 문제라는 서구의 이론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한반도라는 특수한 상황을 반영해서 우리에게는 민족문제와 분단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게 됐다.

Q. 주체사상이 대학가에 퍼지게 된 이유?
- 80년대 당시에는 북한 인권의 실상이나 경제적인 위기에 대한 전반적인 모습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내놓는 이야기가 남쪽의 군사독재와 비교되면서 수긍할만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냉전시대의 군사독재 정권이 북한을 통치에 활용하기 위해 북한을 악마화 시키는 측면도 있었다. 기존 정부에 저항하는 세력은 '북한에 무언가 좋은 것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이 있었다. 90년대 이후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북한의 체제위기가 일상화되고 북한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개되면서 북한을 좀 더 잘 알게 된 것이다.

Q. 주체사상에서 전향하게 된 배경은?
-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북한 정치를 공부하면서 북한의 원전을 보면서 회의를 하게 됐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1991년 남북 UN 동시가입이 있었다. 91년 직전까지도 북한의 공식주장은 'UN 동기가입은 분단고착화로 매국노의 짓'이라고 비판했다. 70년대 이후부터 박정희 정부까지 우리나라는 UN 동시가입을 주장했다. 분단 현실을 인정하자고 했고, 북한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남쪽에 있던 NL계는 북한은 UN 동시가입을 거부하고 있다는 걸 맹목적으로 믿었다. 하지만 UN 동시가입하는 것을 보고 북한도 어쩔 수 없는 나라기 때문에 남쪽에 대한 선전선동에 측면에서 주장과 담론을 내놓고, 국가적인 입장에서 결정을 내릴 때는 다른 결정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민주노동당은 노동문제를 중요시하는 PD계열 아닌가?
- 민노당의 전신은 민중당이다. 민중당이 노동운동 하는 분들이 한쪽에 포진하고 있었다. 그게 민노당의 초장기 모습이었다. 새누리당에 있는 이재오, 김문수 의원이 민중당의 핵심이었다. 그러다가 민주노동당으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기존의 노동운동 세력과 학생운동에서 민족해방계 세력이 합쳐진 것으로 알고 있다. 민노당 안에는 노동운동 세력과 민족해방 세력이 같이 있다.

Q. 현재 통합진보당 내 종북 노선의 비중은?
- 민노당의 종북노선에 동의할 수 없는 분들이 진보신당으로 나갔고, 민노당에는 NL 중심으로 남아 있었다. 여기에 국민참여당 유시민, 진보신당에서 민노당과 통합을 주장한 분들이 다시 들어온 것이다.

Q. 통합진보당 어떻게 NL계열이 당권을 잡았나?
- 집단적 사고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매일 만나서 토론하고 생활을 같이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사물과 현상을 보는 눈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통합진보당 안에 NL계가 인간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80년대에 받아들였던 민족문제와 통일문제의 중요성에서 좀 더 들어가서 북한이라는 실체를 보는데 있어서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통합진보당 사태로 진보진영이 두 가지를 반성해야 한다. 하나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비례대표 선거 부정이다. 이는 명백한 잘못이 있는 것이다. 진보라고 하는 분들이 자신의 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건데 냉철하게 반성해야 한다. 목표와 동기가 순수해서 과정과 절차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지금은 통용되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두 번째는 그런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보수진영의 논리에 포섭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건 무리한 진영 논리다. 진보진영이 좋은 생각을 가지고 해도 실수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런 비판을 보수진영의 논리라고 배척하는 것은 진보진영 내에서 건전한 비판이 존재할 수 없다.

Q. '주사파 대부' 김영환씨 전향 배경은?
- 80년대 같이 고민하고 운동을 같이 한 사람들이 분화되는 게 참 씁쓸한 모습이다. 당시 민족문제를 고민했던 분이 한쪽은 지금도 북한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 이른바 '친북'이라고 설명할 수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극단적으로 '북한 민주화론'을 펴는 사람들이 있다. 친북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 반북이라는 지나치게 과격해서 남북의 화해를 해치는 생각이 있다. NL계에서도 친북도 아니고 반북도 아니면서 여전히 민족문제의 중요성을 가진 채로 북한을 어떻게 개혁 개방으로 이끌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대북화해협력 정책이 북한이 잘못된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확대를 통해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맞다고 본다.

Q. 햇볕정책도 북한을 변화시키는데 실패?
- 북한의 변화가 더딘 것은 햇볕정책이 잘못됐다기 보다 분단체제에서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면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미국이 베트남을 상대로 한다거나 중동을 상대로 햇볕정책을 벌이면 효과가 금방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경쟁하는 체제여서 한 쪽이 다른 쪽에 볕을 쏘아주는 상황인데 그걸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햇볕을 받는 상대방이 변화를 거부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순간 통일로 간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이것을 기다릴 줄 아는 인내 필요하다.

Q. 안철수 원장에게 대북 문제 자문해줬는데?
- 지금은 연락하지 않고, 지난 연말에 2번 봤다.

Q. 안철수 원장의 대북관은 어떻나?
- 서로 의견 교환을 했는데 안철수 원장의 '대북관'이 보수적이라고 느끼지 못했다. 주로 통일을 하기 위해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 북-중관계의 편향성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안철수 원장의 대북관은 합리적이고 온건하고 유연한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다. 제 추측으로는 안보에 관해서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다만, 남북관계를 확대하고 지속하는 것이 필요한가 아니면 교류를 중단해서라도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가에서 입장이 갈린다고 본다. 제가 보기에 안철수 원장은 남북관계가 소중하고 필요해서 개방을 위한 교류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