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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우티, 타다 내쫓아 시민단체에 고발당한 카카오T

입력 2021-09-29 17:10 수정 2021-09-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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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단독 보도로 카카오모빌리티 '타 가맹 택시 신고센터' 운영 알려져
| 카카오T, 80% 장악한 '택시 호출 사업' 무기로 '가맹 사업' 경쟁자 배제
| 참여연대·민변 "카카오T, 심판과 선수 겸직"


참여연대가 오늘 택시 호출 시장 1위 업체인 카카오모빌리티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우티(UT)·타다 등 다른 가맹 택시를 카카오T 일반 호출서비스에서 배제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택시 호출 중개 시장 80% 이상을 점유한 카카오T가 이를 이용해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며 시장 지배적 지위남용금지 및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혐의를 제기했습니다.
오늘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독점 갑질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사진=연합뉴스)오늘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독점 갑질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가 우티, 타다 가맹 택시 차량의 카카오T 호출 서비스 이용을 중단시켰다는 사실은 지난 4일 JTBC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관련 기사: [단독]카카오T "UT·타다 로고 붙인 택시는 퇴출"…"1위 기업 횡포" 반발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22631)

'카카오T에서 우티 가맹 택시를 배제'한 것, 언뜻 보기엔 큰 문제가 없는데요. "심판과 선수의 겸직"이라며 고발당한 이유를 뜯어보겠습니다.

◇우티(UT)·타다와 가맹 맺으면 카카오T 호출 배제

"우티(UT) 로고와 갓등을 떼면 다시 카카오T 콜을 받게 해준 대요."

지난 7월 어느 날 아침, 평소처럼 운전석에 앉아 카카오 기사 앱을 연 박성민 씨. '이용 자격이 없다'는 안내문을 마주했습니다. 택시 호출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카카오의 콜을 받지 못하게 된 겁니다. 카카오 T 콜을 많게는 한 달에 100건도 넘게 받던 박 씨에게 이는 치명적이었습니다. UT의 사용자는 카카오 T의 10분의 1이 채 안 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호출을 받으려면, UT 가맹 탈퇴를 하라는 게 카카오의 조건이었습니다.
택시 위 갓등을 떼고 로고를 없앤 뒤 차량 사진을 찍어 제출하면 다시 카카오T 앱을 통한 호출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단 겁니다.

카카오T는 얼마 전부터 다른 브랜드 택시를 신고받는 페이지를 운영했습니다. 다른 가맹 브랜드 '갓등'과 '로고'를 단 택시의 번호판을 찍어서 신고하면 카카오T 이용 자격을 정지합니다. UT, 타다, 반반택시, 마카롱 등 모든 브랜드가 신고 대상이지만 마카롱, 반반택시 등과는 협정을 맺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다른 브랜드 가맹택시 신고 센터. 다른 가맹 브랜드의 로고나 갓등 단 차량의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는 사진이 있으면 신고가 가능합니다.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다른 브랜드 가맹택시 신고 센터. 다른 가맹 브랜드의 로고나 갓등 단 차량의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는 사진이 있으면 신고가 가능합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서치원 변호사는 '카카오T 호출 중개 서비스'가 택시기사라면 필수적인,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가 됐다'며, 경쟁사업자(우티, 타다 등)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을 내세운 건 '경쟁자의 사업활동을 배제하고 방해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비자와 택시기사 모두를 카카오 생태계에 묶어두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카카오로 부르면 카카오 택시 오는 게 당연?…'호출 중개 사업'와 '가맹 사업' 달라

카카오T로 택시 부르면 '카카오 블루'택시가 오는 게 당연하지 않냐는 의문을 제기한 시청자분들이 많았습니다.

카카오 T의 택시 서비스는 여러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여객운송법의 분류에 따르면 운송플랫폼의 서비스는 Type 1,2,3로 나뉩니다. 직접 택시 차량을 사서 운송하는 일명 '직영 택시'(Type1), 프랜차이즈처럼 택시를 가맹점으로 확보해 운송하는 일명 '가맹 택시'(Type2), 택시 호출을 중개해 주는 플랫폼 중개사업, '호출 중개' (Type3)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세 사업을 모두 하고있습니다.

우티(UT) 로고와 갓등을 달고 있다는 이유로 카카오 T 이용 중단 조치를 당한 택시기사 박성민씨. 카카오T는 사실상의 타사 가맹계약 해지를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우티(UT) 로고와 갓등을 달고 있다는 이유로 카카오 T 이용 중단 조치를 당한 택시기사 박성민씨. 카카오T는 사실상의 타사 가맹계약 해지를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8년 부터 ▲9개 택시회사를 인수해 900여대의 '직영 택시'를 운영하고 ▲상반기 기준 2만 6000여대 택시와 가맹계약을 맺었습니다. 카카오 T에서는 '카카오 블루'만 호출하는 게 아니라 일반 택시와 연결해 주는 ▲'일반 호출'서비스도 있습니다.

2015년 시작했을 때는 모든 택시와 승객을 연결해 주는 '일반 호출'서비스로 시작했습니다. 기존 전화 콜택시와 달리 승객에게 호출료를 받지 않는단 카카오의 정책에 택시 기사들이 따라 줬고, 카카오 택시도 규모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시장 내 점유율을 키운 2019년, 직영 택시와 가맹 택시 브랜드인 카카오T블루가 등장했습니다. 불과 3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원래 제공하던 '일반 호출'서비스는 기존처럼 어떤 택시든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브랜드 '가맹 택시'에 이용을 제한하기 시작한 겁니다.

◇ 후발 주자가 시장 진입 못 하게 막는 효과
카카오T 콜을 받지 못하게 되자 많은 가맹 택시들이 탈퇴했습니다. 카카오T 호출에서 배제될 걸 알면서 신규 가맹계약을 맺는 택시는 많지 않습니다. 유치도 더 어려워진 겁니다. 사실상 신규 사업자의 성장을 막아 시장 내 경쟁을 저해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오늘 공정이 신고 기자회견에서 "카카오 모빌리티는 '심판(중개 플랫폼)이면서 선수(직영 가맹 택시)'"이라며 중개 플랫폼에서 타사 가맹 택시를 배제하는 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시장 경제 교란행위'라는 혐의를 제기했습니다.

하나에 플랫폼에 발이 묶이는 건 소비자에게 큰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됩니다.

여러 개의 택시 호출앱이 있다면 이용 요금 '가격경쟁'을 하거나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품질 경쟁'등이 당연히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독점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사라진다면 독점기업은 초과 수익을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 우티(UT)로 호출했는데 도착한 '카카오 블루'
카카오T는 타사 브랜드 가맹 택시는 배제하면서 자사 카카오 가맹 택시는 다른 중개 플랫폼을 이용하게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우티 앱으로 택시를 호출했는데 카카오 블루 택시가 오기도 했습니다.

우티(UT) 호출 화면(위)와 해당 호출로 탑승한 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 모습. 차량번호가 같아 카카오T 가맹택시가 우티(UT)호출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우티(UT) 호출 화면(위)와 해당 호출로 탑승한 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 모습. 차량번호가 같아 카카오T 가맹택시가 우티(UT)호출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얼마전 만난 카카오T블루 가맹기사는 "피크시간대에는 카카오 블루 가맹 택시들이 대부분 카카오 T앱을 끄고 온다, 우티 등 다른 플랫폼의 중개를 활용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밤 10시부터 1시간 동안의 영업에 그날 수익이 걸려있어 좋은 콜을 골라잡을 수 있는 다른 호출 앱을 쓴단 겁니다. 가맹 택시의 경우 다른 호출 앱으로 태운 손님의 택시요금 일부도 똑같이 카카오에 수수료를 냅니다.

반대로 우티 등 다른 호출 앱이 카카오 가맹 택시를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택시 기사 확보가 어려운데, 카카오 가맹 택시마저 배제하면 호출에 빠르게 응할 택시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장을 지배한 '카카오'의 힘이 강력한 셈입니다.


'가맹 택시 콜 몰아 주기' 등 카카오모빌리티 관련 공정위가 현재 조사하고 있는 사안은 여러 개로 알려졌습니다. 플랫폼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내릴지 결론이 주목됩니다.

※우리 삶에 깊숙히 침투한 '플랫폼 경제'는 영화 '매트릭스'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구혜진 기자의 [매트릭스] 코너는 플랫폼 경제의 이면을 집중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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