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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25회] 서종예 이사장 김민성 '검은 커넥션'

입력 2014-08-18 01:10 수정 2014-08-1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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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가 흔히 하고 듣는 이야기가 "정치인들 그만 좀 싸웠으면 좋겠다" 하는 건데요. 그런데 여야 정치인들이 치열하게 다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법을 만드는 문제를 놓고섭니다. 법안 한 줄로 정부의 한 부처가 통째로 사라질 수 있고 특정 기업이나 이익집단을 돕거나 반대로 거의 망하게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 이 막강한 권리를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다면 어떨까요? 탐사플러스는 국회의원에 대한 은밀한 입법로비 전쟁을 취재했습니다.

먼저 요즘 한창 떠들썩한 서울종합예술학교의 입법로비 의혹을 임진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올해 초 서울 올림픽공원. 행사장 밖으로 10대들이 줄지어 길게 늘어섰습니다. 장내 수천 석을 꽉 메운 성대한 규모, 그리고 화려한 춤과 노래들.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이 행사는 실은 한 예술종합 직업학교의 입학식입니다.

[김병천/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 아나운서ㆍ쇼호스트 학부의 교수를 맡고 있는 김병천이고요.]

[이인혜/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 함께 진행을 맡게 된 연기예술학부 교수 이인혜입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여야의 전현직 국회 의원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신학용/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여러분의 꿈과 이상, 상상력 모든 걸 동원해서 훌륭한 문화 예술인이 되기를 꼭 바랍니다.]

[김재윤/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 다니시는 동안에 여러분은 치열하게 작품활동 하시고….]

이들 중 3명에게는 공로상까지 주어집니다.

[전 새누리당 의원 : 제가 이 다음에 다시 태어난다면, 서울종합예술학교 다시 여러분의 후배로 입학하겠습니다.]

이사장 김민성 씨는 KBS 탤런트 출신으로 90년대 초 연기 학원을 운영하면서 유명세를 탔습니다.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과 활발한 교류를 해왔습니다.

[전직 보좌관 : 여야를 막론하고 전방위 로비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회 유머아카데미 졸업식장에 김민성 이사장이 서울종합예술학교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졸업축하 공연을 했습니다.]

여야 의원들에게 공식 후원을 한 사실도 있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지난 6월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습니다.

특히 지난 2009년 4년제 학위 운영기관으로 승격된 부분도 수사 대상입니다.

검찰은 김 씨가 학점은행 기관인 평생교육진흥원과 모종의 거래를 했는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임의대로 수업을 줄이거나 교수를 바꾸는 등 파행 운영이 들어났을 때도 별다른 제재 조치는 없었습니다.

김 씨는 검찰 수사에서 야당 의원 세 명에게 수천만 원의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의 칼날은 야당 의원들을 향했습니다.

이른바 '입법로비'.

김 씨에게 돈을 받은 야당 의원들이 김씨의 사업에 유리한 쪽으로 법 개정을 해 줬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지난해 신계륜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입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지정하는 직업전문학교 중 '직업'이라는 단어를 뺄 수 있게 해준다는 내용입니다.

이 단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난 4월, 신 의원 법안을 심사할 당시 우려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도 "'직업'이라는 문구 없이 '학교' 명칭만 사용하면 국민이 혼동할 우려가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직업'은 빠지고 대신 '실용'으로 바뀌었습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민성 이사장이 세 의원에게 상품권 등을 포함해 금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원들은 표적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합니다.

[신계륜/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일종의 검찰의 보여주기 이벤트성 행사, 이런 것에 연루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지금 하고 있거든요. 왜냐면 여당의원 2명, 야당의원 2명이 나란히 소집하게 된다면….]

[신학용/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법안 발의할 때 참여하신 동기나 이유는?) 그런 거 없습니다.]

[김재윤/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저는 돈 받은 적 없습니다. (혐의에 대해서는 완전히 부인하시는 것인가요?) 저는 진실, 언론에 알려진 사실과는 다르고요.]

연예계 큰손, 그리고 로비스트.

김씨의 실체를 추적했습니다.

'신세대 한류 스타를 낳은 예술 인재의 산실'

서울종합예술학교는 그렇게 홍보를 해 왔습니다.

서울 강남의 노른자 땅에 위치한 대형 건물들이 이 학교의 캠퍼스입니다.

학교에선 언론의 접근을 강하게 거부했습니다.

[서울예술종합학교 관계자: 어디서 오셨습니까? (JTBC인데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나가세요. (오늘 관계자 분들 좀 나오셨나요?) 글쎄 어느 분이 관계자 분인지 모르지만. (학장님이나….) 안 나오셨어요.]

수업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문제가 불거지기 전부터 학교 운영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

마침 휴학계를 내러 온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서울예술종합학교 학생: 그냥 횡령해서 하고, 일 터지고. 저희한테는 아무 일 없다고 했는데 일이 커지니까. 저희 학교니까 막으려고 하는데 못 막죠. 망했어요.]

머뭇거리던 학생들은 학교의 실상에 대해 털어놓습니다.

[서울예술종합학교 학생 : (연예인 사관학교인데 (입학) 까다롭지 않아요?) 돈만 있으면 다 받아줘요. (진짜? 시험 안 봐요?) 보긴 보는데 형식적인 것 같아요. 이제 시작한 애들도 막 들어오고….]

적지 않은 학생들이 입학 후 오래지 않아 크게 실망한다는 얘기입니다.

[서울예술종합학교 학생 : 거의 자퇴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저희 반은 4분의 1은 자퇴한 것 같은데….]

연예·예술 입시계에선 이미 이런 내용들이 꽤 알려져 있었습니다.

[서울예술종합학교 학생: 일단 이 학교가 정원이 없는 학교이기 때문에 누구나 등록금만 내면 입학할 수 있는 학교이고요. (학생들에게) 이 학교를 추천하지는 않아요.]

무리한 등록금과 강남에 소유한 많은 빌딩들도 여러 사람들의 의심을 샀습니다.

[서울예술종합학교 학생: 등록금을 많이 받으니까요. 사이버대 같은 경우에는 120만원 그렇게 하는 걸로 아는데, (이곳은) 일반 4년제 대학 정도의 등록금을 받고 있으니까.]

그러면서도 학교 홍보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던 겁니다.

[서울예술종합학교 학생: 다른 학교 팜플렛같은 경우는 삼면 접기 이 정도이거나 아니면 모집 요강에서 10매짜리 정도의 팜플렛이 나오는데, 이 학교는 거의 패션잡지 수준으로 두께가 상당한….]

동문으로 홍보되고 있는 연예인들은 어떨까.

확인해본 결과 실제 졸업했다고 답한 경우는 단 한 명 뿐이었습니다.

대부분은 학교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거나 불편하게 여겼습니다.

[연예인 A측 매니저 : 지금은 휴학을 하고 있죠. 저희 언급은 조금 안 해주셨으면 하거든요.]

[연예인 B측 매니저 : 현재는 한양대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건 맞고요. 그 다음에 서울종합예술학교와는 어떤 연이 있었는지는 지금 파악이 안 됩니다.]

[연예인 C측 매니저 : 00이 같은 경우에는 거기에 한 학기만 다니다가 학교를 옮겼거든요.]

화려한 마케팅을 앞세웠지만 이런 모습은 학교의 실제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학교의 자랑거리인 서울 강남 한복판의 캠퍼스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연예 예술 입시학원 관계자 : 불과 5년 만에 삼성동 인근에 건물을 다섯 채나 인수했다고 하시는 걸 보면…. 유명한 사건이었죠. 그 학교가 어떻게 그렇게 돈을 많이 벌까.]

김 씨가 소유한 학교 빌딩들의 시세는 어느 정도일까.

[서울 강남구 부동산 중개사 : (그럼 (토지가) 800평이 넘는 거네요?) 832평. (이 정도면 큰 땅 아닌가요?) 크죠 이거는….]

하지만 가격이 커 시세를 가늠하지 못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부동산 중개사 : 덩어리들이 큰 것들은 부동산에서 거래가 안 되고 대부분 법인에서 하기 때문이에요. 부동산에선 시세를 잘 모를 거예요.]

빌딩 자산관리 전문가와 직접 시세를 분석해 보기로 했습니다.

[황종선/알코리아에셋 대표 : 보니까, 삼성역 주변으로 해가지고 지금까지 매입을 해왔습니다.]

김 씨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과 대치동에 6개의 빌딩과 1필지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자산 총액은 감정가액 기준으로 무려 2000억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산 대부분은 빚이었습니다.

산 건물을 담보로 다른 건물을 사기를 십여 년간 반복해온 겁니다.

[황종선/알코리아에셋 대표 : 이 건물 가지고 대출이 이렇게 많이 안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다른 것까지 같이 담보로 해서. 이게 잘못되더라도 원금회수를 해야 하니까. 다른 건물들도 다 전체를 다 묶습니다.]

빌딩 매매 전문가도 흔히 보지 못했던 위험한 투자.

[황종선/알코리아에셋 대표 : 거의 빚이기 때문에 그래서 어찌 보면 매물을 내놨던 거죠. 감당이 안 되는 거죠. 다 빚이잖아요. 80-90%가 빚이기 때문에, 외형은 2200억 원이지만 실제로 정리를 하게 되면 얼마 안 남는 거죠.]

그런데 대출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들이 발견됩니다.

우선 김 씨는 10여 년 동안 모든 대출을 신한은행 봉은사로지점에서만 받았습니다.

추정 대출액은 약 1800억 원.

감정가액의 90%에 이르는 비상식적 대출이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 전문가들은 시중은행 대출 기준을 한참 벗어난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강형구/금융소비자연맹 국장 : 금융사에서 이 기업이 영업을 엄청 잘한다든지 이런 경우가 아닌 한, 거래 관계의 이해관계나 특수한 지위를 행사했다고 보면 타당할 겁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500억 원대 빌딩을 28살 아들 명의로 샀습니다.

이를 위해 이 아들의 이름으로 420억 원에 이르는 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황종선/알코리아에셋 대표 : 아들이 이제 임대료 나오는 거 가지고 이자를 갚아 나가는 그런 구조로. 한마디로 증여 목적인 거죠, 아들한테.]

대출 외에 80억 원을 김 씨가 조달해 줬다면 40억 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냈는지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특히 이 경우는 차명대출, 즉 남의 이름을 빌린 편법 대출 의혹이 짙습니다.

[황종선/알코리아에셋 대표 : 아들이 86년생이면 살 능력이 안 되잖아요? 자금 출자 때문에 융자가 많이 발생합니다. 500억에 샀지만. 융자를 채권최고액이 540억이니까 아들 이름으로….]

[강형구/금융소비자연맹 국장 : 개인 대출 한도를 정해놨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초과되지 않습니까. 그럼 제3자 명의라든지 다른 사람 명의로 대출해줄 수 있지 않습니까. 이럴 경우에는 분할 대출로 되고, 은행 법규상 규제가 되고 있습니다.]

[강형구/금융소비자연맹 국장 : 기존에 대출인은 나도 또 연속해서 일어났기 때문에 분할대출로 의심할 소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추가로 불거진 갖가지 의혹들.

해당 은행의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신한은행 측은 김 씨의 대출 내역을 설명해 달라는 취재진의 거듭된 해명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다만 "불법 대출은 없으며 개인정보상 대출 총액과 금리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밝혔습니다.

앞으로의 검찰 수사에서 이런 의혹들이 해소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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