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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어르신들도 모르는 '어르신 특화거리'

입력 2017-08-0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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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르신들을 즐겁고 기쁘게 만든다는 '락희거리' 들어보셨는지요. 서울시가 노년층을 위해 마련한 이른바 '어르신 특화거리'입니다. 그런데 홍보나 관리가 부실해서 정작 어르신들도 외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1964년 발매된 '동백 아가씨' 음반입니다.

표지 색깔은 바랬지만, 레코드판은 그대로입니다.

60~70년대 음악이 흐르는 이 카페는 테이블마다 지팡이 걸이를 설치했습니다.

바로 옆 이발관에서는 싼값에 머리를 손질하고 누구나 화장실과 돋보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노년층을 위해 특화된 가게들이 몰린 이 골목은 서울시가 지난해 연말 조성한 '락희거리'입니다.

하지만 가게 안과 달리 바깥에서는 이곳만의 특징을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르신들을 즐겁고 기쁘게 만든다'는 취지로 예산 2억6천만 원을 투입했는데요. 표지는 이렇게 양쪽 골목 끝에 한 개만 달려있고요. 옆으로는 소규모 무대라고 마련을 했는데, 사실상 벽면에 간판 하나만 달고 위에는 전구 알 없는 조명만 달아놓은 상태입니다. 오랫동안 공연장으로 사용이 안 돼서 앞으론 이렇게 음식물 쓰레기통과 담배만 떨어져 있습니다.

'어르신 친화거리'지만 정작 어르신들도 실체를 모릅니다.

[강화자/서울 종로구 창신동 : 락키걸? 락키걸은 할머니, 할아버지들, 애인 도와주고 막 그러는…]

[양회곤/서울 도봉구 방학동 : 잘 모르겠어요. 할리우드는 잘 아는데…]

지자체에 협조해 거리 개선에 동참한 상인들은 부족한 홍보가 아쉽기만 합니다.

[이현창/이발사 : 없어요. 아직은 별로예요. 방송을 보고 사람들이 찾아오지, 개인적으로는 몰라서 못 와요.]

락희거리로 지정된 지 1년도 안 됐지만, 관리가 부실한 흔적도 곳곳에 나타납니다.

지자체에서 설치한 전시물 보관함에는 먼지가 쌓였고, 심장 제세동기는 수시로 주차하는 차들로 인해 보이지 않습니다.

생수를 제공한다고 표시된 이른바 '상냥한 가게' 중 일부는 시로부터 안내나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상냥한 가게? 글쎄요 그건 모르겠는데.]

[(생수를) 준다 하고 안 주더라고. 우리만 안 준 거 아니고 다 안 줘.]

락희거리를 둘러싼 낙원상가나 탑골공원 등 주변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는 물론이고, 밤이 가까워질수록 노숙인들의 고성방가도 심해집니다.

곧 있으면 해가 완전히 질 시간입니다. 락희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다소 줄었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조금만 걸어 들어가 보면, 주변에서는 이미 술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찰 : 우린 수시로 돌면서 지금도 그러지. 이제 노숙 그만두시고 일을 다녀라…오늘도 지금 7시 교대해서 세 번째야.]

서울시는 담당구청 및 경찰과 협조해 노숙인 계도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 장기적으로 어떤 시도들이 계속 일어나고 관심을 가져주시고 하면 그 부분에 대한 문제들이 점차적으로 개선될 거라고 본 거죠.]

서울시는 지난해 이곳을 '어르신이 주인이 되는 거리'라고 소개했습니다. 모두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곳으로 거듭나려면, 지금보다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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