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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옷 마를 새 없이 출동…장마철 소방서 24시

입력 2020-08-0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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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5일) 밀착카메라는 다급할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주는 소방관들 얘기입니다. 이번 폭우 현장에서도 그랬습니다. 물과 흙더미 속에서 주민들을 구해내고 달려 나간 개를 잡으러 가거나 벌집 없애러 출동하기도 합니다.

옷이 마를 새 없는 소방대원들의 하루를 서효정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기자]

평소에도 넓은 면적을 담당하는 용인소방서는 이번 호우 때 특히 가장 바쁜 소방서 중 하나였습니다.

용인에선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고, 캠핑장에선 100명 넘게 고립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홍범석/경기 용인소방서 : 할머니·할아버지들은 빨리 집 놔두고 대피를 해야 되는데 집에서 다 떠다니고 이러니까 쉽게 못 나오시는 거예요. 그래서 업어서 나오고…]

가까이 있는 안성 지역도 비 피해가 심해 지원까지 나갔다 왔습니다.

[조재범/경기 용인소방서 : 조립식 건물인데 무너져서 안에 계시던 남편분이 돌아가셨던, 저희가 출동 나가서 수색을 해서 시신을 수습하고 들어왔었어요.]

계속 발령돼있는 호우 경보 때문에 상황실에선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근무를 계속해야 돼서, 호우경보 때문에. 호우경보.]

옷을 널어 놓아도 마를 새가 없습니다.

[황병주/경기 용인소방서 : 웨트슈트(잠수복)라고 하는데요, 엊그제 출동 나갔을 때 입었어요.]

수난 훈련 때 착용하는 잠수복과 안전장비가 폭우 때도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황병주/경기 용인소방서 : 다 사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수영할 수 있기 때문에 두려움 같은 건 없고 평소 훈련하던 대로…]

한바탕 폭우는 지나갔지만, 소방서는 긴장 속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사이렌이 울리고, 소방차가 출동합니다.

야간에 긴급출동 신고가 들어와서 저희도 현장으로 가는 중입니다.

지금이 새벽 3시 반 정도 됐습니다.

어떤 내용인지는 현장을 가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방차는 골목에 멈췄습니다.

주민들이 잠옷 바람으로 나와 서성거리고, 소방대원들은 불이 어디서 난 건지 살핍니다.

한 집 한 집 초인종을 눌러봅니다.

새벽이라 다들 응답이 늦습니다.

[전민규/경기 용인소방서 : 안녕하세요, 소방서에서 나왔는데요. 오작동 벨이 울려가지고 확인 좀 할 수 있을까요?]

겨우 문이 열린 다른 집, 양해를 구하고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원인) 나왔어?]

베란다 쪽 화재 감지기가 오작동한 것입니다.

[전민규/경기 용인소방서 : 비 오기 전이나 비 오고 나서 날씨가 습할 때 오작동이 자주 일어나는데…]

이런 신고는 오히려 비가 지나간 뒤 늘었습니다.

고요한 소방서에 갑자기 울리는 출동 알람, 이번엔 벌집을 없애 달라는 신고입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한 눈에 봐도 벌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보호복을 입는 소방대원 주현 씨, 30도를 넘는 찜통더위에 벌써부터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살충제를 발사하자 벌들이 날아오릅니다.

[홍주현/경기 용인소방서 : 이 정도는 어려운 건 아니에요. 진짜 뭐 땅속에 있는 벌도 있고 더 높은 곳에 있는 벌도 있고요.]

소방서로 복귀한 것도 잠시 또 나가야 합니다.

[가시죠. (어디?) 개 잡으러. (개? 개요?)]

급히 현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아, (우리를) 기다릴 수가 없어요?]

개가 달아날 수도 있다는 긴박한 상황, 현장에선 이미 마취총을 쐈다고 합니다.

도착하니 구급차가 서 있고 대원들이 산 오를 준비를 합니다.

[조재범/경기 용인소방서 : 지금 마취총 쏘고 안으로 도망갔는데 마취되려면 시간이 걸려요. 기다렸다가 봐서 포획하려고.]

막내지만 키는 제일 큰 소방대원 재범 씨가 나섰습니다.

개의 흔적을 찾는 게 급선무입니다.

수풀을 헤치고 올라가봅니다.

[와, 진짜 잘 가시네.]

아무리 온순한 개라도 노약자에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백구거든요, 아까 철창에서 짖고 있던 그 정도 크기 백구인데…]

백구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만 남았습니다.

아쉽지만 포획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조재범/경기 용인소방서 : 자기만 아는 길이나 이런 데로 도망갔을 거예요. 거기를 저희가 어딘지 모르니까…]

해가 진 뒤에도 맘 편히 쉴 수는 없습니다.

비 예보가 있기 때문입니다.

출동 내용을 되짚어 보고, 어떻게 구조할지 고민합니다.

[조재범/경기 용인소방서 :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하면 어땠을까, 이런 장비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이런 회의를 정말 많이 해요.]

범석 씨도 오늘 현장이 못내 아쉽습니다.

[홍범석/경기 용인소방서 : 잡았어야 되는데…(아직도 생각나세요, 개를 잡았어야 하는 게?) 못 잡고 오면 찝찝하죠.]

밤에 예보됐던 비구름은 걷혔습니다.

잠깐 생긴 여유에 아들 사진을 보는 재민 씨,

[조재범/경기 용인소방서 : 항상 휴대전화 배경화면 해놓고 계속 보고 있어요. (몇 살이에요?) 두 살이에요. 우는 게 너무 예뻐서 우는 거 많이 보거든요.]

밤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어느덧 평소처럼 날이 밝아오고, 이들은 이제 곧 퇴근입니다.

[전민규/경기 용인소방서 : 오후에 또 비 오면, 비상 걸리면 다시 들어와야 돼요, 비상 걸리면. 안 걸리길 바라야죠.]

간밤에 비는 안 왔지만 소방관들은 부상자를 이송하고 주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웠습니다.

언제 또 폭우가 쏟아질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이 소방서에서 대원들은 오늘도 대기 중입니다.

(인턴기자 :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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