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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사건플러스] 인터넷 기사 피살…범인이 '목격자 가장' 신고

입력 2017-08-24 22:18 수정 2017-08-25 02:06

피의자 평소 행적 추적…'놓치고 있던' 중요한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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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평소 행적 추적…'놓치고 있던' 중요한 사실은?

[앵커]

지난 6월에 한 남성이 자신의 집에 인터넷을 고치러 온 수리 기사를 무참하게 살해한 사건, 기억하시리라고 믿습니다. 오늘(24일) 사건플러스, 매주 목요일에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사건플러스는 이 사건을 집중 조명해 보겠습니다. 당시 이른바 '묻지마 살인', 그러니까 '원한 관계도,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저지른 살인이다' 이렇게 보도가 됐었죠.

그런데 그동안 놓치고 있던 아주 중요한 몇가지 사실들을 이한길 기자가 새롭게 확인했습니다.

[기자]

[이웃 주민 : 나보고 '아저씨' 하면서 문 열고 나오면서 '신고 좀 해주세요' 이러더라고…]

[홍교선/충주 연수지구대 경위 : (가해자는) 병원에 가야겠다는 얘기 외에는 다른 말은 한마디도 안 했어요. (아 본인이 병원에 가야겠다.)]

지난 6월, 충북 충주의 한 원룸에서 인터넷 서비스 기사가 살해당했습니다.

범인은 전화로 인터넷 수리를 요청한 50대 권모씨.

'누군가 자신의 인터넷을 느리게 했다는 피해망상에 빠져 저지른 살인'이라고 알려진 사건.

정말 그럴까요. 사건 현장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119 구급대원 : 저희한테 신고가 들어온 건 가해자한테 들어온 거에요. 그때는 가해자인 줄은 몰랐죠.]

취재진이 입수한 119 녹취록에 따르면 권씨는 "응급차 좀 보내달라", "살인사건", "피 터지고 난리가 났다"며 출동을 요청했습니다.

도주가 어려워지자 당황한 권 씨가 자신이 목격자인 것처럼 119에 신고를 했던 겁니다.

[119구급대원 : '출동하고 있는 중인데 어떤 상황인가요' 물었더니 '그냥 빨리 오세요'라고…]

정작 자신의 범행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 : 일부러 자기가 먼저 신고를 해서 자기가 피해자다(라고 한 거죠.)]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구급대원에게는 나도 다쳤으니 병원으로 옮겨달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홍교선/충주 연수지구대 경위 : 여러 가지 질문을 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답을 안 했어요.]

구급차를 타고 피해자보다 먼저 병원에 도착한 권씨는 피해자 옆, 응급실 중환자구역에 태연히 누워 검사와 치료를 받았습니다.

[병원 관계자 : 그분은 생체징후가 괜찮았어요. 안정적이었어요.]

권씨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시시각각 수사망을 좁혀오자 이번에는 구속을 피하기 위해 입원을 요구했습니다.

[병원 관계자 : 분명히 입원하고 싶다, 입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입원해야 하는 거 아니냐…]

경찰은 권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고 미리 범행을 계획했을 것이라고 의심했습니다.

권 씨는 도주를 위해 미리 짐을 쌌고, 현금 200만원도 준비했습니다.

열 흘간의 구속, 여섯번의 조사 끝에 권씨는 결국 범행 사실을 자백했습니다.

권씨는 범죄 전과가 없는 초범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의 관리대상에서도 빠져있었습니다. 이런 권씨가 갑자기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 이유는 뭘까요. 취재진은 권씨의 평소 행적을 추적해봤습니다.

권씨는 10년 전 어머니가 숨진 뒤 가족과 인연을 끊고 혼자 생활해 왔습니다.

아내와 자식은 없었고, 친척들과도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경기도 안성과 안산 대부도, 충북 보은 등을 옮겨 다니던 권씨가 이곳으로 이사를 온 건 지난 4월.

[인근 공인중개사 : (이 동네는) 낡고 금액이 저렴해요. 관리비도 없었을 거예요.]

특별한 직업이 없는 권씨는 집안에서 주식투자와 컴퓨터 게임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웃 주민 : 인사도 없고 대화도 없었어요. 자주 얘기라도 했으면 되는데 그런 대화도 없었고…]

[인터넷 서비스 회사 직원 : 제일 저사양의 인터넷 라인을 신청해서 요금을 내시는 분인데 항상 가보면, 게임을 하는데 늦다…주식을 하는데 늦다…]

스스로 만든 고립된 세계에 갇힌 권씨. 외부와의 단절 속에 해소되지 않는 불만만이 쌓여 갔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권씨는 외출할 때 주머니에 흉기를 넣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단순한 불만은 점점 '누군가 자신의 컴퓨터를 고장 내고 인터넷을 느리게 만들었다'는 분노로 발전했고, 결국 살인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이성적으로, 계획한 대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여서 심신미약을 인정하기가 상당 부분 어려운 사건입니다.]

(자료 :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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