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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도장의 크기와 값어치…'눈을 뜬 정의의 여신'

입력 2016-05-2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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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도장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기도 합니다. 도장 파주는 곳도 이젠 거의 찾아보기 어렵지요. 그러나 법조계에서만은 그것이 예외인 모양입니다.

도장은 법조인들이 버리지 못하는 일종의 사치인데… 왜냐하면 그것이 엄격한 서열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검찰에서 평검사의 도장 지름은 11㎜ 이하. 승진을 할수록 서류에 찍는 도장의 크기가 커집니다.

법원 역시 마찬가지여서 하급판사의 도장은 부장판사의 도장보다 작아야 한다는 것이 나름의 불문율이라 하는군요.

물론 손쉽게 직위를 구분하는 도구로만 사용된다면야 아주 간편하고도 효율적인 구분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현직에서 물러났을 때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도장의 크기와 값어치가 아닐까… 하는 겁니다.

"전직 대법관이 찍는 도장 값이 한 번에 3000만 원"

작년 3월, 변협 회장의 작심발언이 나왔을 때만 해도 모두가 그 액수에 크게 놀랐습니다.

그러나. 어제(24일) 저희 JTBC가 취재해 전해드린 논란을 보니…그 도장값 3000만 원은 말 그대로 푼돈이었습니다.

선임계도 없이 전화 한 통 해도 돈이 다발로 들어오는 판국… 수억 원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죠.

그 옛날 공부가 가장 쉬웠다는 누군가의 한마디가 수많은 보통 학생들 가슴에 멍이 들게 했던 것처럼… 이 전직 검사장에게는 돈벌기가 가장 쉬워서…

최저임금에 매달리고, 봉급인상 몇 만 원을 위해 몇 달간 굴뚝 위에서 살아야 하는 보통 노동자들 가슴에 또한 멍이 들게 생겼습니다.

이미 5년 전부터 전관예우법이 시행됐지만 현장에선 전혀 먹히지 않았고… 법조인 10명 가운데 8명은 앞으로도 전관예우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고 하니 "무전유죄 유전무죄" 라는 어느 범죄자의 단어들은 이 땅에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생명력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의 정의를 상징하는 여신 디케는 왼손엔 저울, 오른손엔 칼을 들고 있습니다. 저울은 정의와 불의를 판단하는 기준을 상징하고 칼은 엄정한 집행을 상징하지요.

그리고 디케의 눈이 가려져 있는 이유는… 상대가 누구든 공정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사법부 역시… 한 손엔 법전, 다른 한 손엔 저울을 쥔… 정의의 여신을 한국적으로 차용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디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눈을 가리지 않았더군요.

공정을 상징하는 저울 위에서 '정의' 대신 값나가는 도장의 무게와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선 이 눈을 가릴 수 없었던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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