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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5월 15일…날은 참 공교로웠다'

입력 2018-05-1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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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

자료를 찾아보니, 그 말이 자주 쓰이기 시작한 때는 해방 직후부터였습니다.

방법 또한 매우 구체적이었지요.

"석 자 물러서서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아니한다"
- 동아일보 1957년 5월 10일

"석 자 물러서서…" 이런 단서까지 붙어있었으니까요.

과거에는 스승이 곧 하늘이자 부모와도 같았으니까 스승의 절대 권위는 마치 계율과도 같이 전해져왔을 것입니다.

정 반대되는 해석도 있습니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아야 한다"
- 장유승/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책임연구원

한문학자인 장유승 연구원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말합니다.

스승의 권위를 강조했던 과거와는 달리 참 스승과 제자라면 서로의 그림자를 밟을 정도로 어깨를 좁히고, 교감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날은 참 공교로웠습니다.

나라를 뒤흔든 '국정농단' 사건의 시작을 알렸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비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바로 오늘 스승의 날에 내려졌습니다.

최순실 - 징역 3년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특혜 비리 혐의)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 징역 2년
김경숙 (전 이화여대 학장) - 징역 2년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 징역 1년 6개월


대학 갈 생각조차 없었다던 딸을 억지 입학시킨 최순실은 물론이고, 불과 몇 년 전까지 강단에 섰던 스승들에 대해서 내려진 판결들.

제자들을 정작 절망케 했던 것은 국정농단이라는 거대 비리가 아니라 권력 앞에 무너진 스승의 민낯은 아니었을까.

스승의 그림자를 밟을 것인가.

혹은 밟지 않을 것인가.

그 두 가지 해석의 차이는 언뜻 하늘과 땅처럼 멀리 있는 것 같아도…

실은 하나같이 스승과 제자의 동행.

즉 함께 걸어감을 의미하는데…

그림자만 봐도 경외심을 갖거나 혹은 그림자 안으로 들어갈 정도로 가까이 닮고 싶은 진정한 의미의 스승을.

우리는 갖고 있는 것일까.

하필 이 공교로운 날에 내려진 법원의 판결과 스승의 날에 차라리 휴교를 하겠다는 학교들이 제법 있다는 씁쓸한 뉴스들이 교차하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사족을 하나 달아드리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묵묵히 자신만의 걸음을 옮기고 있을 선한 스승들을 위해서.

지난 1963년 스승의 날을 처음 제안했던 당시 충남 강경여고 3학년 윤석란 수녀님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전합니다.
 

학교에는 여전히 아름답고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샘물의 물이 마르지 않는다면
언젠가 마른 흙도 생명을 얻고 되살아나게 되는 이치입니다

- 윤석란/수녀·스승의날 최초 제안자 (1963년 당시 충남 강경여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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