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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세금만 줄줄…'관광객 없는' 관광특구

입력 2017-03-21 21:31 수정 2017-03-2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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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모으겠다면서 지정한 '관광특구'는 전국에 30곳이 넘습니다. 그런데 '관광특구'라고 이름만 붙여놓고 제대로 된 지원은 물론, 각종 규제도 그대로여서 쇠퇴해가는 곳들이 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평택시의 송탄관광특구입니다. 이 거리 양옆으로는 이렇게 외국인들을 위한 식당과 매점이 모여 있어 활기를 띠고 있는데요. 하지만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합니다.

주말 손님맞이에 바빠야 할 가게들은 문을 닫았습니다. 임대 문의 연락처만 붙은 텅 빈 매장들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한때 이곳의 상징 같았던 미군 전용 클럽 건물도 껍데기만 남았습니다.

송탄관광특구 중심가에 있는 한 건물입니다. 안에는 이렇게 엘리베이터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로 방치돼 있는데요. 이 건물이 이렇게 버려진 지도 햇수로 벌써 10년이 가깝다고 합니다.

정부가 이 일대를 관광특구로 지정한 건 1997년으로, 외국인 관광객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안내와 홍보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20년 동안 투입된 지원금은 5천만원, 재건축 고도제한도 그대로입니다.

[이규천/신장 도시재생주민협의체 : 대안을 강구해야 되는데, 대안을 강구할 수 있는 그런 조치도 안 해주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슬럼화되고 있는 거예요.]

인천시 월미관광특구도 최근 중국인 단체 관광이 끊기면서 낡은 시설과 건물만 남았습니다.

번화가에서 한 골목만 들어가도 금방이라도 무너질듯한 주택들이 길게는 4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김일웅/인천시 중구 북성동 : 40년 전에 이 방범등을 설치했거든. (교체해달라고) 건의를 했어요, 두 번이나.]

주민들이 수십 년 넘게 요구한 재개발 규제 완화 대신 시가 내놨던 대책은 월미은하레일이었습니다.

세금 850억 원이 넘게 투입됐지만 이제는 흉물로 변했습니다.

월미도에 있는 한 모노레일 정거장입니다. 2007년 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한 번도 정식 운영을 하지는 않았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몇 년째 방치된 탓에 스티커는 이렇게 색이 바랬고요. 입구도 문이 잠겨있고 이렇게 녹이 슬어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 옆으로는 CCTV로 24시간 촬영 중이라는 문구와 법원 감정이 들어갔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습니다.

[상인 : 이 레일이 그전에는 청소를 자주 했었어요. 지나가는 거 보면 나도 무서워. 사람이 다 보이니까. 청소만 해놨는데 지금은 안 본 지가 꽤 된 것 같아요.]

현재 전국에 지정된 관광특구는 31곳입니다. 이 가운데 핵심 지정 요건인 '연간 관광객 10만 명 방문'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은 16곳으로 절반이 넘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7년간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업비 지원 명목으로 투입한 예산은 350억 원에 달합니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 수가 기준에 미달하는 곳을 특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 지정 요건이나 관리 방안, 혜택 관련된 제도 개선안을 도출해서 올해 중으로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관광특구는 말 그대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지정하고 지원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관리나 투자 없이 세금만 낭비되고 있는데요. 관광객 없는 관광특구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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