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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한수] '스플릿' 유지태 '1000만 꿈' 물 건너 갔지만

입력 2016-11-24 08:11 수정 2016-11-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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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한수] '스플릿' 유지태 '1000만 꿈' 물 건너 갔지만

아쉽고 또 아쉽고 안타깝다. 관객 반응만 따진다면 축배는 따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관심이 뒤따라주지 않았고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흥행도 1000만 꿈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영화 '스플릿' 주인공 유지태는 사전 인터뷰를 통해 '1000만'이라는 수치를 언급했다. 비단 '스플릿'에 한정지은 바람은 아니었지만 '스플릿'도 포함된 바람이었고, 숫자 1000만을 무조건 찍어야 한다는 마음보다 흥행을 원한 마음이었지만 결국 희망사항으로 남고 말았다.

현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언급이 아니었기 때문에 '스플릿'의 스코어는 더욱 씁쓸하다. 블라인드 시사회를 통해 4.4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받은 만큼 기대감도 상당했다. 이는 1000만 돌파에 성공한 '국제시장'보다 좋은 평점이었다.

여러 번의 개봉일 변경과 우여곡절 끝에 개봉은 시켰지만 시국이라는 복병이 있었다. 전통적인 비수기인 11월에 오픈한 것도 한 몫을 했지만, 영화관이 아닌 광화문에 더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9일 개봉한 '스플릿'이 22일까지 모은 누적관객수는 딱 70만. 아직 손익분기점 160만 명의 반도 채우지 못한 성적이다. 관객들의 평가라도 나빴다면 조금 덜 억울했을 터. 도박볼링이라는 신선한 소재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탄생한 배우들의 인생 연기도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에 굴복했다.

출연: 유지태·이다윗·이정현·정성화
감독: 최국희
줄거리: 지금껏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도박볼링 세계에 뛰어든 한물 간 볼링스타와 통제불능 볼링천재가 펼치는 짜릿하고 유쾌한 한판 승부.


신의 한수: 주연부터 조연까지 연기 구멍이 없다. 캐릭터를 구경하는 맛이 쏠쏠하다. 영화마다 포인트가 다른 상황에서 '스플릿'은 연출·스토리보다 캐릭터 쪽을 살리는데 주력했고 캐릭터가 빛을 발했다. 도박볼링꾼으로 등장하는 유지태, 자폐 천재소년 이다윗, 허당 브로커 이정현, 그리고 유지태에 열등감을 느끼며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악당 정성화는 맡은 바 소임을 다 했다. 다만 성적이 이를 따라주지 못했다.

도박볼링이라는 신선한 소재에 도전장을 내민 패기도 인정할만 하다. 파워풀한 스포츠, 통쾌한 스트라이크의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콰르릉 콰르릉' 볼링핀 넘어가는 소리는 볼링장 한 가운데 있는 듯한 시원함을 자아내게 만든다.

죗값을 치르고 악당이 벌을 받는 구조도 관객들에게 찝찝함 없는 속시원함을 선사하기 충분하다. 능력과 실력이 있다면 장애도 밑바닥 인생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한다. 기승전결과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반전까지 상업 영화로써의 안정성도 상당 부분 신경썼다.

신의 악수: 스트라이크를 날리지만 영화는 이렇다 할 한 방이 없다. 볼 때는 신나고 즐겁지만 사실상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다. 도박볼링이라는 소재만 신선할 뿐 영화가 아니더라도 책, TV 등을 통해 어디서 한 번 쯤은 본 듯한, 단순하게 흘러가는 스토리는 큰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다. 골조 자체가 단순하다.

무엇보다 상업 영화의 결정적인 독은 무관심이다. 감독의 말처럼 도박볼링은 현재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실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감대를 높이지도 못했다. 또 오락영화로 설명되지만 아무 생각없이 웃기에는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분위기가 무겁고 진중하다.

발악하는 영화 속 인물들처럼 영화 자체도 발악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때문에 조금이나마 좋게 포장해 주고 싶은 측은지심이 생긴다. 눈 높아진 관객들에게 2016년 연말에 개봉한 영화라고 소개하기에는 촌스러운 구석도 많다.

특히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은 '스플릿'에게 최고의 악수로 작용했다.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게이트 앞에 어떤 영화가 재미를 논할 수 있을까. 조용히 개봉해 조용히 사라진 한 편의 영화만 추가됐다.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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