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팩트체크] '무디스 못믿겠다 전해라'…국가신용등급 제대로 읽기

입력 2015-12-21 21:4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주말 동안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에 역대 최고의 신용등급을 줬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기사에 대한 반응들이 뜨거웠는데 '저런 거 올라봤자 하루 밥 벌어먹기 힘든 건 똑같다'라든가, '실물 경제가 얼어붙었는데 무슨 소리냐' '무디스 못 믿겠다 전해라'… 요즘 '전해라'가 유행어라고 합니다만. 아무튼, 이런 의문들이 많이 대두됐습니다. 가계나 기업이나 힘들다고 하는데 제대로 진단한 것은 맞는지, 왜 이런 인식차가 있는 건지 오늘(21일)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무디스가 매긴 Aa2가 상당히 높은 등급인 건 맞죠?

[기자]

그렇습니다. Aa2는 무디스가 매기는 전체 21개 등급 중 3번째로 높은 등급이고, 한국이 외환위기 전까지 올랐던 게 A1이었으니까 역대 최고 등급을 새로 세운 셈입니다.

위로 G20 국가 가운데선 미국, 독일, 영국 등 6개국밖에 없고 아시아에선 중국, 일본도 제친 것이니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맞습니다.

[앵커]

저 등급만 봐선 최고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모습인데, 당장 우리 가계나 기업은 왜 힘들다고 하느냐. 그런 수준에 오른 걸 체감할 수 없느냐는 지적이 나오겠군요?

[기자]

왜 그런 체감온도 차가 있는지 먼저 전문가 이야기로 들어보시죠.

[이필상 겸임교수/서울대 경제학과 : 이렇게 높은 등급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일단 한국에 돈을 투자하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감이 있기 때문에, 외국자본을 싸게 조달할 수 있고요. 부채상환 능력이 높다는 것이지, 그 나라의 경제가 정말 건강하다, 성장률이 높다, 일자리가 잘 만들어진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보통 은행이 개인 신용등급 매길 때 이 사람이 대출받고 잘 되갚을 수 있을지 보는 것 아닙니까? 국가 신용등급 역시 외국 투자자들이 볼 때, 이 나라가 빚 갚을 능력이 되는지 보겠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이번에 무디스가 우리 등급 올리면서 이야기한 것도 "한국 재정수지가 2010년 이후 계속 흑자를 유지했다는 점"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밖에서 꿔 온 돈이 30% 수준이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하다는 점", 이렇게 현재 나라의 살림 상태 위주로만 평가를 했던 겁니다.

[앵커]

나라가 돈을 꾸준히 벌고 있고, 빚도 많지 않으니 신용도를 높여줬다는 거군요? 무디스 입장에선 당연히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거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돈 잘 벌고 있다는 부분, 결국 무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것에 대해 방점을 찍은 건데요.

올 들어서 최근까지 수출 증감률이 수입 증감률보다 줄곧 위에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둘 다 증가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전년 동기 대비해 모두 감소하고 있는데, 그나마 수출이 수입보다 좀 덜 떨어지니까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 기업 입장에선 경제가 전혀 나아진다고 느낄 수 없는 건데, 무디스는 어째서 이런 부분을 감안하지 않은 건가, 전문가에게 들어봤습니다.

[김창배 연구위원/한국경제연구원 : 소위 말하는 불황형 흑자라고,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건데, 어쨌든 경상수지 흑자라는 건 신용평가사들이 볼 때는 나쁘지 않은 지표니까 좋게 본 거죠. 투자하는 입장에서 아직까지 흑자다, 원화의 강세 요인이 된다면 잘 안 나간다는 이야기죠.]

[앵커]

신용평가사, 그러니까 그야말로 신용을 평가하는 겁니다. 그 입장에서 보자면 돈을 빌려줬을 때 당장 회수하기 쉽다고 보는 거니까 그래서 이제 단기간에 돈을 도로 받을 수 있느냐에만 더 집중을 했다, 이런 얘기가 되는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특히 개인 입장에서는, 개인이나 가계 입장에서는 경제가 나에게 있어서 경제가 좋아졌는지 체감하게 하는 지표가 이런 국가신용도가 아니라 일자리와 부채입니다.

현재 취업자수 증가 폭이 꺾이면서 결국 정부가 목표했던 '2017년 고용률 70% 로드맵'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단 이야기 나오지 않습니까? 일자리는 계속 안 좋았던 거고요.

또 가계 빚 면에서는 오늘 통계청 발표를 보면, 조금 1부에서도 리포트로 나왔지만, 가구당 평균부채 얼마였습니까? 6181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서 130만원이나 늘었습니다.

그리고 그 총액이 다 합치면 가계부채 총액도 눈덩이처럼 늘어나서 12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점, 이런 것들이 개인들로 하여금 국가신용등급 오른 것을 체감하기 힘들게 한다는 이유입니다.

[앵커]

물론 국가신용등급에 우리 가계나 아니면 기업 상황이 당장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최소한 정부가 얘기한 대로 외국 투자자들이 우리 시장에서 투자한 돈을 당장 빼가지 않을 수 있는 그런 효과는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런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 수는 있는데요.

하지만 또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중국과 일본보다 높다고 해서 앞으로 위기가 닥칠 때 한국보다 중국과 일본이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겠느냐. 높아진 신용등급과 저성장에 빠진 한국의 경제상황과는 분명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합니다.(오정근 교수)

어찌 될지 더 지켜볼 일이지만 가계나 기업이 Aa2 등급에 걸맞은 훈풍을 느끼게 하는 것은 별개의 숙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와 함께 팩트체크 진행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관련기사

경제 안 좋다는데…한국 국가 신용등급 'Aa2'로 올려 역대 최고?…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어떤 의미인가 한국 신용등급, 선진국·신흥국 부진속 나홀로 고공행진 김무성 "국가신용등급상승, 노동개혁 기대 때문" 최경환 "세계경제 먹구름 몰려와…가계·기업부채 관리 강화"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