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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윤상의 어색하지 않은 감동 만들기

입력 2018-03-21 14:43 수정 2018-03-2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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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윤상의 어색하지 않은 감동 만들기


#1. 어색한 태극기와 수석대표

어제 아침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현관 앞에 윤상 수석대표가 섰다. 남북회담에 나가는 대표들이라면 으레 서는 곳이지만 가수나 작곡가가 선 건 처음이었다. 특유의 검은색 뿔테안경도 여전했지만 코트 왼편 깃에 단 태극기 마크의 어색함까지는 지우지 못했다.

 
[취재설명서] 윤상의 어색하지 않은 감동 만들기

취재진 마이크가 정돈되자 윤 수석대표는 "말씀드려도 괜찮을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뗐다. "제 생각에는 공연에 관한 음악적인 이야기, 선곡에 관한 부분이 주를 이룰 것 같고요. 좋은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잘 듣고 돌아와서 알려드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윤 수석대표를 비롯한 대표단은 이내 버스를 타고 남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으로 출발했다.

#2. 판문점에서 현송월 만나다

대표단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회담장이 있는 통일각으로 향했다. 북측 단장인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안내를 받아 회담장으로 들어갔다.

 
[취재설명서] 윤상의 어색하지 않은 감동 만들기

현송월 단장이 "만나게 되어 반갑다"며 웃음으로 윤 수석대표의 어색함을 풀어줬다. 윤 수석대표도 "반갑다"고 화답했다.

지난달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측 예술단의 강릉·서울 공연이 두 차례 차질 없이 끝난 덕분인지 우리 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 문제를 논의하는 회담도 큰 이견 없이 진행됐고 남북은 비교적 이른 시각에 5개항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①남측은 160여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을 북측에 파견한다. 남측 예술단에는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등 가수들이 포함된다.

②남측 예술단은 3월31일부터 4월3일까지 평양을 방문하여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공연을 2회 진행한다.

③남측 사전점검단이 3월22일부터 24일까지 평양을 방문한다.

④북측은 남측 예술단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한다.

⑤기타 실무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은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하여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해나가기로 한다.


#3. 이별의 그늘, 윤상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어떤 만남을 준비할까~"
1990년대를 살아간 사람들에게 윤상은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최고의 발라드 가수이고 최고 히트곡은 이 곡, '이별의 그늘'이 아닐까 싶다.

 
[취재설명서] 윤상의 어색하지 않은 감동 만들기

윤상이 가수 겸 작곡가이긴 하지만 왜 남측 수석대표로 선택됐을까?

윤 수석대표가 "저의 특별함 때문에 맡을 수 있었다고 보긴 힘들다"며 겸손하게 꺼낸 설명을 들어보면 수긍이 간다. "조용필, 이선희 우리가 가왕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부터 아이돌 최고 인기 끄는 레드벨벳 같은 친구들까지 어느 때보다 예술단원들의 다양성이 더 주목을 받는 것 같다."

전날 통일부 역시 "발라드부터 EDM에 이르기까지 7080에서 아이돌까지 두루 경험을 가지고 있어 발탁하게 됐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가수 출신으로 작곡, 편곡에 프러듀싱 능력까지 갖췄고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을 아우를 수 있는 부분까지 고려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4. 윤상이 이끄는 평양 공연

2005년 평양 유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가왕' 조용필 콘서트에 대해 당시 신동아 기사는 이렇게 묘사했다.

"관객은 무대가 아무리 요동쳐도 인형처럼 앉아 있다 노래가 끝나면 조용히 박수를 쳤다. 관객의 복장은 남성은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 차림, 여성은 빛깔만 달랐지 한복 일색이었다."

물론 마지막에는 기립박수와 재청(앙코르)까지 나왔다고 해도 거기에 이르기까지 남북간 결이 다른 문화적 정서를 극복하는 건 만만치 않은 과제다.

2000년대 평양에서 공연을 해봤던 조용필과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밴드의 경험이나 평양시민들에게 이들이 약간의 익숙함을 줄 수 있는 부분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달 북측 예술단 서울 공연에서 현송월 단장과 함께 노래를 부른 소녀시대 서현이나 애절한 발라드 노래를 잘 부르는 백지영도 '히든 카드'다. 분명 생경하게 느낄 아이돌그룹 레드벨벳을 내세워 어떤 감동을 선사할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윤 수석대표도 어제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이번 공연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냐'고 묻자 "북에서도 한국에서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감동과 어색하지 않음을 전하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답했다.

회담 수석대표란 어색한 옷을 입었을지 모르지만 공연이라면 최고의 전문가인 윤 수석대표가 다음달 초 평양시민들에게 어떤 어색하지 않은 감동을 전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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