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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그때 그 '국밥 한 그릇'의 상징은…

입력 2018-01-17 21:44 수정 2018-01-1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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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서늘한 날이면 국밥이 생각나곤 합니다.

조선 후기부터 유행했다던 국밥은 오랫동안 서민의 사랑을 독차지했지요.

"국밥을 먹는 후보"

그는 서민적인 풍모를 선전했습니다.
 

굴 껍데기처럼
우리 대가족에 들러붙은 가난…
궁리 끝에 밀짚모자를 구해
푹 눌러쓰고 쌀을 튀겼다
 - 이명박 <신화는 없다>


'가난이 굴 껍데기처럼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던 어린 시절과 노점 일이 너무나도 부끄러워 밀짚모자를 눌러써야 했다는 청년 시절.

사람들이 그에게 기대했던 것은 '국밥'으로 상징되는 '동질감' 이었을 것입니다.
 

내가 안고 있는 것은
금고가 아니라 나의 자존심.
나는 힘을 다해 금고를 끌어안았다
 - 이명박 <신화는 없다>


성난 노동자들의 틈바구니에서도 부둥켜안은 금고를 놓지 않았다던 일화로 시민의 돈을 허투루 버리지 않을 것이란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그런 기대는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주었을 테지요.

물론 아직까지 확정된 혐의는 없습니다.

집사로까지 불렸던 측근을 포함한 두 명이 국정원 특활비 문제로 구속되었고 그 측근들의 이른바 자수서 이후 사람들이 10년 넘게 품고 있었던 그 질문이 보다 선명해졌을 뿐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국밥으로 상징되던… 서민의 친구를 표방했던 대통령이 저지른 엄중한 경제 범죄가 될 수도 있는 문제…

몇 시간 전 그는 작심한 듯 입을 열었습니다.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달라"

정치보복. 짜맞추기식 수사…표정에는 노기가 묻어났지만 선명해지는 의혹에 대한 그 어떤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마치 20여 년 전 또 다른 전직의 그 유명했던 골목성명을 떠올리게 하는 오늘의 그의 성명은 사실 그의 재임시 그토록 집요하게 추구했던 보수 진보의 편가르기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매우 명료하게 보여주었을 뿐…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 가난한 인력거꾼 김첨지의 국밥은 슬픔을 상징합니다.

그는 달포 넘게 앓고 있는 아내를 위해 국밥을 사 들고 들어갔지만 아내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습니다.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현진건 <운수 좋은 날>


그리고… 11년 전 뜨끈한 국밥으로 자신을 내세웠던 대통령과 오늘날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의혹들. 

그의 국밥은 그렇게 부질없어진 것은 아닐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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