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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은수미에 청년이 묻습니다 ②"우린 왜 떨어진 건가요?"

입력 2021-01-01 09:00 수정 2021-01-01 11:01

2018년 서현도서관 지원자 인터뷰
"정말 좋은 지원자가 많았다고 생각했는데…신뢰 무너져"
무기계약직 사서 모집에 수십대 일 경쟁률
하지만 최종 합격자 15명 중 7명 '은수미 캠프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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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서현도서관 지원자 인터뷰
"정말 좋은 지원자가 많았다고 생각했는데…신뢰 무너져"
무기계약직 사서 모집에 수십대 일 경쟁률
하지만 최종 합격자 15명 중 7명 '은수미 캠프 출신'

[취재설명서] 은수미에 청년이 묻습니다 ②"우린 왜 떨어진 건가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가면 큰 규모의 도서관이 하나 있습니다.  지은 지 몇 년 되지 않아 깨끗하고 시설도 좋습니다. 6만 8천권 넘는 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취재설명서] 은수미에 청년이 묻습니다 ②"우린 왜 떨어진 건가요?"

2년 전, 2018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얼마 뒤, 성남시는 서현도서관에서 일할 사서를 모집했습니다. 도서 정리 및 대출 업무를 하는 자료정리원(사서) 15명을 뽑겠다고 했습니다. 근무 형태는 공무직입니다. '무기계약직'이라 사실상 정규직 대우를 받는 자리였습니다. 흔치 않은 공채였습니다. 4대 보험 되고요, 명절이면 휴가비 등 수당도 나옵니다. 사서 준비생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은 이 자리, 1차 서류 합격자만 384명이었습니다. 지원자 기준이 아닌, 1차 합격자 기준으로 경쟁률이 26대1이었습니다.

그런데 채용 결과 합격자 15명 중 7명이 은 시장 선거 캠프 자원봉사자나 이들 가족, 지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 캠프 출신 7명 중 '준사서자격증'을 갖춘 이는 한명도 없었습니다. 준사서자격증은 사서를 준비하는 취준생이나 공시생들이 '필수 요건'이라고 여기는 자격증이라고 합니다.

◆ 자격증 필수 아닌 '우대'…캠프 출신 합격자 자격증 '0'

조금 더 들여다볼까요? 당시 성남시가 낸 채용 공고문 자세히 읽어봤습니다. '자료정리원'이 갖춰야 하는 요건, '주말 및 공휴일 근무 할 수 있는 사람'이 전부입니다. 사서 자격증은 필수가 아니라 '소지자 우대'였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저렇게 나온 겁니다.
 
[취재설명서] 은수미에 청년이 묻습니다 ②"우린 왜 떨어진 건가요?"
 
[취재설명서] 은수미에 청년이 묻습니다 ②"우린 왜 떨어진 건가요?"

실제로 합격자 중 한 명인 A씨 이력서 살펴봤습니다. 영상 관련 학과 전공했고요,  미디어 업계에서 일했던 적이 있지만 사서나 도서 정리 업무와 관련된 경험도, 자격증도 없었습니다. 대신 A씨는 은 시장 선거 캠프 자원봉사자 B씨 딸이었습니다.  A씨가 다른 수백명 지원자보다 더 특별한 능력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선거 캠프 관계자 가족이라는 점이 A씨 '경쟁력'이었던 것일까요. 참고로 은 시장 선거 캠프 상황실장이자 인수위원회 정무특보 출신 이모 씨는 A씨에 대해서 "OO누님(B씨) 딸 이력서도 봤잖아. 대기업 다녔다는. 자격이 안 돼? 사서로 가면?"이라고 말했습니다.

 
[취재설명서] 은수미에 청년이 묻습니다 ②"우린 왜 떨어진 건가요?"


당시 지원자 인터뷰 "좋은 지원자 많았다고만 생각"
"자격증 없는 이들 뽑아서 어떻게 운영하나 걱정" 


몇 주 전, 취재진은 2년 전 서현도서관에 지원서 냈던 C씨를 만났습니다. C씨는 "현직 사서라도 하던 일 관두고 지원할 정도로 매력적인 자리였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도서관에서 무기계약직은 잘 뽑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C씨 말이 맞는지 점검해봤습니다. 전국 6개 광역시와 서울, 경기도에 정보공개청구했습니다. 지난 3년간 공공 도서관에서 어떻게 사람 뽑았는지 살펴봤습니다. 무기계약직에 해당하는 '공무직'은 82건이었는데 계약직은 이보다 3배 이상 많은 258건이었습니다. 특히 이 중 234건은 1년 미만 단기 계약직이었습니다.

지원 당시 C씨는 면접에서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민간도서관 계약직 사서로 근무중입니다. 그와의 대화를 '취재설명서'에 공개합니다.
 
[취재설명서] 은수미에 청년이 묻습니다 ②"우린 왜 떨어진 건가요?"


Q. 당시 서현도서관엔 어떻게 지원하게 됐나요?
"제가 준사서자격증이 있고, 사서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당시 공고를 보니 조건이 너무 좋고 이게 공무직이면 무기계약직이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래서 지원을 했죠."

Q. 다른 준비생들도 마찬가지였겠군요?
"사서는 정규직이 별로 없어요. 준비생뿐 아니라 현직 사서들에게도 정말 좋은 기회였어요. 일단 성남이라는 위치적인 이점도 있잖아요. 신축이라 더 다니고 싶은 마음도 생겼어요."

Q. 현직 사서들도 많이 지원을 했다는 말씀이죠?
"무기계약직은 드물기도 하고요. 요즘 사서 중에 계약직 전전하고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거의 다 공무원을 준비하고 이런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되게 드물기도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하려고 했어요."

Q. 보통 경쟁률이 이렇게 높나요?
"아니요, 제가 다녔던 지원을 했던 계약 업무들은 거의 뭐 4:1, 3:1 이런 수준이었고, 10:1까지 갔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아무래도 공무직이다보니까 훨씬 더 비율이 높았던 게 아닌가 싶네요"

Q. 불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아쉬웠겠습니다.
"되게 아쉬웠죠. 저도 준사서 자격증 가지고 있으니까 충분히 자격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전에도 경력이 몇 개 있었기 때문에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떨어지고 나니 '내가 면접에서 실수를 했거나, 나보다 더 좋은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거나. 그래서 떨어졌나보다' 라고 묻어뒀어요."
  
Q. 준사서자격증을 준비생들이 많이 가지고 있나요?
"이제 정사서 같은 경우는 4년제 대학교를 나오거나 학사 학위를 취득해야 해서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학생이 아닌 경우에는 취득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준사서자격증이면, 정사서보다는 좀 더 쉽고 빠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있는 거라서, 사서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도전합니다."

Q. 서현도서관 특혜 채용 의혹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처음에는 되게 벙 쪘거든요. 너무 어이가 없고, 정당하게 떨어진 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 되게 좀 불신을 한다고 해야 할까요? 좀 배신감도 느껴지고."

Q. 자격증이 없는 은수미 시장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합격한 건데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역시 그냥 학연 지연 혈연이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좀 그런 사람들이 자격이 있지도 않을 건데, 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하려고 그런 사람을 뽑았나. 그런 생각도 들고 그래요."

Q. 공정이란 가치가 크게 훼손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서 준비생들은 너무 힘듭니다. 앞으로 이런 공고가 나오면 지원하기가 꺼려질 것 같아요. 신뢰가 크게 떨어진 거죠. 그렇게 되더라고요."

취재진은 성남시 인사 실무 책임자에게 서현도서관 합격 기준이 무엇이었는지도 물어봤습니다.

 
[취재설명서] 은수미에 청년이 묻습니다 ②"우린 왜 떨어진 건가요?"


"(이력서) 사실 읽어볼 시간도 없을 거고. 거기에서 어떤 전문지식을 하는 건 아냐, 그 사람들. 자료정리원은 쉽게 얘기해서 책을 가져와서 정리해서 꽂는 그거기 때문에…" 
"공부 열심히 잘 하고 자격증만 따고, 그런 사람 사회생활 잘 안 해요. 가장 중요한 게 자세죠, 자세. 내가 뭐 안다고 대답하고 그럼 마이너스죠, 그런 거는." 


이 말을 C씨 같은 지원자가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 성남 '청년을 위한 젊은 도시'?

성남시는 늘 청년과 함께 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왔습니다. 홈페이지엔 '청년들이 경쟁의 압박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는 젊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드러나 있고요. 다양한 청년 사업 추진하는가 하면, 성남시 청년지원센터는 '전국 기초단체장 메니페스토 우수사례 대회'에서 상도 받았습니다. 취재하면서 마주한 채용 비리 정황과 온라인 모습 사이 괴리감이 참 크게 느껴졌습니다.
 
[취재설명서] 은수미에 청년이 묻습니다 ②"우린 왜 떨어진 건가요?"

2018년 5월, 은 시장은 페이스북에 여러 청년들 틈에서 찍은 사진 몇 장 올렸습니다. 게시글엔 '호프데이에서 취업이 참 어렵다는 청년들 말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 접한 성남시 청년들 마음은 은 시장보다 더 아팠을 겁니다. 취재를 하며 만났던 이들 중 한 명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졌다는 건 조직이 비민주적이라는 뜻 아닐까요? 부정한 방법으로 사람 뽑으라는 지시가 있어도 순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 결국 조직 말단에 있는 경우가 많은 우리 청년들이 그만큼 일하기 힘든 환경이라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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