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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버린다'…반려동물 수난시대

입력 2014-09-1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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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버린다'…반려동물 수난시대


'명절에 버린다'…반려동물 수난시대


'명절에 버린다'…반려동물 수난시대


최대 5일간의 추석연휴, 게다가 대체휴일제까지 '노는날'이 늘수록 고민이 깊어지는 사람들, 바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반려견 등록제가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휴가철이나 연휴만 되면 버려지는 반려견이 전국적으로 수만마리에 이르러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강원 춘천시의 허모(30·여)씨는 올 추석 연휴 시댁에 가기 전 기르고 있는 반려견을 평소 다니던 애견샵에서 운영하는 애견호텔에 맡겼다. 허씨는 "시집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것도 탐탁치 않게 보는데 데려가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다"고 말했다.

잘 알고 지내던 애견샵 주인들이라 집에서 돌봐주겠다는 말에 안심하고 맡길 수 있었다. 하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애견호텔에 맡기자니 비용도 들고 그렇다고 데려갈 수도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9일 오전, 속초시의 한 유명 콘도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에서 반려견 한 마리가 밤을 지샜다. 콘도 투숙객이 데려온 반려견은 객실에 입실할 수 없어 밖에 세워둔 차량에 밤새 둔 것이다.

서울에서 온 김모(42)씨는 "강아지를 집에 두고 올 수도 없고 호텔도 왠지 불안해 데려왔는데 애완견은 객실 투숙이 안된다고 해 안쓰럽지만 밤새 차에 두게 됐다"며 "어딜 가나 애완견은 안된다는데 가족같은 애완견을 떼어두기가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의 수가 1200만명으로 추산되는 등 급증했고 관심도 높아지면서 반려견 등록제도 생겼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아직도 반려견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각하게 남아 있다.

반려견과 함께 식당은 당연히 갈 수 없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곱지 않은 시선에 택시를 타려 해도 꺼리는 운전기사들이 많다.

콘도나 팬션 등 대부분의 숙박시설에서도 애완견은 입실 금지다. 최근 몇몇 애견 전문 까페나 숙박시설 등이 생기긴 했지만 극소수인데다 장소도 한정돼 있다.

뿐만 아니라 반려견을 키우던 부부들이 임신을 하게 되면서 애완견을 버리는 경우도 많다. 보통 시어머니나 남편이 위생상의 이유로 아기와 함께 애완견을 키울 수 없다고 반대하기 때문이다.

임신이나 출산으로 반려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다 보니 명절이나 휴가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버리게 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 소아과 학회지에 따르면 애완견과 함께 지내는 유아들이 호흡기 질환이나 귓병 등에 걸릴 확률이 낮고 건강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뿐만 아니라 유아들의 정서적으로도 애완견은 도움이 된다.

외부적 요인만이 원인은 아니다. 마냥 예뻐서 무작정 데려와 집에서 키워보니 짖는 소리에 이웃의 항의가 들어와 스트레스가 심해진다거나 나이가 든 강아지가 병이 생기거나 하면 병원비가 감당되지 않는다는 등 생각없이 반려견을 키우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강릉유기견보호소 관계자는 "늙고 병든 강아지가 많은 편이다. 마지막을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버리는 사람들도 많다는데.."라며 "휴가철이나 명절에 유난히 버려지는 강아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유기된 반려견들은 지난해에만 9만7000여마리.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절반은 안락사 혹은 자연사로 죽어갔다. 사회가, 시어머니가, 경제적인 상황 등 갖가지 이유로 버려지는 생명들은 그 이유도 모른 채 보호소 등에서 오지 않을 주인들만 기다리다 쓸쓸히 죽어가고 있다.

버리는 사람들, 버리게 만드는 사회, 그 어느쪽도 이 생명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의식 전환이 어느때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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