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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쏙 들어간 코리아패싱…'문재인 운전' 시동 걸린 순간들

입력 2018-05-02 10:12 수정 2018-05-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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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쏙 들어간 코리아패싱…'문재인 운전' 시동 걸린 순간들

◇ 패싱된 코리아패싱

- 유승민 = 마지막으로 영어 별로 안 좋아하시니… '코리아 패싱'이라고 아는가.
- 문재인 = 무슨 말씀인가. 모르겠다.
- 유승민 = (중략)사드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상징이다. 그런데 사드를 반대하면서 문 후보가 어떻게 한미동맹을 굳건히 지킬 것인가.
- 문재인 = 미국이 그렇게 무시할 나라를 누가 만들었나.
- 유승민 = 무시 차원이 아니다.
- 문재인 = 누가 만들었습니까. 오로지 미국의 주장만 추종하니 이제 미국이 우리하고는 협의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부끄러워해야 한다.

지난해 4월 25일 JTBC 대선 TV토론의 한장면이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이른바 '코리아패싱'이란 단어는 TV토론이 끝나자 유명세를 치렀다. 대선이 끝난뒤에도 야당 등이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를 비판하는 용어로 자주 사용됐다.

사실 '코리아패싱'이란 말과 상관없이 1년전 우리나라가 처한 외교안보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전부터 이미 최악의 상황이었다. 주변 4강국이 모두 힘과 권위의 하드파워를 앞세운 스트롱맨으로 채워졌다.

미국과 북한은 자신들의 시간표대로 움직였다. 북한 문대통령이 취임한지 5일만에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렸다. 그해 7월6일 독일에서 '베를린선언'을 발표하기 이틀전 보란듯이 ICBM급 '화성-14형' 을 발사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전임자가 한반도 문제에 '전략적 인내'를 했던 것과 달리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사드를 꺼냈다가 불쑥 FTA를 거론했다.

그런데 불과 1년여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남북정상은 판문점 도보다리를 산책하며 비핵화를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 장소로 판문점이 어떠냐"고 문대통령에게 물었다.  사실상 '코리아패싱'은 자취를 감췄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 나온다. 어떻게 불과 1년만에 반전이 일어날 수 있는가.

 
[취재설명서] 쏙 들어간 코리아패싱…'문재인 운전' 시동 걸린 순간들

◇ 8.15 경축사와 NBC 인터뷰

우선 김정은 위원장의 결심이 가장 크다.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쥔건 김 위원장이다. 싫든 좋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일단 대화에 나서기로 마음먹으면서, 일이 풀린 게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옵션의 유혹을 이겨낸 것도 한몫했다.

청와대에선 이 과정에서 문대통령의 역할도 빼놓을 수없다고 말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최근 "북한이 우리정부의 진정정을 평가하고 대화로 나온 계기는 크게 두가지"라며 "지난해 8.15 경축사와 지난해 연말 NBC 인터뷰"라고 밝혔다.

먼저 8.15 경축사. 청와대가 얘기하는 건 바로 이대목이다.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은 안 됩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입니다.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지난해 8월은 북미가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위기를 고조시키던 때다. 미국에선 선제타격론이 자주거론됐다. 청와대도 미국의 움직임을 걱정스럽게 주시했다. 청와대 안보실 관계자는 "당시 무조건 평화를 강조해야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된다는 점을 북미 양측에 분명히 얘기해야했다" 밝혔다.

이런 입장이 8.15 경축사로 나왔고,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대화 해결 의지에 공감했다고 한다. 문재인정부의 한반도정책을 처음 공개한 '베를린선언'보다 "전쟁불가"를 외친 8.15 경축사에 더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NBC 인터뷰에선 평창동계 올림픽 기간 한미훈련 연기 정식 요청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19일, 문대통령은 평창행 KTX안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북한이 평창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춘다면 그것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안전한 개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중략)그렇게 될 경우에 우리 한미 양국도 올림픽 기간 동안 예정돼 있는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미 나는 미국 측에 그런 제안을 했고, 미국 측에서도 지금 검토하고 있습니다.


뒤에 알려진 사실인데, 문대통령의 주장은 미국과 사전 협의가 안된 깜짝 제안이라고 한다. 우리측은 올림픽기간 한미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검토했지만, 아직 미국과 결론이 난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데 문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먼저 공개해버렸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도 호응했다는 거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문재인정부 출범뒤 태도를 지켜보다, 8.15즈음 믿을만하다고 생각했고, 이 NBC와의 인터뷰를 듣고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계개선에 나섰다더라"고 전했다.
 
[취재설명서] 쏙 들어간 코리아패싱…'문재인 운전' 시동 걸린 순간들

◇ THE NEGOTIATOR
 
1년전 5월 대선 직전, 타임지 아시아판에 문대통령 사진이 실렸다. "협상가"란 제목에 '김정은을 다룰수있는 리더가 되길 원한다'는 부제가 붙었다. 당시 지지자들에겐 인기를 끌었지만, "웬 협상가?"란 반응도 많았다. 북한문제는 늘 중요하지만, 대선 직전만해도 뜨거운 이슈는 아니었다.

하지만 1년만에 표지 제목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청와대 주변에선 "타임지가 예측을 잘한거냐"는 말이 회자된다. 예정된 북미회담이 잘 끝나면 문대통령은 또한번 타임지에 나올지모른다. (문대통령은 타임지 표지 사진을 보고 만족스러워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럴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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