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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김성수 감독 "근사한 정우성·반전 김원해·두얼굴 주지훈"

입력 2016-10-05 09:59 수정 2016-10-0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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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6일 만에 누적관객수 200만 명을 돌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은 영화 '아수라'(김성수 감독)의 핸디캡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은 관객들의 평가다. '아수라'는 개봉 후 극과 극 호평과 혹평 속에 매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김성수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은 이미 개봉 전부터 예상한 풍경이다. 심지어 김성수 감독은 "이런 영화 왜 찍냐"는 독설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김성수 감독 뒤에는 배우들의 신뢰가 있었고, '아수라'를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아수라'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관객들에게 쇼크를 주고 싶었다" 김성수 감독의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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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 얘기를 해보자. 정우성과는 15년 만에 다시 만났다.

"배우들 중 유일하게 친한 사람이 정우성이다. '잘 늙어간다, 근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람들이 나와 정우성을 여전히 '비트' 때 감독과 배우로 바라보니까 오랜만에 영화를 한다면 어느정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부터 먼저 상의를 했는데 선뜻 하겠다고 하더라."

-오랜만에 만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젊은 날의 한 시절을 함께 보냈던 사람이다. 고마움은 여전하고 그래서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첫 촬영 땐 옛 동료를 다시 만난 기쁨이 가장 컸지만 며칠 찍다 보니까 '우리가 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잘 맞아 떨어지는 호흡에 감동했다. 말하지 않아도 의사 전달이 됐고 전작도 같이 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하는 즐거움을 정우성을 통해 또 한 번 새삼 느꼈다."

-근데 캐릭터는 20년 전과 달리 잘생긴 얼굴을 망가뜨리고 타락시켰다.

"다 악인이지만 주인공은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온갖 구질구질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처음엔 '재미있겠네' 하더니 엄청 힘들어 했다. 현장에서 워낙 엄살을 안 부리는 사람이라 손가락이 몇 번 부러졌는데 티를 안 내더라. 너무 몸을 사리지 않으니까 혹시 다칠까봐 나 역시 불안감에 떨었고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정우성은 어떤 점이 그렇게 힘들다고 하던가.

"'감독님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뭔지는 알겠는데 내가 안 가진 것을 자꾸 달라고 하니까힘들다'고 했다. 본인은 가능하면 현장에 나갈 때 호주머니를 텅 비게 나갔는데 내가 자꾸 뭔가를 꺼내달라고 하니까 뭘 꺼내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웃긴건 그렇게 힘들어 하는데 난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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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의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낸데 대한 자축인가.

"극중 한도경은 약간 끼어있는 남자다. 사실 정우성은 이제 한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인칭대명사 같은 느낌이 든다. 스타를 20년 동안 하는 사람이 없지 않나. 개인 정우성이야 그 만큼 인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지만 한도경은 삶의 굴레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사람이다. 그것 때문에 쩔쩔매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 배우 정우성, 인간 정우성 같았다."

-촬영장에서 단 한 번도 큰 소리가 나오지 않은걸 보면 정우성도 그 괴롭힘을 즐겼을 것 같다.

"아마 그 순간 순간은 정말 많이 괴로웠을 것이다. 보람도 있지만 고통스럽다고 했다. '아수라'는 스토리로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라 관계의 영화이고 모든 인물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 바로 한도경이다. 매일 매일 다른 배우들을 만나야 했고 그 만큼 쉼없이 매일 등장해야 했다. 점점 삐쩍 말라갔다."

-한도경이라는 캐릭터의 무게가 그만큼 무거웠을 수도 있겠다.

"폭력적인 사회는 결국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관계를 형성하는데 그 사회에 편입되는 순간 결국엔 끝을 봐야 한다. '아수라'라는 영화가 배우들에게는 끝장을 내야 하는 작품이었다. 극 초반 작대기(김원해)와 맺은 폭력적인 관계를 한도경은 똑같이 당하게 된다. 안 힘들었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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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개봉 후 진짜 히든카드는 김원해라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원래는 정만식이 작대기 역할이었다고.

"배우들이 교체될 수 밖에 없는 사정과 과정이 있었다. 김원해는 황정민이 처음 추천해줬다. 굉장히 나쁜 놈이고 악의 세계에 물들어 있는 것을 넘어 쩔어있는 인물인데 김원해가 해낼 수 있을까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직접 만났는데 너무 착하고 진지하고 누가봐도 '선량하다'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 배우가 작품에서는 그토록 미(美)친 연기를 펼쳐낸 것인가.

"종잡을 수 없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말을 잘 듣는 것 같으면서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캐릭터가 바로 작대기였다. 김원해가 캐릭터를 보더니 직접 머리카락을 깎겠다고 하더라. '드라마 하고 계신데 괜찮겠느냐'고 했더니 '후반부니까 모자 몇 번 쓰면 된다'고 하셨다.

'설마' 했는데 다음 미팅 때 진짜 머리카락을 자르고 나타나시더라. 무엇보다 걷는 것부터 말하는 모양새, 눈빛까지 처음 만났던 김원해와는 180도 달라져 있어 깜짝 놀랐다. 연극을 오랫동안 하셔서 어떤 역할을 맡으면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벽돌 쌓듯 준비하고 분석해 캐릭터를 만들어 내신다고 했다. 소름이 쫙 돋더라.

황정민이 어렸을 때 김원해를 보면서 '나 저 형처럼 연기 잘하고 싶어'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다음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은 배우다. 재미있는 역할을 어떻게 해체하고 다시 쌓아갈지 궁금하다."

-막내 주지훈의 발탁도 흥미로웠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원래 다른 배우가 있었는데 하차를 했다. 빨리 대타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지훈 역시 추천받았다. 처음 만난 날 술을 먹였는데 정우성이 첫 만남부터 너무 좋아하더라. 정우성 영화를 수십번 봤다고 하는데 나는 딱 보면 알 수 있지 않냐. 진짜 봤는지 아니면 장면만 묘사하는지. 주지훈은 장면에 대사까지 아예 통으로 다 외우고 있었다. 허투루 말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느낌이 왔다.

그리고 주지훈의 얼굴을 보면 약간 묘하다. 두 가지 얼굴이 공존해 있다. 영민하고 영특하지만 야비하기도 하고 또 귀엽고 장난기 섞인 면도 있다. 문선모 캐릭터에 제격이다 싶었다."

-형들의 애정을 한 몸에 받았다고.

"지 하고 싶은대로 다 하는데 사랑 받는다. 형들이 너무 귀여워 해주고 예뻐 해준다. 그 경계를 참 잘 지킨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얼마나 무서운 형들이냐. 속성도 다 다르다. 그걸 주지훈은 개개인에 맞춰 해주더라. 평소에 책을 굉장히 많이 읽는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말을 엄청 잘한다. 주지훈이 선모 역할을 해 준 것은 '아수라'의 행운이었다."

인터뷰 ③으로 이어집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사진=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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