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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송강호 2년만 랑데부…칸영화제 팬데믹 속 개막

입력 2021-07-07 08:36 수정 2021-07-0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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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칸영화제는 계획이 다 있었다. 멈췄던 시간을 다시 연결 시켰다. 그 중심엔 2년 전 영광을 만끽한 한국 영화인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섰다.

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이하 칸영화제) 개막식이 6일 오후 7시25분(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칸영화제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의한 팬데믹으로 '칸2020 오피셜 셀렉션(Official Selection)'이라는 명칭을 달고 공식 초청작 56편을 발표한 채 온·오프라인 행사는 모두 포기했다.

갑작스러운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하지만,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영화제 정상 개최를 위해 꾸준히 힘썼고 5월 축제를 7월로 옮겨 2년 2개월만에 전세계 영화인들을 만나게 됐다.

칸영화제 측은 프랑스 정부가 인정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이 확인된 이들만 행사 참석을 승인시키는 등 방역과 안전 예방에 만전을 기하며 특별한 사고 없이 오프라인 개막식을 무사히 치렀다.

봉준호 감독·송강호 '2년 공백' 연결고리

 
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올해 개막식은 한국 영화계에도 깜짝 이벤트였다. 2년 전 프랑스 칸에서 대한민국 영화사를 다시 썼던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2년 후 같은 자리에서 다시 만났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72회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한국 최초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는 영광을 나눴다. 폐막식 마지막 시상 부문으로 기분좋게 당시 영화제 문을 닫았던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올해 개막식에 나란히 참석, 새로운 문도 함께 열었다.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일부러 계획이라도 한 듯 송강호는 심사위원으로, 봉준호 감독은 깜짝 게스트로 초청해 개막식에서 만남의 장을 마련했다. 이는 칸영화제 공백의 끝과 시작을 잇는 완벽한 연결고리로도 감동의 의미를 더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참석을 꽁꽁 감춰뒀던 칸영화제 측은 개막식 직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봉준호가 칸에 돌아온다'고 발표했다. 집행위원회는 봉준호 감독에 대해 "아시아 영화계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며 칸영화제의 위대한 친구"라고 소개했다.

 
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한국 남자배우로는 처음, 한국 영화인으로는 신상옥·이창동·전도연·박찬욱에 이어 다섯번째 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송강호는 개막식 전 심사위원 단체 포토콜과 기자회견, 개막식 레드카펫에 참석하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송강호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너무나 위협적이어서 '올해도 (영화제 개최를)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적과 같이 이렇게 모여 인사드리게 돼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봉준호 감독은 레드카펫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층 슬림해진 비주얼을 자랑한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 공식 채널과 인터뷰에서 2년 전 황금종려상 수상 당시를 떠올리며 "그땐 뭐 너무 기쁘면서도 정신이 없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상을 받으면서도 매일 시나리오는 썼다. (나에겐) 일이니까. 어제도 시나리오를 쓰다가 왔다"며 "영화를 보는 것도 워낙 일상이지만 (개막작으로 선정된) 레오 카락스 감독의 신작 '아네트'(ANNETTE) 세계 최초로 볼 수 있어 좋다. 개막식도 흥분되지만 개막작도 흥분된다"고 설레는 마음을 아낌없이 표했다.

 
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레드카펫 행사 후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오프닝 세레머니 무대에 함께 섰다. 봉준호 감독은 직전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인사했고, 송강호는 심사위원석에서 박수를 건네 훈훈함을 자아냈다.

봉준호 감독은 "집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위원장님이 연락을 줘 왔다. 지난해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 영화제가 열리지 못했다. (영화인들도) 모이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제의 끊어짐이 있었는데 '연결을 해달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고 말했다.

또 "'기생충'이 팬데믹 바로 직전 마지막 영화였기 때문에 내가 이런 임무를 맡게 된 것 같다"며 "영화제는 멈춘 적이 있어도 시네마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이 자리에 모이신 위대한 영화인 분들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매우 행복하다"고 개막을 선언했다.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은 개막식 직후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송강호는 폐막까지 심사위원들과 경쟁부문에 진출한 24편의 영화를 심사하며, 폐막 하루 전인 16일에는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비상선언(한재림 감독)' 주연 배우로 월드 프리미어 행사도 치른다.

봉준호 감독은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 주인공으로도 초청받아 7일 관객과 만난다. '랑데부 아베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계 인사를 초청해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행사. 조디 포스터, 맷 데이먼, 이자벨 위페르, 스티브 매퀸, 마르코 벨로치오가 함께 한다.

최고의 방역, 최초의 기록

 
 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올해 칸영화제의 1순위 목표는 단연 코로나19 완벽 방어다. 집행위원회는 행사장 근처에 국적불문 무료 유전자증폭(PCR) 검사소를 마련하는가 하면, 100% 온라인 티켓 예매, 공식 프리미어 외 행사 대폭 축소 등 노력을 기울였다. 악수, 비쥬 등 신체 접촉도 불허다.

또한 프랑스 당국은 외부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공식 고지했지만, 칸영화제 측은 내·외부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영화제 측은 네이비 색상의 공식 마스크를 일괄 배포하기도 했다. 이날 포토콜과 기자회견에서 송강호는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고, 봉준호 감독은 마스크 없이 레드카펫에 입장했다.

야외에서 진행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는 전세계 영화인들과 취재진, 관객들까지 다인원이 밀집돼 코로나19 발발 이전의 풍경을 오랜만에 확인시켰다. 대규모 확진 없이 축제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이와 함께 올해는 심사위원장 선정부터 '최초의 변화'를 꾀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은 최초 흑인 위원장이고, 여성 심사위원이 5명으로 남성 심사위원보다 많은 것도 영화제 사상 처음이다.

매기 질런홀은 기자회견에서 성별 비율에 대해 "아주 중요한 변화다"며 "매우 남성적인 문화 속에서도 남성과 여성이 영화를 다르게 만들고 이야기를 다르게 풀어나간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구성과 시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한국 영화는 경쟁부문 진출작 없이 '비상선언(한재림 감독)'이 비경쟁 부문에, '당신 얼굴 앞에서(홍상수 감독)'가 처음 신설된 칸 프리미어 섹션에 초청 받았다. 모두 후반부 공식 스크리닝 일정이 배치돼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포스터 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공식 포스터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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