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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고시생 없는 고시원…빈곤층의 마지막 '쪽방'

입력 2018-11-14 21:36 수정 2018-11-1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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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화재로 '고시원'의 열악한 주거 환경이 다시 논란입니다. 90년대 고시생들을 위해 생겨난 고시원에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고시생 없는 고시원을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서울 영등포, 인력시장이 밀집한 거리입니다.

인근 100여 M 안에 고시원만 10곳이 넘습니다.

[A고시원 총무 : 일용직들 데리고 가는 자리가 영등포잖아요. 움직이더라도 여기서 바로.]

거주하는 사람들도 일용직 노동자와 아픈 노인들이 대부분입니다.

고시원은 원래 큰 시험을 준비할 때 적은 돈으로 공부에만 집중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장소입니다.

하지만 고시원이 아닌 어르신들과 저소득층의 새로운 거주지가 되고있습니다.

한 70대 남성은 같은 고시원에서만 13년을 살았습니다.

[A씨/고시원 거주자 : 마누라가 먼저 간 바람에 나 딸만 둘이거든요. 그래서 고시원으로 온 거야. 딸 부담도 되고, 사글세 얻으면 돈 더 들어가니까…]

가족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찾은 사람도 있습니다.

[B씨/고시원 거주자 : 사업하다 망했어. 10년 전에. 아들내미하고 살려니까 좁아. 내가 있으면 좁잖아. 애들이 공부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그나마 가족과 연락이 되는 사람은 형편이 나은 편입니다.

[C씨/고시원 거주자 : 70~80%가 자기 자식하고 부모하고 연락이 돼도 안 해요. 서로 부담 주기 싫으니까.]

쓸쓸한 죽음을 목격하는 것도 익숙합니다.

[B고시원 총무 : 2, 3일 꼼짝 안 하는 것 같으면 문 따서 열어봐야 해요. 여기서도 이번 추석에 한 분 가셨잖아요. (가족은 어떻게 찾아서?) 가족은 연락이 안 되니까 안 오죠.]

[D씨/고시원 거주자 : 여기 어르신 병이 있어가지고 갑자기 쉼터 가서 밥 먹다가 심장이 멈춰서 죽었어요.]

1990년대부터 곳곳에 들어서기 시작한 고시원은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빈곤층의 거주지로 자리잡았습니다.

현재 서울에서만 14만 명 이상이 고시원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기가 나쁠 때 고시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지만, 경기가 좋아져도 나가기 쉽지 않습니다.

원룸의 경우 대부분 보증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시원을 주거지로 선택하지만 법적으로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아, 안전 관리에 취약합니다.

같은 건물에 콜라텍과 캬바레가 있는 한 고시원입니다.

노후 전선 등 화재위험 요소들이 많지만 구조는 미로처럼 복잡합니다.

5층에 위치한 한 고시원은 4층으로 내려가, 긴 복도를 지나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화장실에는 담배꽁초가 재떨이에 가득합니다.

서울 종로의 또 다른 고시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 위층은 고시원인데요.

아래 있는 소화전은 안이 텅 비어있습니다.

국일 고시원의 화재 원인으로 추정되는 전열기구도 눈에 띕니다.

[추우면 창문 쪽은 지급하죠.]

화재가 난 국일고시원 앞은 아직도 추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시 마지막으로 탈출했던 거주자는 아직도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일고시원 거주자 : 선배 하나 죽었고. 마지막으로 탈출했네 마지막으로. 뒷사람들은 다 죽었어.]

하지만 바로 옆 고시원에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국일고시원 거주자 : 그날 저녁부터 자야 될 거 아냐. 당장 잘 수 있는 데는 고시원밖에 없잖아요.]

고시원 거주자들은 다음 희생자가 자신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D씨/고시원 거주자 : 불난 걸 어떻게 해요. 운이라고 생각해야지. 죽어봤자 자기 손해인 거고.]

젊은 사람들의 일시적 거주지였던 '고시원'이 노인들의 마지막 '집'이 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화재로 희생자도 잇따르고 있지만 '피해는 운일 뿐'이라는 말이 씁쓸합니다

(인턴기자 : 박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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