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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해안가엔 온통 펜션·카페…여수 돌산도 '난개발'

입력 2020-11-1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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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남 여수의 돌산도입니다. 해돋이 명소도 있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그런데 다신 가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해안가마다 펜션이며 카페로 전부 헤집어 놔서 엉망이 됐다는 겁니다. 파도가 부서지는 갯바위엔 시멘트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동백나무숲은 잘려 나가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가 담아왔습니다.

[기자]

바닷가를 따라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대부분 카페와 숙박시설입니다.

[주민 : 너무 해버렸지 않습니까. 경관이 좋다 하면 전부 다 개발해버려서. 돌산 이 아름다운 섬, 바닷가 빙 둘러서 펜션, 호텔, 모텔이 없는 데가 없어요.]

해안도로인데 바다는 가까스로 보입니다.

[배재희/주민 : 이쪽 전부가 펜션이에요. 틈이 없어요. 아파트보다 더 많을 거예요. 돌산 한번 빙빙 돌면. 산 다 버려버리고 뭐.]

위에서 내려다보면 더 적나라합니다.

섬 곳곳이 파헤쳐졌습니다.

전망 좋은 자리엔 이미 건물이 들어섰거나, 들어서는 중입니다.

[최병성/환경 운동가 : 오는 손님들은 경관을 누릴 수 있겠지만, 경관은 일부의 소유가 아니잖아요. 사유물이 아니라 공공재고, 모든 사람들이 누려야 할 아름다운 경관이고.]

우후죽순으로 개발이 이뤄지다 보니, 불법 행위도 벌어집니다.

해안가를 따라가다 보면 뒤쪽으로 지금도 공사 중인 현장이 보이는데요.

살짝 튀어나온 부분을 보면 갯바위 윗면이 하얗게 되어있습니다.

전부 시멘트를 덧대어놓은 부분입니다.

한 대형 리조트에서 갯바위에 시멘트를 부어놓은 겁니다.

이 업체는 지난해 여수시로부터 공유수면 점유 사용 허가를 받았습니다.

리조트와 연결되는 산책로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해안 데크를 설치하자마자 태풍으로 망가졌고,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갯바위를 훼손했습니다.

[여수시청 해양항만레저과 : 사전에 협의는 없었습니다. 누가 시멘트를 하고 있다 전화를 받고 현장에 가보니까 그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일단은 하는 데까지 하라고 회복명령을 내려놨거든요.]

해당 리조트 관계자를 만나봤습니다.

[임대식/해당 리조트 업체 부사장 : 기존에 데크를 깔았던 자리가 유실이 돼서 돌이라든가 잔해물이 있어서 일차적으로 보수를 했던 상황이고요.]

불법으로 공사를 한 사실을 인정한다며 복구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임대식/해당 리조트 업체 부사장 : 최대한 저희가 전문가분들이라든가 지자체라든가 학회에 계신 분들한테 조언을 구해서 어떤 식으로 원형에 가깝게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자문을 구해서…]

바로 인근 산에서도 또다른 불법 공사가 이뤄졌습니다.

돌산도 8대산 중 하나인 소미산입니다.

한 업체가 산 정상 부근에 동백나무 숲을 조성하겠다면서 개발 허가를 받았는데요.

승인 받은 너비보다 훨씬 넓게 임시 도로를 만들었습니다.

산림 훼손이 심각한데, 어느 정도인지 하늘에서 좀 내려다볼까요.

경사가 가파른 탓에 도로는 구불구불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정상까지 이어집니다.

산 안쪽으로 들어와 봤습니다.

원래 3.5m 너비로 허가를 받았는데, 지금 보다시피 10m가 훌쩍 넘는 넓이입니다.

길가에는 공사를 하다 잘려 나간 나무들이 곳곳에 놓여있습니다.

업체 측은 역시 공사 중 벌어진 실수라고 해명합니다.

[유현민/공사 현장 책임자 : 좋은 방향으로 한번 관광객을 유치해볼까 하는 생각에 이걸 했었는데. 공사를 하다 보니까. 장비가 크다 보니까 대형 장비이다 보니까 도로 폭이 본의 아니게 넓어졌고.]

지금은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졌으며, 곧 설계를 변경해 산림을 복구하겠단 계획입니다.

이처럼 개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은 언젠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길 때를 걱정합니다.

[주민 : 만약 경기가 안 좋아서 안 왔을 때를 생각해보십쇼. 다 망해버리죠 이제 전부 다 망하죠.]

[강흥순/여수환경운동연합 국장 : 관광이라는 게 유행처럼 옮겨 다니기 때문에 언제까지 여수가 관광이 잘 될지는 모르는. 그렇기 때문에 지역 관광 업계에서도 몇 년 이후에 어떻게 될 것인가 고민하고 있고.]

경관보전보다 개발이 우선시되는 현행법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최병성/환경 운동가 : 경관법은 개발법의 하위가 돼요. 그래서 두 법이 상충하면 항상 개발법이 우선되게 만들었다 보니까, 아무리 경관법을 잘 만들어도. 경관법이 전혀 의미가 없다는 거예요.]

관광객이 많을 땐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아름다운 경관을 유지하는 조화로운 개발이 아니라면 훗날 이 섬은 어떤 모습으로 남겨지게 될까요.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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